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전사들이 '약속의 땅' 더반에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는 동안 응원객들은 불면의 밤을 보냈고, 마침내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맞이하며 아침을 맞았다. 한국 대표팀이 2대 2로 나이지리아에 비기면서 16강 진출을 확정 짓자,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펼쳐진 23일 새벽, '거리 응원의 메카' 서울광장엔 시민 6만여 명이 모여들어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연합뉴스 |
전날 오후 7시께부터 서울광장을 메우기 시작한 시민들은 이날 새벽 1시께부터 본격적인 응원전을 시작해, 응원 열기를 장장 10시간을 이어갔다. 광장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작은 텐트까지 치며 밤샘 응원에 대비한 시민들도 보였다.
전반 18분 한국이 선제골을 허용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마침내 전반 38분, 이정수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자 시민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얼싸안았다. 전반전 경기가 끝날 무렵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연신 나이지리아의 골문을 노리자 응원의 열기는 더욱 거세졌다.
후반 3분 박주영의 역전골이 터지면서 서울광장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 '아리랑'을 부르던 대학생 김은지(21) 씨는 "박주영 선수가 해낼 줄 알았다. 지난 경기의 실수를 만회해 너무 기쁘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후반전 중반 나이지리아가 페널티킥으로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자, 광장 이곳저곳에서는 탄식과 함께 긴장감이 고조됐다. 마침내 경기가 2-2 무승부로 마무리되고, 같은 조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제압하면서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거리는 온통 최초의 '원정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 16강 진출 확정에 환호하는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
아직 시험 기간이라는 대학생 박기환(23) 씨는 "어제 오후 시험 한 과목을 치르고 나와 잠을 못잔지 30시간이 넘었다"면서도 연신 준비해온 생수통을 두드리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박 씨는 "오늘 오후에 시험 한 과목을 더 봐야 하는데, 어차피 시험은 망한 것 같지만 꿈에 그리던 16강에 진출해 기분은 좋다"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경기가 끝나고 서너 시간 후에 당장 출근을 앞둔 직장인들도 거리 응원에 가세했다. 직장인 김현우(37) 씨는 "회사 근처 목욕탕에서 사우나만 하고 바로 출근할 계획"이라며 "집에서 경기를 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번 경기가 마지막일 수 있겠다 싶어 거리로 나왔다. 큰 기대 없이 즐기기 위해 나왔는데 16강에 진출해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붉은 옷을 입고 연신 부부젤라를 불던 직장인 홍윤호(가명·33) 씨는 "오늘 월차를 내긴 아무래도 회사에 눈치가 보여, 어제 월차를 내고 하루 종일 자다가 저녁에 서울광장에 나왔다"며 "출근할 때 입을 옷도 가지고 나왔는데, 오늘 하루는 피곤하긴 하겠지만 기분만은 최고일 것 같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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