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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뉴스' 싫다…'좋은 뉴스' 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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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뉴스' 싫다…'좋은 뉴스' 좀 달라"

[화제의 책] <굿뉴스>

"'나쁜 뉴스' 말고 '좋은 뉴스' 없어요?"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혹스럽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사를 써 오면서 좋은 뉴스를 전한 건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기 때문이다. 독자들만큼이나 기자들도 '좋은 뉴스'를 갈구하지만 쏟아지는 기삿거리들은 대개 '나쁜 뉴스'일 가능성이 높다. "정말 어디 '좋은 뉴스' 없나요?"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스즈키와 홀리 드레슬이 지은 <굿 뉴스>(조응주 옮김, 샨티 펴냄)는 바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뉴스'를 갈구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2002년 캐나다에서 처음 1쇄가 나온 지 4주 만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더니 곧 1위에 등극해 '좋은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순진한 고객 음식으로 유혹해 '의식화' 하는 별난 식당

<굿 뉴스>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화이트 독 까페'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쥬디 윅스의 얘기부터 들려준다. 필라델피아 대학가에 자리 잡은 이 식당은 연간 500만 달러(약 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화이트 독 까페'를 기업이라기보다는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재단으로 생각한다.
▲ <굿뉴스>(데이비드 스즈키·홀리 드레슬 지음, 조응주 옮김, 샨티, 2006). ⓒ프레시안

이 식당은 잔인한 방식으로 사육되지 않은 고기만 사용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 대신 유기농 농산물을 최대한 많이 활용한다. 그러나 손님들이 이런 노력을 지지해서 이 식당을 찾는 것은 아니다. 음식이 맛있어 '화이트 독 까페'의 단골이 되면 그 때부터 쥬디 윅스의 '마수(?)'에 걸려든 것이다. "순진한 고객들을 맛있는 것으로 꼬드겨 사회적 행동에 동참하게 만들고 있죠."

이 식당이 손님들을 '의식화'하는 데에는 온갖 수단이 동원된다. 손님들이 식사를 하면서 각종 미국의 사회 문제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는 '만찬'이 기획되는가 하면, 아동 보호를 목적으로 한 도시 빈민가 탐방을 후원하고, '화이트 독 까페'와 교류하고 있는 제3세계의 '자매 식당'을 방문할 수 있도록 여행 경비를 지원한다. 심지어 각종 집회나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통편까지 마련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윅스는 연간 순익 30만 달러(약 3억 원) 중에서 이 중 6만5000~10만 달러만을 갖는다. 대학 다니는 두 아이를 남편 없이 키우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연봉이라는 게 윅스의 설명이다. "난 부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런 것엔 전혀 관심 없어요. 자식들한테 물려주려고 엄청난 재산을 쌓는 데도 관심 없어요. (…) 우리 식당의 사명은 네 가지 분야에서 최선의 봉사를 하는 거예요. 고객, 지역 공동체, 자연, 그리고 직원으로서 서로에게 봉사하는 것. 나에게 이윤은 우리 사명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연료 같은 거예요."

독일 에너지 기득권에 맞선 다윗들

이제 인구 2500명밖에 안 되는 독일의 작은 마을 쉬나우로 시선을 돌려보자. 1986년 쉬나우에 사는 열 명의 학부모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쉬나우의 원자력 의존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독일의 원자력 의존도까지 줄여나가자." 이들은 자신들이 공부를 해나가면서 전기 절약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생활 강좌를 마련했다.

그런데 이들은 아무리 전기를 아껴 써도 요금이 그리 많이 줄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량 사용자에게는 낮은 요율을 적용하고 소량 사용자에게는 더 높은 요율을 적용하는, '낭비를 초래하는' 제도가 문제였다. 이들은 실제 사용량에 비례하는 요금제를 요구하면서 마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소규모 발전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각각 1000달러씩 낸 이들은 열병합 발전을 통해 전기를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조합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거대 전력회사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싸움은 쉽지 않았다. 주민투표를 통해 조합은 전기 공급권을 획득했지만 거대 전력회사는 이젠 전선, 변압기 등 배전시설 사용권에 막대한 돈을 요구했다. 처음 400만 마르크를 요구했던 전력회사는 주민들의 모금 운동이 불 같이 일어나자 870만 마르크로 가격을 2배 이상으로 높이는 횡포를 보였다.

다섯 명의 아이를 둔 우술라 슬라덱이 이 시점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독일에는 원자력에 반대하는 사람이 최소한 100만 명은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들이 각각 5마르크만 보내주면 870만 마르크를 조달할 수 있잖아요!" 이 전국적인 모금 운동은 독일 전역에서 불길처럼 확산됐고 결국 650만 마르크에 쉬나우 주민들은 배전시설 사용권을 확보했다.

그로부터 수 년이 지난 지금 이 조합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생태 에너지 공급자로 거듭났다. "우리의 전력망을 호수에 비유하자면, 모든 에너지는 두 가지 원천에서 흘러 들어오는데, 하나는 깨끗하고 하나는 더러워요. 하지만 우린 조금씩 더러운 물을 줄여가고 있어요. 호수는 점점 더 깨끗해지고 있고요."

'바디샵'과 아니타 로딕은 왜 실패했나?

2002년에 출간된 이 책에는 지난 3월 로레알에 친환경 화장품을 생산하는 바디샵을 넘긴 (그래서 '배신자' 소리를 듣는) 아니타 로딕의 얘기도 나온다. 이 책에서는 로딕이 바디샵을 다국적 기업에 넘길 것을 예상이라도 하듯 그를 '실패한 이상가'로 묘사한다. 바로 주식회사가 문제였다.

"사회와 환경의 정의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아니타 로딕이 어쩌다 스스로도 완전무결하다 볼 수 없는 거대한 초국적 기업을 운영하는 백만장자가 되었을까? 어떻게 보면 로딕은 황금 새장에 갇힌 새와 같은 신세다. 마음씨 좋은 사람이 고약한 시스템에 갇혀 버린 것이다. (…) 사업가가 자기 회사의 주식을 공개하면 얻는 것은 막대한 자금이고 잃는 것은 회사에 대한 통제권이다. 얼굴 없는 사람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주라는 얼굴을 갖게 되고 회사 운영에 대해 발언권이 생긴다. (…) 대부분의 주주들은 기업에 자신의 시간이나 열정이나 이상이 아니라 돈만 걸었을 뿐이기 때문에 기업이 돈만 벌어다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화이트 독 까페의 윅스는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 비전은 거대 기업을 키우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 익살이라고나 할까?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는 심정이었어요." 스즈키와 드레슬은 전 세계에서 '좋은 뉴스'를 만드는 이들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나 다국적 기업 같은 대규모 조직의 일률적인 틀을 따르지 않는다.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거나 지역 주민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따라서 이들은 매우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심지어 산만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자연을 닮았다."

'좋은 뉴스' 제보를 기다립니다

600쪽에 달하는 이 책에는 세계 곳곳에서 '좋은 뉴스'를 만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로 가득하다. 이 책을 다 읽는다면 이제 '좋은 뉴스' 타령은 그만해야 할 듯하다. 이 책의 실린 사람들은 아예 스스로 '좋은 뉴스'를 만드는 데 나선 장본인들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만들 '좋은 뉴스'를 널리 전하기 위해 <프레시안> 기자들도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좋은 뉴스'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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