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장인순 이사장 임명 즉시 취소해야"
녹색연합, 청년환경센터,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24일 성명서를 내고 "우라늄 농축 실험 파문의 책임자가 통제기관의 이사장으로 온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이번 인사 조치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장인순 이시장의 임명을 즉시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2004년 9월 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농축 실험 파문은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심각한 문제였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물질 안전조치에 대한 권고를 내렸고 이를 받아들여 만들어진 기관이 바로 원자력통제기술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서 "이런 기관의 초대 이사장에 우라늄 농축 실험의 핵심 책임자가 선임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와 원자력계 내부의 최소한의 자정 노력이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장인순 이사장 임명에 대한 정부와 원자력계의 안이한 인식을 질타했다.
"이번 일은 '원자력 마피아' 실체 확인시켜준 일"
특히 녹색연합 등은 '원자력 마피아'라고 불리는 원자력과 관련된 기득권 집단의 '감싸기'가 이번 인사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단체는 "그동안 원자력계는 '원자력 마피아'라고 불릴 정도로 그 폐쇄성을 지적받아 왔다"며 "관계, 학계, 산업계 등 각계각층에 포진해 있는 원자력 관련 인사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폐쇄적인 의사 결정을 해 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원자력 산업의 안전과 통제 등을 요구하면 이것을 구실로 삼아 또 다른 '원자력계 자리 만들기' 등을 해 왔다는 것. 이들 단체는 "이번 장인순 이사장의 임명은 그동안 고질적인 이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이번 인사 조치의 잘못을 인정하고 장인순 이사장의 임명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국제 사회로부터 핵 물질 관리에 대한 인식 부재로 불신을 받게 될 것"이라며 "원자력계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자정' 노력에 앞장설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과기부 "'원자력계 원로'인 본인이 원하는데…"
한편 '원자력계 자리 만들기'로 원자력통제기술원이 이용된 게 아니냐는 환경단체의 지적을 과기부도 사실상 인정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예정이다.
과기부는 24일 <프레시안>의 전날 기사(과기부는 2004년 핵 물질 파문에서 무엇을 배웠나)에 대한 해명 자료에서 "장인순 이사장은 원자력연구소장을 거친 원자력계의 원로로서 여러 경로를 통한 이사장 선임의 추천이 있었다"고 밝혔다. 즉, 통제기관의 이사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고려보다는 그를 '원자력계 원로'로 예우해 자리를 만들어줬음을 시사한 것이다.
과기부는 또 "장인순 이사장이 안전 조치와 관련한 국제 관행 준수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런 경험을 거울삼아 원자력 통제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해 이사장 임명 과정에서 객관적인 검증보다는 장 이사장 본인의 의지가 상당 부분 작용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원자력 마피아'는 실재한다? 국내 '원자력 마피아'의 실체를 확인하는 또 다른 예도 있다. <프레시안>은 7월 초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소장이 원자력통제기술원 이사장에 선임된 사실을 확인한 후 IAEA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1차적으로 IAEA에 파견된 한국 측 인사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접촉을 시도했던 이들에게서 회답이 오는 대신 엉뚱한 반응이 전해졌다. <프레시안>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원자력통제기술원, 과기부 등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실제로 원자력통제기술원 등은 환경단체 관계자와 만나 "이 문제가 언론에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던 것. 관계, 학계, 산업계가 함께 얽혀서 자기 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는 '원자력 마피아'의 실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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