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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명숙 총리, 도대체 아는 게 뭔가"

[현장] 한 총리-FTA 반대 전문가 회동 뒤의 씁쓸함

한명숙 총리가 지난 7일 저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전문가 12인과 만남을 가졌다. 한 총리의 초청에 응한 이들 전문가들은 시민단체 출신인 총리가 드디어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모임이 끝난 뒤 하나 같이 고개를 저었다.

간담회 참석자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한명숙 총리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다수의 전문가들의 전언에 따르면 7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처음 시작부터 비정상적이었다.

"한 총리가 시민사회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라기에 한 총리와 측근 몇 사람만 대동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간담회장에 들어가 보니 김영주 국무조정실장, 김종훈 협상수석대표를 비롯해 주요 관련부처의 FTA 실무자 열댓 명이 거의 다 와 있어서 황당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더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한 총리 자신이 간담회 자리가 그렇게 짜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 총리도 간담회 자리에 들어오자마자 '어, 이렇게 (정부 쪽) 사람들이 많이 올 줄은 몰랐네요'라고 얘기한 것으로 봐서는 한 총리도 이렇게 FTA 관련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한 총리가 시민사회의 반대 전문가들을 만나는 게 걱정되기라도 했는지."

한 총리가 FTA와 관련해서 업무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음은 간담회 내내 드러났다.

"처음에 한 참석자가 '공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면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문화제를 조직한 안성기 씨 등에게 경찰이 집시법 위반 혐의를 들이대는 건 뭐냐'고 따지자 한 총리는 '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알아보겠다'고 대답했다. 정부가 경기 부양에만 눈이 멀어서 앞뒤 안 따지고 FTA나 각종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 총리는 '정부는 경기 부양 정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실소를 샀다. 이 때마다 국무조정실장이 '해결사'처럼 나섰다"

"간담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TV 토론 하듯 흘러갔다. 그런데 정작 한 총리는 간담회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리가 한 총리에게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바로 김영주 국무조정실장, 김종훈 수석대표가 반론을 펴거나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 공무원들이 즉석에서 정부 입장을 강변하는 모양새였다. 한 가지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국무조정실장이 볼 배급하듯 '이 문제는 ○○부 ○과장이 얘기 좀 해주시죠'라는 식으로 나서곤 했다. 한 총리는 FTA와 관련해서 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분위기였고 대화에 끼어들 여지도 별로 없었다."
▲ 김종훈 한미FTA 협상수석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한미FTA 민간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 참석, 한명숙 총리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떳떳하면 협상 내용 공개하라. 왜 못하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다수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간담회에서 시민사회 측은 △FTA 17개 분야에 대한 TV 공개토론 △협상 내용 공개 등 두 가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명숙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협상 내용 공개에 대해서는 완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는 협상 내용 비공개에 대한 성토가 계속됐다.

"최소한 우리 측 초안과 협상이 종료된 뒤 나온 최종안은 공개해야 정부가 뭘 내놓고, 뭘 얻었는지 가늠할 게 아니냐. 그런데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면서 기껏해야 한다는 소리가 FTA 관련 자료에 대해 미국이 10년 동안 비공개 원칙을 내세웠는데 3년으로 줄였다는 수준이니, 한심할 뿐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이런 정부의 협상 내용 공개 불가 입장이 미국의 태도와 대조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FTA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핵심 이해당사자들에게 중요한 내용을 알리고 검토 받았다. 또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요구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개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관련 이해당사자들조차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왜 FTA 협상 테이블서 거론 않나?"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계속되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약값 재평가 개선안 유보, 스크린쿼터 축소, 수입 자동차 배출 가스 기준 강화 유예 등 이른바 '4대 선결 조건'에 대한 의혹도 계속 제기됐다.

"한 참석자가 미국 의회조사국의 보고서를 한명숙 총리에게 들이대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같은 4대 선결 조건을 정부가 미리 들어준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한 총리는 이런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배경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다른 정부 관계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는 이런 정부 측 주장의 모순을 지적했다.

"만약 4대 선결 조건이 구속력이 없는 것이라면 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같은, 미국이 가장 목을 매는 문제가 FTA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는지 정부가 해명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는데 정부 스스로 그것을 포기한 꼴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총리, FTA 보고는 제대로 받고 있나?

간담회가 끝난 직후 국무조정실은 이례적으로 밤 10시에 보도 자료를 내 "한명숙 총리가 협상이 본격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협상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협상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국가적 지혜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또 "한 총리는 결코 시간에 쫓겨 협상을 졸속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 하에 의연하고 당당하게 협상을 추진하고 특히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함으로써 협상을 둘러싼 오해나 억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렇듯 상황을 전혀 장악하고 있지 못한 한 총리를 '한미 FTA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간담회 참석자들의 심정은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세 시간에 걸친 간담회가 끝난 뒤 이구동성으로 '나라를 망하게 할 한미 FTA를 추인한 총리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 문제에 대한 한 총리의 심사숙고를 촉구했다"며 "한 총리는 '졸속으로 이뤄지는 한미 FTA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그가 보인 모습으로 미뤄볼 때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강한 걱정을 토로했다.

다른 전문가도 "이날 간담회에서도 또 한 차례 느낀 것이지만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등 FTA 관련 핵심부처뿐 아니라 FTA 협상에 임하는 대다수 공무원들은 중·장기적인 국익에 FTA가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기보다는 '무조건 협상을 성사시키고 보자'는 식의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노무현 대통령, 한명숙 총리 등 의사 결정권자들이 과연 FTA 협상에 대한 균형 잡힌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 한명숙 총리는 도대체 이 한미FTA 문제와 관련해 무슨 채널로 무슨 보고를 받고 있으며, 그 결과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일까? 한걸음 더 나아가, 노 대통령과 한 총리는 이 한미FTA 문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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