메인화면으로
미국이 쿠바 사태에 속수무책인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국이 쿠바 사태에 속수무책인 이유

슈피겔 "CIA는 쿠바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불과 7.2km 떨어진 그야말로 '미국의 앞마당' 같은 곳이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정보기구라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정작 쿠바에 대해서는 장님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근호는 'CIA의 사각지대'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설을 연상케 하는 CIA의 허점을 파헤쳤다.

<슈피겔>에 따르면 미국은 1960년 쿠바에 대해 해상봉쇄조치를 취하면서 정보 통로도 차단돼 CIA가 쿠바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으며, 쿠바의 지도자 카스트로의 건강 이상으로 사실상 정권 이양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도 쿠바에 대해 새로운 정책을 취할 형편도 못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마르크 피츠케 기자가 쓴 기사의 전문이다.(
원문보기)

쿠바가 최근 몇년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면, 통상 쿠바 남동부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 기지 때문이다. 쿠바는 44년전 제3차 세계대전의 진원지가 될 뻔 했으나, 최근 미국은 이 피델 카스트로의 나라를 한 물 간 것처럼 여겨 왔다. 소련 제국의 마지막 위성국가이자 한 시대의 꺼져가는 잔불 정도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은 9.11 테러 사태, '대 테러 전쟁', '중동화약고 폭발' 이전의 얘기다. 세계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도처에 잠복해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도 마찬가지로 세계 곳곳을 향하고 있다.

그러니 피델 카스트로가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부시 대통령의 약점을 찌른 것으로 보인 것도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부시 "사태를 지켜보자"

지난 1일 부시 대통령과 최근의 쿠바 사태에 대해 논의한 로버트 베넷 미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사태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켜보자"라니? 부시 대통령의 무능함은 공식적인 발언에서도 빛난다.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1일 브리핑에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전한 대통령의 말도 "피델 카스트로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션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도 3일 비슷한 내용을 말했다. "쿠바를 움직이는 소수의 사람 외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카스트로를 권좌에서 축출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이 때, 새로운 쿠바와 접촉해 쿠바의 변화에 건설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대신, 미 행정부는 '봉쇄, 제재, 강경노선' 같은 낡고 실패한 처방에 의존하고 있다.

싱크탱크 '인터아메리칸 다이알로그'의 쿠바 전문가 다니엘 에릭슨은 "미국의 정책은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하건,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집권하건 관계없이 똑같을 것"이라고 개탄한다. 그는 "쿠바 정부가 안정적으로 정권이 교체된다면, 미국의 정책이 실패한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에 대해 말하자면, 그들은 쿠바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모호한 입장을 보인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수십년간 강경한 태도를 취해 온 것이 약점이 되고 있다.

미국이 카스트로 정부를 외면하면서 스스로를 쿠바와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지난해 존 네그로폰테가 국가안보국장에 취임했을 때 그는 즉각 쿠바의 상황을 분석할 것을 정보기관들에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은 수십년간 신뢰할 만한 정보원에 접근하지 못했다. 쿠바의 핵심 권력층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1960년 미국이 쿠바에 대해 해상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모든 경제적 관계가 단절됐다. 비공식적인 대화 통로들도 함께 끊겼다.

그 와중에도 쿠바의 코이바 시가들은 미국으로 밀수돼 미국 외교관들이 열광하는 품목이 되었다. 그나마 전해지는 정보라고는 쿠바의 망명객들의 입에서 나왔다. 쿠바의 유엔 주재 대사였던 알시비아데스 히달고는 2002년 망명하면서 "유엔에 파견된 쿠바의 모든 직원들은 사실상 카스트로의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미국이 쿠바에 대해 그처럼 확실한 정보원을 둔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CIA에서 정보분석가로 활동했던 로버트 베어는 CIA가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카스트로 사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CIA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믿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쿠바에 대한 CIA 정보는 90년대 이라크에 대한 정보 수준"

베어는 CIA의 정보분석가들은 한 다리 건너, 심지어 두 다리 건너 얻은 정보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쿠바에 대해 그들이 얻은 정보는 1990년대 이라크에 대해 수집한 파편적인 정보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들은 새로운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낮추게 한다. 그래서 카스트로는 임종을 맞은 병석에서조차 '제국'을 혼쭐내고 있는 것이다. (쿠바혁명이 일어난) 1959년 이래 미국 대통령 10명이 그와 싸웠지만 실패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그를 고립시키려고 했으나 오히려 그의 입지를 강화시켰을 뿐이다. 그들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렉싱턴 인스티튜트의 부소장으로 미국 하원의 쿠바연구모임에 자문을 맡고 있는 필립 피터스가 표현했듯 "카스트로의 정치적 힘을 끊임 없이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존 F. 케네디가 1961년 CIA 정보에 의존해 피그만을 침공했을 때 이틀도 안돼 쿠바의 반격에 물러선 것도 이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예견된 결과였다. 독재자가 통지하는 섬나라가 슈퍼파워를 극적으로 모욕하는 데 성공했으며, 카스트로의 신화는 위세를 떨쳤다.

1년 뒤 쿠바에 소련의 미사일이 배치되자 세계는 핵전쟁의 문턱까지 몰려갔다.

"카스트로가 자연사하길 기다리는 정책"

1980년 카스트로가 13만 명이 넘는 난민들이 미국 플로리다로 탈출하도록 허용한 '마리엘 사태'는 미국의 강경 노선을 촉발했다. 1995년 또다시 난민들이 밀려오자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해안에 닿은 사람만 입국을 허용한다'는 정책으로 대응했다. 이같은 정책은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했고, 여행에 규제를 부과하는 한편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늘렸다. 지난 7월 8000만 달러에 달하는 '민주주의 기금'을 설립한 것이 한 예다.

그러나 비판적인 분석가들은 이같은 정책은 임종을 지켜보겠다고 애를 쓰는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에릭슨은 "카스트로가 자연사하기를 기다리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부시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도 미 행정부가 쿠바 사회가 내부로부터 변화하기를 여전히 기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일 "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과도정부를 세우려는 노력을 지지할 것이며, 현 쿠바 정권에서 자유 쿠바를 향한 열망을 방해하는 자들을 눈여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빌 넬슨 민주당 상원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에 거주하는 쿠바 난민들에게 "독립을 주장할 준비를 하라"고 촉구했다.

독립은 좋은 것이다. 미국의 해안에 너무 가까운 곳이 아니라면 말이다. 멜 마티네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곧바로 미 해병대와 해안경비대에 플로리다쪽으로 대규모 이주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번역:이승선)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