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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노동계, 'FTA 저지' 공동성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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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 노동계, 'FTA 저지' 공동성명 발표

양국 4대노조 "한미FTA는 나프타 전철 밟고있다"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노동조합들이 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해 발표했다. 두 나라 노동계가 한미 FTA에 대한 반대운동에 공조한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들은 이날 공동성명 채택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미 양국 정부가 벌이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 공동으로 직접 개입하며 반대하는 활동을 펼쳐 나가기로 합의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AFL-CIO·승리혁신동맹의 공조

한국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미국의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와 승리혁신동맹(Change to Win Federation)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 워싱턴 시내에 있는 헤이애덤스 호텔에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서에 서명한 뒤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그 내용을 발표했다.
▲ 한미 양국 노동조합 대표들이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 애너 버거 승리혁신동맹 위원장, 리처드 트룸카 미국노총산별회의 사무총장. ⓒ 프레시안

이번 공동성명에 참여한 미국노총산별회의와 승리혁신동맹은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노동조합이다. 미국노총산별회의는 800만 명의 조합원을 갖고 있고, 승리혁신동맹은 500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한미 양국 노동조합은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부의 FTA 추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이 협정이 두 나라 노동자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지적했다. 이들은 한미 FTA 체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노동권 침해와 환경 훼손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다국적 투자기업에 대한 지나친 보호 등을 꼽았다.

미국노총산별회의의 리처드 트룸카(Richard Trumka) 사무총장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은 지난 12년 간 100만 개가 넘는 일자리와 고용기회를 희생시키고 임금하락을 가져온 대신 기업의 이동성과 유연성을 가속화시켰다"며 "나프타 모델의 전철을 똑같이 밟고 있다고 확신되는 한미 FTA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승리혁신동맹의 애너 버거(Anna Burger) 위원장은 "한미 FTA가 사전협상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포함한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됐다는 점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갖고 있다"며 "더구나 한미 양국 정부가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나온 문서들을 협정체결 후 3년 동안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대목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한미 양국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두 나라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들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단결권을 강조하고 있는 ILO 87호 협약과 98호 협약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고 비준할 것을 양국 정부와 의회에 촉구했다.

"공동성명 채택, 실천적 활동으로 이어질 것"

이날 한미 양국의 대표적인 노동조합들이 한미 FTA라는 특정 사안에 대해 공동성명을 채택한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아울러 미국노총산별회의가 지난 1994년 나프타 협정이 체결될 때 이 협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의 공동성명은 내용의 측면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한국의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더 나아가 한미 양국의 대표적인 노동자조직들이 한미 FTA 협상 일정에 맞춰 이 협상에 공동대응하기로 한 만큼 이날의 공동성명 채택이 실천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의 김태일 사무총장은 "미국의 대표적 노동자조직과의 최초 공동성명 채택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작지 않지만, 앞으로 이어질 한미 FTA 본협상에서 미국의 노동자조직이 우리와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의 백헌기 사무총장도 "매우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동성명에 담았다는 점은 미국 노동자조직이 한미 FTA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나프타가 가져온 폐해를 실감한 이후 미국의 노동자조직도 자유무역의 문제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채택된 한미 양국 노동조합들의 공동성명 전문이다.

한미 FTA에 대한 노동자 공동성명
(Union Labor Declaration on the Proposed Korea-US FTA)


1. 미국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미국노총산별회의와 승리혁신연맹, 그리고 한국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공히 한미 FTA 협상이 이번 주에 출범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2. 양국 정부의 발표와 사전협상을 보면, 한미 FTA는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에 대한 미약한 보호,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부권한의 침해, 다국적기업 투자와 이익을 위한 강력한 보호조항 등 실패한 나프타 모델의 전철을 똑같이 밟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또한 이러한 협상을 출범시킨 결정과 사전협상 과정이 노동조합을 포함한 시민사회와 충분한 협의과정 없이 추진됐다는 점에 대해 문제제기한다.

3. 지난 12년 간 나프타는 미국에서 100만 개가 넘는 일자리와 고용 기회를 희생시키고, 미국 임금에 대한 하향압력을 증가시키는 대신 기업 이동성과 유연성을 가속화시키고 심화시켰다. 멕시코 노동자의 임금은 실제로 하락하거나 정체됐고, 불평등은 악화됐으며, 빈곤층은 증가했다. 미국 노동자들은 FTA에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기준을 보호하고 공공서비스의 보호를 위한 강력하고 강제력 있는 조항들이 포함돼야만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부시 행정부는 지금까지 체결된 많은 FTA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4.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에서 IMF 구제금융은 투기적 투자를 증가시키고 "고용 없는 성장"에 기반한 경제질서를 야기한 신자유주의 및 시장주도 "개혁" 과정을 촉진시켰다. 이러한 "개혁" 과정이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비정규직화와 공공서비스에 대한 사유화, 상품화를 야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노동조합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이러한 경향을 촉진하고 심화시키는 무역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5. 우리는 양국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직으로서, 양국의 노동기본권과 노동기준 현황에 대한 특히 많은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한미 양국에서 공히 안정적이고 좋은 임금(well-paying) 일자리가 임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체되면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침해가 위기적 상황에 처해 있음을 공유한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역시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우리는 양국 정부가 작업장에서의 근본 원칙과 권리에 관한 ILO 선언을 존중하고, 양국 정부에 대한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안을 즉각 이행해야 하며, 나아가 노동자들의 권리와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ILO 87호와 98호 협약을 비롯한 핵심협약을 비준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노조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죄의 적용, 직권중재 남용, 공무원노조 탄압 등에 대해 수 차례에 걸친 ILO의 실질적 개선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 정부에 위 상황의 개선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6. 양국의 무역과 경제협력은 핵심 노동기본권, 공공 및 사회 서비스, 식품안전과 식량안보, 환경, 공공건강과 교육에 대한 보호과정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사전협상이 진행된 이후 현행 한미 FTA는 전혀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협상가들의 발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나프타의 실패를 반복적으로 재생산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7. 우리는 한미 양국 정부가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나온 문서들을 협정체결 후 3년 동안 일반 국민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점에 주목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협상의 효율성"과 제3국과의 FTA 협상을 진행할 때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우리는 양국 정부가 이러한 문서들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8. 이에 양국의 노동조직은 향후 협상의 내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지속적인 공동대응을 펼쳐나갈 것을 결의하면서, 양국 정부에 아래의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우리는 '표준 FTA' 가 양국 노동자에게 미치는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의 충분한 참여 속에서 전면적으로 평가할 것을 양국 정부에 요구한다. 특히 '표준 FTA'가 노동기본권과 고용, 임금, 보건의료와 교육을 포함한 공공서비스, 문화다양성, 식량안보 등에 미친 영향이 반드시 평가돼야 한다. 이 평가 보고서는 미국 의회와 한국 국회에 제출돼야 하고, 양국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

둘째, 한미 양국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나온 문서들을 협상체결 후 3년 동안 공개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철회하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셋째, 한미 양국의 무역 및 경제협력이 나프타, 한-칠레 FTA, 그리고 기존 FTA의 부정적 모델을 밟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특히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의 건강과 안전, 노동기본권, 환경, 필수 공공서비스, 그리고 공정한 경제발전을 침해하는 나프타 방식의 무역규칙은 배제돼야만 한다.

넷째, 한미 양국 정부는 무역 및 경제협력의 전제조건으로 87호와 89호 협약을 시작으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만 하며, 양국 정부에 대한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CFA)'의 권고안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

다섯째,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FTA 협상을 중단하고, 노동조합을 비롯하여 시민사회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노동친화적인 양국의 무역과 경제협력 모델의 형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9. 한미 양국 정부가 위에 서술된 긴급한 요구들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한미 FTA 협상을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며, 이 협정이 이행되지 않도록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06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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