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STP 전략 중 표적시장의 선정(Targeting)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표적시장의 선정은 시장세분화를 통해 여러 개로 분할한 세분시장 중에서 가능성이 있는 한 개 또는 복수의 시장을 선정하는 작업이지요.
타게팅을 낚시에 비유한다면 물고기가 많이 노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고기가 많이 노는 곳에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이 아무래도 물고기를 잡을 확률이 높을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물고기들이 많이 노니는 포인트라고 해서 모든 낚시꾼에게 적합하고 접근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낚시꾼이 그 자리를 선점하고 있을 수도 있고, 위치가 다가가기 힘든 험한 곳일 수도 있으며, 그곳의 어종(魚種)이 낚시꾼이 원치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준비해간 낚시채비나 미끼가 그곳의 어종과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장의 상황도 낚시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좋은 시장은 이미 경쟁자들이 선점했을 수 있고, 비어 있는 시장은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알면서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표적시장의 선정이 제대로 되려면 먼저 세분시장이 성공요건들을 갖추고 있어야만 합니다. 세계적인 마케팅 학자인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같은 이는 성공잠재력이 있는 세분시장이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측정가능성, 접근용이성, 실질성, 차별화가능성, 행동가능성 등을 꼽고 있습니다.
<측정가능성>은 세분시장의 크기와 구매력, 소비자의 특성 등이 측정 가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접근용이성>은 그 세분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유통채널이나 광고매체를 통해서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합니다. <실질성>은 그 시장에서 충분한 크기의 매출과 이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차별화가능성>은 세분시장들이 개념적으로 구분 가능하여야 하며, 각각의 시장은 상이한 마케팅믹스 요소와 프로그램에 다르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다르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 세분시장들은 결코 별개의 시장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행동가능성>은 그 세분시장들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시장세분화 작업이 이러한 요건을 갖추고 완성되었다면, 다음은 효율적인 타게팅을 위해 각 세분시장을 평가하고 진입할 시장의 숫자를 결정해야 할 차례입니다. 세분시장의 평가는 첫째, 시장의 규모와 성장가능성, 둘째, 시장의 구조적인 매력도, 셋째, 기업의 목적과 자원 등의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규모가 크고 성장률이 높은 시장이 꼭 최고의 선택은 아니라는 점만큼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의 규모가 크고 성장가능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그 시장을 공략할 기업의 역량은 부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작은 기업일수록 규모가 크고 경쟁이 심한 시장보다 규모가 작더라도 이익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세분시장을 택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의 구조적인 매력도란 세분시장 내에 존재하는 강하고 공격적인 경쟁자의 숫자와 잠재적인 대체제품의 존재 여부, 소비자와 원자재 공급자의 영향력 등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규모나 성장가능성도 충분하고 구조적으로도 매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시장의 기회가 기업의 장기적인 목표와 동원가능한 자금력 및 인적자원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결코 진입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각 세분시장을 평가한 다음 순서는 과연 어느 시장을 타겟으로 할 것이며 또 몇 개의 시장에 진입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타게팅 전략은 선택하는 표적시장의 크기에 따라 무차별마케팅, 차별마케팅, 집중마케팅, 미시마케팅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무차별마케팅 또는 대량마케팅>은 세분시장의 차이를 무시한 채 전체 시장을 표적으로 선정하여 한 종류의 제품만을 출시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이 전략은 세분시장의 차이보다는 전체 시장의 공통분모에 소구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면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을 구사하게 됩니다. 엄격하게 이야기하자면 무차별마케팅은 STP 전략에 포함할 수 없는 전략입니다. 낚싯대를 아무 데나 드리우고 물고기가 물어주기를 기다리는 무모한 타게팅을 결코 전략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차별화마케팅>은 세분시장 중 다수의 시장을 타겟으로 정하고 각각의 시장에 적절한 제품과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전략입니다. GM이 창업 초창기에 '다양한 소득계층과 다양한 용도, 다양한 개성에 맞는' 다양한 모델의 자동차를 시장에 출시해서 '값 싸고 질 좋은' T-모델 한 제품만을 고집하던 포드를 제압한 것은 고전에 속하는 사례입니다.
지금도 많은 의류회사들과 화장품회사들이 다수의 다른 연령대와 여러 가지 용도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으로 각 계층의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차별화마케팅은 대단히 매력적이고 위력적인 전략입니다만, 다수의 세분시장에 출시하는 만큼 마케팅코스트 또한 커지므로 중소기업에는 위험부담이 높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세 번째 전략인 <집중화마케팅>은 큰 시장에서 작은 점유율을 노리기보다는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노리는 전략입니다. 흔히들 틈새마케팅이라고도 부르지요. 예를 들어 '영안모자'는 야구모자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 기업이고 '흥진HJC' 역시 오토바이 헬멧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기업입니다.
집중화마케팅은 작은 부문에서 시작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해당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여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텍사스주 내에서만 운항하는 저가 지역항공사로 시작하여 지금은 미국 굴지의 항공사가 된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도 좋은 성공사례이지요. 집중화마케팅은 성공할 경우에는 높은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한 시장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불의의 큰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시장 자체가 갑자기 쇠퇴화하거나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이 그 시장에 뛰어들 경우가 그런 때이겠죠.
끝으로 <미시마케팅>은 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인들과 특정 지역의 욕구에 맞추어 조율하는 개인마케팅과 지역마케팅을 뜻합니다. 개인마케팅은 극단적인 시장세분화라 할 수 있으며 소비자 개개인을 각각 하나의 표적시장으로 간주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전통적인 맞춤양복이나 맞춤구두 시장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근자에 이루어지고 있는 컴퓨터와 인터넷 및 생산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오늘날에도 개인마케팅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델컴퓨터는 소비자 개개인의 다른 주문에 부응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케팅 방식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오늘날 개인마케팅은 컴퓨터 외에도 캔디, 의류에서부터 골프채와 트럭 등에 이르는 다양한 시장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지역마케팅은 제품과 촉진프로그램을 지역의 특성에 맞추어서 개발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개별점포 단위에서까지 그 인근지역의 특성에 맞게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요. 씨티은행은 각 지점별로 그 지역의 인구통계 특성에 맞게끔 다르게 구성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성공적인 제품 출시를 하려면 이렇게 다양한 표적시장 선정방법 중에서 자신의 역량에 가장 부합하는 전략으로 세분시장을 택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STP 전략의 다음 단계인 위치화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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