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에이즈(AIDS)보다도 더 나쁜 중병에 걸렸다. 그 병의 이름은 승자의 콤플렉스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미국 방송 <A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의 오만함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렇게 비꼬았다.
이어 고르바초프는 "당신들(미국인들)은 이곳(러시아)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하기를 원하지만, 이곳에서는 그것이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나라들에 미국식 삶의 양식을 강요하는 미국의 태도를 비판한 말이라고 <ABC>는 설명했다.
고르바초프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핵심 고위관료인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지목해 "그들은 군부의 이익을 보호하는 매파일 뿐이며 천박한 사람들"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 발언에는 체니와 럼스펠드가 최근 러시아의 민주주의 문제를 거론하고 대러시아 강경외교를 지향하는 태도를 보인 데 대한 불쾌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는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걸쳐 냉전구조 해체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협력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번 <ABC>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단호하다. 무골호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다소 신중하긴 하나 은근히 비난하는 듯한 평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는 궁극적으로 푸틴의 지지자"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푸틴은 지금 양날의 칼 위를 걷고 있다. 그는 권위적인 정책을 구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러시아는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다. 나는 그를 잘 안다. 그는 도덕적인 사람이다."
한편 그는 러시아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미 75살이다. 할 만큼 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나의 손녀들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리고 평화로운 세계 속에서 살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그러나 아직 우리가 찾아야 할 해답이 너무 많아 그런 미래를 머릿속에 그려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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