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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활동은 하지만 정당활동은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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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치활동은 하지만 정당활동은 안한다"

[인터뷰] 구설 속에 서울시정인수위 활동 끝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최근 언론에 부쩍 자주 이름을 올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인수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을 맡은 것을 놓고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로 환경운동 경력 30년이 된 최 대표는 이번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매번 선거나 정계개편 때마다 본인의 뜻과 직접 관계없이 '정치권 영입 0순위'로 꼽히면서 각종 소문에 휩싸이곤 했다. 고건 전 총리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미래와경제'에 관여하고 있는 사정 탓인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7월 중 발족할 예정인 고 전 총리의 '희망국민연대'에 참여한다는 소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세간의 관심과는 별개로 최열 대표는 2002년 11월 환경재단을 주도적으로 창립한 뒤 새로운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환경영화제, 환경 관련 사진전 등 각종 '환경'을 매개로 한 각종 문화 행사를 기획해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환경재단은 지구촌 빈곤 문제, 재난 구호 활동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새로운 활동을 기획 중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최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구설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프레시안>은 2주간의 서울시정인수위원회 활동을 막 끝낸 최 대표를 5일 만나봤다. 다음은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환경재단에서 가진 최 대표와의 인터뷰.


"서울시 공무원들, 2주 동안 긴장 많이 했을 것"
▲ 최열 환경재단 대표ⓒ프레시안

프레시안 :
최열 대표가 서울시정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나?

최열 : 다들 잘 아는 대로다. 오세훈 시장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었다. 오세훈 시장에게 처음 정치를 권유한 것도 나였고 서울시장에 나오는 과정에서도 나한테 조언을 많이 구했다. 오 시장 부탁이 아니었더라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이런 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프레시안 : 실제로 서울시정인수위원회에 참여해서 공무원을 상대했다. 일단 2주간의 활동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

최열 : 나는 고건 서울시장이 처음 취임했을 때 서울시정개혁위원회에도 참여해본 적이 있다. 또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많은 강연을 나가니까 30년 전에 환경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공무원의 마인드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한계가 많다.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보고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려고 하더라. 그래서 딱 쐐기를 박았다. 보고는 짧게 하는 대신 질문과 토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지적도 했다. 공무원들이 2주 동안 많이 긴장했을 것이다.

프레시안 :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는가? 서울시정인수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내용이 무엇이었나?

최열 : 세 가지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우선 서울시의 주요 공무원들이 어떤 목표를 염두에 두고 어떤 자세로 시정에 임하고 있는지를 후보자가 가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후보 시절 다소 산만하게 발표됐던 수많은 공약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공약의 중요도, 실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부 공약은 정리도 했다. 후보자가 자기가 내놓은 공약을 스스로 접기는 힘든 만큼 인수위가 그런 역할을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지방 권력과 의회를 한나라당이 독점하지 않았나. 아무리 한나라당이 잘 하려고 해도 이렇게 독점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이를 견제할 세력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시민사회밖에 없다. 그래서 오세훈 시장이 시정을 펼칠 때 시민사회와 항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틀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은 다르다"

프레시안 : 하지만 결국 공무원들에 둘러싸이게 되면 그런 인수위의 노력이 무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나? 관가에서는 오 시장이 당선된 후 서울시 공무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노무현 대통령도 결국 '관료들에게 포위돼 개혁을 접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나?

최열 : 공무원들이 오세훈 시장을 혹시 '만만'하게 보고 있다면 큰 코 다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노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부하의 말을 듣고 결정하지 마십시오, 부하들은 대통령에게 쓴 소리, 비판적인 소리를 하기 힘듭니다,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판단하십시오, 폭군은 편청하지만 성군은 경청합니다,' 이런 얘기를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남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세훈 시장은 노 대통령과 다르다. 오 시장은 사실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 이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휘둘릴 수도 있지만 반면에 공무원들을 견제하는 데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오 시장에게 당부했다. '의사 결정을 공무원에게 의존하지 말라, 아주 중요한 문제는 이익집단이 아닌 바깥의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한 후 결정라라.' 오 시장은 노 대통령과 달리 이런 당부를 잘 지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프레시안 : 뉴라이트를 비롯한 일부 보수 세력은 최열 대표를 좌파라면서 인수위 참여를 반대했는데….

최열 : 최근에 지만원 씨가 나에 대해 쓴 글을 읽었다. 나를 '빨갱이'라고 표현했던데….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 않지만 이 얘기는 하고 싶다. 서울시정은 환경, 교통, 복지, 문화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한 경험을 살려 서울 시민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 것일 뿐이다. 이걸 두고 '좌파', '빨갱이' 운운하는 이들에게 과연 시민들이 지지를 보낼지 회의적이다.

"오 시장 고밀도 개발 안 해…뉴타운 50곳도 실제로는 훨씬 줄 것"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오세훈 시장의 공약 중에는 뉴타운 50곳 건설과 같이 '반환경적'이라고 지목된 공약도 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에서는 최열 대표의 인수위 참여를 놓고 오세훈 시장의 본질과는 전혀 관계 없이 그에게 초록색 이미지만 덧칠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최열 : 오세훈 시장은 주요 공약으로 서울시의 대기 환경 개선을 내걸었던 사람이다. 또 나랑 인연을 맺은 것도 그의 환경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겉만 초록색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더구나 뉴타운 50곳 건설도 오해가 있다. 뉴타운이라고 하면 보통 고밀도 재개발을 염두에 두는데 오 시장이 말한 뉴타운은 그게 아니다. 오 시장이 말하는 뉴타운은 주민들 이해관계만을 고려해 아파트와 상가만 짓는 고밀도 개발이 아니라 서울 곳곳에 문화·교육·공원·복지 시설을 제대로 확충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뉴타운 개발이 주민을 포함한 이해당사자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전 시장이 지정한 26곳은 물론이고 오 시장이 새로 뉴타운으로 지정할 24곳 중에서 실제 개발이 이루어질 곳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실제로 뉴타운 사업이 진행됐을 때 성과가 나타나야 가속도가 붙을 텐데, 이 역시 단시간에 확인할 수 없다.

프레시안 :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나 난지 골프장의 경우는 어떻게 되나?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를 두고는, 시민·사회단체들은 그것보다 동네마다 소규모 공연장이나 어린이 도서관을 짓는 게 더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었다.

최열 : 오세훈 시장은 난지 골프장은 가족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는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해 재검토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좀 마인드를 바꿀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오페라하우스와 소규모 공연장은 서로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소규모 공연장은 그것대로, 또 오페라하우스는 그것대로 필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동대문 운동장을 공원화하는 공약도 있었다.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열 : 시민운동은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가지고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다. 서울시민들 누구나 공원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당장 동대문 운동장이 공원화되면 인근 시민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도심에 녹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다.

다만 공원화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는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적절하게 보상을 할 수 있을지는 오세훈 시장이 풀어야 할 문제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면 지상은 공원화하고 지하에 상가를 조성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본다면 더 나은 아이디어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대기 질 개선 꼭 필요…DPF 설치, 바이오디젤 보급 등 건의"

프레시안 : 오세훈 시장의 공약 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대기 질 개선을 강조한 부분이다. 경유 차량에 대한 환경부담금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발이 거센 것 같다.

최열 : 당장 보수언론에서 '생계형' 경유 차량 운전자들의 부담을 들고 나오는 것을 봤다. 그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대기 질은 서울 시민 모두의 관심사지만 악화됐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바로 서민들과 어린이·노인 등 노약자들이다. 이런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라도 대기 질 개선은 시급하다.

또 대기오염으로 서울 시민의 평균 수명이 단축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염두에 두면 그것의 사회·경제적 피해도 극심함을 쉽게 알 수 있다. 필요하다면 지금의 예산을 훨씬 더 늘려서라도 해결에 나서야 할 문제가 대기 환경 개선이고, 오세훈 시장도 이 점을 알고 강조한 것이다.

다만 경유 차량에 대한 환경 부담금이 부각된 것은 좀 아쉽긴 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대중교통의 확충이다. 도심으로 굳이 차를 끌고 들어올 필요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버스, 트럭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우선 버스, 트럭에 '매연 저감 장치(DPF)'를 설치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 다음에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환경 부담금을 물리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환경단체에서는 환경 부담금을 물리는 것보다는 바이오디젤유를 보급하는 게 훨씬 더 대기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경제적 효율 면에서도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오세훈 시장도 후보 시절 관용차에 바이오디젤유를 사용할 것과 그 보급을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유럽에서는 도심으로 진입하는 버스, 트럭에 BD100(바이오디젤유 100%)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프레시안

최열 :
지난 4년간 시범 보급이 이뤄졌지만 바이오디젤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다. 나도 오세훈 시장한테 바이오디젤의 도입이 시급함을 역설할 생각이다. 환경단체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오 시장과 서울시도 바이오디젤 확대를 정책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 대기 환경 개선과 같은 일이 오세훈 시장이나 서울시의 강조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을 텐데….

최열 : 그렇다. 우선 시민들이 이런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참여해야 한다. 여기서 오세훈 시장의 환경운동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환경운동도 이런 점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

그리고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와의 연계도 필요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대기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세훈 시장이 부디 잘 해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당 활동은 절대로 안 한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정몽준 의원, 고건 전 총리, 오세훈 시장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 곱지 않은 시각도 많다.

최열 : 자, 생각해보자. 내가 만나는 사람이 정몽준, 고건, 오세훈뿐인가? 노무현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정치인들, 기업인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사회운동 인사들을 만나러 다닌다. 정몽준, 고건, 오세훈도 그렇게 만나는 많은 사람들 중의 일부분일 뿐이다. 한 명씩 다 어떤 관계였는지 설명할 수 있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에는 정 의원이 먼저 나를 찾아왔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데 자문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처음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정 의원의 지원으로 발해만 오염 실태 조사를 함께 한 것이었다. 그 뒤 정 의원이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에 관심을 보이면서 더 사이가 긴밀해졌다. 그러다 대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시민사회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해서 조언을 해줬고, 지금은 환경재단 이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의 경우에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적이 있다. 그 때도 환경연합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는데 '항상 우리랑 경험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하고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는 말로 설득했다. 고건 전 서울시장은 그냥 이름만 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대표였다. 그 뒤 총리·서울시장 시절에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 등을 만드는 등 같이 할 일이 많으면서 서로 잘 알게 됐다. 오세훈 시장은 아까 얘기를 한 대로고.

프레시안 : 그렇게 관계를 맺는데 어떤 원칙이 있는가? 스스로 그런 분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최열 : 그럼 나는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가? (웃음) 생각해보라. 고건, 정몽준, 오세훈 같은 세대에서, 또 그만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한 이들 중에서 '환경'과 '환경운동'에 그만큼 관심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 세 분 다 지금도 내가 전화를 하면 어떻게든지 얘기를 듣고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그 정도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열의와 또 상호 간의 신뢰 관계가 있다. 나는 환경운동가다. 이런 분들을 조직하지 않으면 누구를 조직할 것인가? 그리고 같이 활동을 하다 보면 그 양반들도 변화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있다. 나는 넓은 의미의 정치 활동은 수십 년간 해 왔다. 하지만 정당 활동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 왔다. 고건 전 총리가 '미래와경제' 참여를 요청해 왔기에 좁은 의미의 정치인들은 참여하지 않고 있고 또 자문기구 성격이라고 해서 승낙했을 뿐이다. 그래서 사실 따지고 보면 최열과 그 분들 사이의 득실 관계를 따져보면 내가 그 분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게 많을 것이다. (웃음)

프레시안 : 사실상 정치 활동을 하는데 정당 활동은 안 한다는 식의 원칙은 편의적인 구분 아닌가?

최열 : 그건 그렇지 않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이 결국 정치 활동 아니냐?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나는 대학생 때부터 정치 활동을 해 온 것이다. 하지만 정당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고도의 조직이다. 내가 만약 어떤 정당에 들어간다면 거기서는 인간 최열, 환경운동가 최열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정당의 논리에 복속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숱한 정치권 참여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당 활동은 안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녹색당 필요해…주·객관적 준비되면 기여할 것"
▲ ⓒ프레시안

프레시안 :
환경운동 후배들 중에선 녹색당을 지향하는 초록정치연대를 만들어서 환경운동의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데….

최열 : 같이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 온 후배들이다. 2002년까지 세 차례의 지방선거에 지원했던 이들도 있고. 하지만 그런 서클식의 활동은 정당으로 발전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국민들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했지 않나? 나는 거기 회원으로는 참여하고 있다.

프레시안 : 녹색당 형태의 정치 세력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 않나?

최열 : 21세기의 가치를 담는 정치 세력화는 녹색당 형태다. 그러나 현재는 두 가지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일단 환경운동 세력이 모든 것을 다 던질 준비가 안 돼 있다. 정치인들 봐라? 권력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지 않는가? 그보다 더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 회의적이다.

최근에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같은 제도적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지역주의가 판치는 소선거구 제도가 골격인 한 녹색당과 같은 정치적 실험은 성공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방정치가 기존 정치와 다를 게 없는 상황에서 중앙정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판단도 있다.

그러나 녹색당의 필요성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환경운동이 정치 세력화가 안 돼 있으니 환경문제는 늘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지 못하고 외곽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한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세력화를 이루는 데 내 역할이 필요하다면 산파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기업 후원, 기업 이용하는 것"

프레시안 : '삼성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또 환경재단에도 많은 기업이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 활동은 반환경적인 경우가 많다. 기업과 관계를 맺을 때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

최열 : 맞다. 기업 활동은 반환경적인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 활동을 하다보면 당연히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환경운동은 기업에 두 가지 요구를 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환경 경영을 하라. 또 환경을 훼손하는 만큼 다른 식으로 환경을 살리는 활동에 기여하라. 환경운동이 기업을 감시하고 또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면서도 다른 한편 기업과 협력할 때는 협력해야 하는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기업과 관계를 맺을 때 신중해야 한다. 환경연합의 경우,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때 제약 조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담배회사 같은 데서는 후원을 안 받는다. 지금 환경 현안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환경에 반하는 경영을 비판하면서 돈을 받는 것은 안 되지 않느냐? 그러나 환경재단은 좀 다르다. 환경재단은 환경단체보다는 좀 더 느슨한 기준으로 기업의 후원을 유도하고 있다.

환경재단은 크게 세 가지 활동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 전체의 환경 의식 제고, 환경운동 지원, 환경과 관련된 대안을 내놓고 정책을 제시하는 것. 이런 활동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이미 환경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들에게 또 손을 벌릴 수는 없지 않느냐. 그래서 기업들로부터 매출에 일정액을 기부하는 형식의 참여 등을 유도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러다보면 결국 기업의 초록색 이미지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 아닌가,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최열 :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환경재단이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다고 해서 기업 홍보를 해주지는 않는다. 기업도 환경재단에 후원을 하면서 그런 걸 기대하지도 않고 또 환경재단에 후원한다고 초록색을 덧칠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환경에 해를 끼친 만큼 다른 식으로라도 기여해야 하지 않느냐, 세상이 변하는데 우리도 뭔가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고민이 있고 환경재단은 바로 그걸 활용하는 것이다.
▲ ⓒ프레시안

"환경운동 달라져야…세계적 시야 갖자"


프레시안 : 환경운동의 위기감이 높다. 30년간 환경운동을 해 왔는데 최근 환경운동 위기론을 어떻게 보는가?

최열 : 환경운동도 달라져야 한다. 1990년대 초·중반부터 세계 곳곳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는데 그 때부터 확실히 느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진취적이지 못한 집단 둘을 들라면 나는 시민·사회단체와 공무원들을 들겠다. 기업이나 문화·예술계는 계속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있는데 여기는 그렇지 못 하다. 공무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장(FTA)을 준비 없이 추진하는 꼴을 봐라. 아마 '공무원들부터 FTA 하자'고 하면 기겁을 하면서 꼬리를 내릴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읽지 못하면 발전이 없다. 그럼 시대에 뒤떨어지는 주장만 하게 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운동 방식 세 가지가 삭발하고, 머리띠 묶고, 단식하는 것이다. 카메라에 삭발하는 모습이 잡히는 순간 국민의 반이 고개를 돌리고, 머리띠를 묶으면 또 나머지 반이 고래를 돌리며, 단식을 하면 적대적인 여론이 생기는 게 지금 세상이다.

사람들의 열망과 욕구를 읽고 그것을 운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운동 방식이 필요한데 환경운동이 지난 10년간 그런 걸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이것은 나한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말로만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고 하지 말고 실제로 그렇게 될 때 환경운동가도, 환경운동의 모습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재단에서 계속 아시아 곳곳의 시민사회와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연수를 지원하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지구촌 빈곤 문제, 재난 구호 활동과 같은 데에도 국내 시민사회가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 그런 관심과 활동 속에서 스스로의 활동을 되돌아볼 수 있고 또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해법도 나올 수 있다.

프레시안 : 수개월 전에는 최열 대표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던 환경연합의 중견 활동가들이 딴살림을 차리기도 했다.

최열 : 그 친구들은 환경운동을 떠난 게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고 기지개를 편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10년씩 고생을 많이 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지원하고 또 연대할 준비가 서로 돼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운동에서 자꾸 나뉘는 것보다는 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 : 환경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로 딱 30년이 된다. 소회가 있을 것 같다.

최열 : 요즘 스스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특히 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환경운동을 제일 먼저 시작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아 온 게 사실이지 않느냐?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앞으로도 그 관심에 부응하는 내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그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같이 활동한 동료·후배들, 또 지원해준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선뜻 정치권에 나서겠다고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또 앞으로도 평생 환경운동가로 살겠다고 결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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