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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교통환경부담금' 걷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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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교통환경부담금' 걷는 '진짜' 이유

바이오디젤유 보급 가로막는 산자부…뒤엔 '대형 정유사'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3일 대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심 진입 경유 차량에 대해 '교통환경부담금'을 거둘 계획을 밝힌 것을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갈수록 악화되는 서울시의 대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오 시장의 일성에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을 내야 하는 일부 시민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이렇게 별도의 부담금을 거둬야 할 정도로 서울시의 대기 환경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기 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산업자원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바로 바이오디젤 확대 정책이다.

대기오염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바이오디젤

대두유(콩기름), 폐식용유, 유채유, 팜유 등 식물 연료를 원료로 만든 바이오디젤유를 경유 차량에 사용하면 매연,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 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이 부담금 부과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던 미세먼지의 경우 BD20(바이오디젤유 20%+경유 80%)의 경우 18%, BD100(바이오디젤유 100%)의 경우에는 무려 55.4%나 저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독일, 이탈리아의 경우 버스, 트럭은 BD100을 쓰는 것이 의무화돼 있을 정도다.

2005년도에 서울시가 자동차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1895억 원을 쏟아 부은 것까지 염두에 두면 바이오디젤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함은 더욱 자명하다. 이 때문에 오세훈 시장은 후보 시절 관용차에 바이오디젤유 이용을 확대하고, 바이오디젤 전용 주유소를 도입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런 오세훈 시장의 약속은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 바로 산자부가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고시를 3일자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 확대하겠다는 산자부 맞아?
▲ 환경운동연합은 22일 '바이오디젤 체험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주유 행사를 열었다. ⓒ프레시안

3일 발표된 산자부 고시는 지난 2002년 5월부터 실시해 온 정부의 바이오디젤 정책을 큰 틀에서 근본적으로 바꾸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산자부가 앞으로 보급할 바이오디젤유를 BD0.5(바이오디젤유 0.5%+경유 99.5%)로 명시적으로 규정한 점이다(11조).

기존에도 경유에 5% 이하의 첨가물을 넣은 것은 일반 경유와 구분 없이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바이오디젤유를 0.5% 섞는 것은 굳이 'BD'라고 부를 필요도 없다. 더구나 BD20 이상은 돼야 애초에 바이오디젤유를 보급할 때 기대했던 대기오염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산자부의 BD0.5 보급은 왠지 석연치 않다. 산자부가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에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산자부가 공언해 온 내용을 되새겨보면 지난 6개월 동안 산자부의 바이오디젤 보급 정책은 '확대'보다는 '축소'를 향해 나아갔다. 우선 산자부는 2002년부터 실시해오던 BD20 보급 정책을 2006년 7월 1일부터 BD5(바이오디젤유 5%+경유 95%)로 바꾸겠다고 공언해 오다 정작 고시는 BD0.5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BD20→BD5→BD0.5…산자부의 계속되는 말 바꾸기

산자부가 지난 2005년 1월 2일 내놓은 '바이오디젤유 등 석유 대체 연료 보급 길 열려'라는 보도자료부터 보자. 산자부는 명확하게 바이오디젤유의 종류를 BD5와 BD20으로 구분하고 BD5는 전 경유 차량에, BD20은 버스, 트럭 등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2쪽).

"산자부와 정유업계가 바이오디젤 보급을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을 담은 2006년 3월 2일 보도자료에서도 BD5라는 표현은 곳곳에서 등장한다. 더구나 이날 에너지 분야를 총괄 담당하는 산자부 이원걸 제2차관은 "자동차 연료로 바이오디젤유를 5% 섞은 경유(BD5)를 공급해도 (주행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를 사용할 경우, 경유보다 1ℓ당 7.3원 저렴하고 1t당 2.2t의 이산화탄소(CO₂) 저감 효과도 있다"며 BD5 보급에 박차를 가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환경단체는 기존에 전 경유 차량에서 BD20을 쓸 수 있도록 했던 바이오디젤 정책이 BD5 보급 정책으로 전환되는 데 따른 문제점을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 기존에는 BD20을 지정 주유소를 통해 일반 경유 차량 운전자들도 주유할 수 있었지만 7월 1일부터는 자가 주유 시설을 갖춘 버스, 트럭에만 BD20을 주유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7월 3일 발표된 고시는 새로이 공급되는 바이오디젤유를 아예 BD5도 아닌 BD0.5라고 규정한 것이다.

대형 정유사들의 바이오디젤 시장 진출에 시간 벌기?

사실 이렇게 'BD20→BD5→BD0.5'로 계속 바이오디젤 정책이 축소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 3월 2일 산자부와 정유업계는 "바이오디젤 보급을 위해서 자발적 협약을 맺은" 자리에서 향후 2년간 연간 바이오디젤유 공급량을 9만㎘로 제한했던 것. 이 정도 양으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경유가 BD5는커녕 BD0.5가 되기도 어렵기 때문이었다.

더 나아가 BD0.5도 대형 정유사를 통해서만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이제 막 기지개를 펴려고 하는 바이오디젤업계를 기존 정유업계에 완전히 종속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바이오디젤유 보급량이 제한되는 2년간 대형 정유사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바이오디젤업계의 생사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준 것이다.

환경단체들이 이와 관련 "기존 경유 시장을 지키기 위해 대형 정유사와 산자부가 담합해서 만들어놓은 구조"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현재 바이오디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대형 정유사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산자부가 2002년부터 무려 4년에 걸쳐 시범사업을 하고도 또 2년간 바이오디젤유 보급 확대를 유예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싹 트자마자 '고사' 위기 처한 바이오디젤…"오세훈 시장이 살려라"

이런 상황에서도 돈을 버는 것은 기존 대형 정유사다.

7월 1일부터 보급되는 BD0.5는 사실 기존 경유와 다를 게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6월 말부터 일부 경제지를 중심으로 "바이오디젤유를 경유 차량에 넣으면 위험하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기존 대형 정유사들은 "바이오디젤유를 전혀 섞지 않은 '프리미엄 경유'를 공급하겠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 '프리미엄 경유'가 기존 경유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공급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세훈 서울시장은 바이오디젤 확대를 통해 서울시의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싶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그래서 결국 시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도심으로 진입하는 경유 차량에 부담금을 물리는 식의 생경한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런 상황을 지켜본 환경단체들도 착잡하다. 환경운동연합의 염광희 간사는 "계량화해서 단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심으로 진입하는 경유 차량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보다 바이오디젤 확대 정책을 쓰는 것이 훨씬 더 경제성이 있다"며 "특히 시민의 부담과 그에 따른 정책 추진 과정의 갈등 비용까지 염두에 둔다면 더욱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염 간사는 이어서 "유럽의 나라들처럼 도심의 버스, 트럭에 BD100을 사용하게 하고, BD20을 전면 보급한다면 바로 대기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하지만 도심 진입 경유 차량에 부담금을 물려봤자 일시적으로 차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대기 질 개선 효과는 미미할 뿐"이라고 전망했다. 염 간사는 "오세훈 시장에게 산자부에 맞서 바이오디젤 확대 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고유가 상황에서 경유보다 값도 싸고, 안전성도 수 년에 걸쳐 정부가 보장했으며, 나아가 대기오염을 저감해 국민 건강과 예산 절감에도 기여하는 '당장 사용가능한 에너지'의 사용을 누가 가로막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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