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에 이어 월마트도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다. 22일 신세계는 월마트 한국법인을 8250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월마트코리아가 신세계에 인수됨으로써 대형 할인유통업계 세계 2위인 까르푸와 세계 1위인 월마트가 모두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신세계, 8250억 원에 월마트코리아 지분 100% 인수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22일 조선호텔에서 월마트와 주식인수 계약식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월마트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월마트코리아를 825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월마트코리아는 국내에 16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총자산은 8740억 원, 종업원 수는 3356명, 지난해 7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국내 매장은 79개에서 95개로 늘어나고, 해외까지 합치면 중국의 7개 등 모두 102개로 늘어나게 됐으며, 매출면에 있어서도 이마트의 8조1000억 원에 월마트코리아 매출 7000여억 원을 합쳐 9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같은 매출규모는 2위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4조6000억 원의 2배 수준이다.
신세계는 점포 브랜드는 이마트로 통일하지만, 월마트코리아를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고 직원도 100% 고용승계하기로 했다.
구 사장은 또 "8000억 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은 자체 자금으로도 가능하다"면서 "연간 1조 원을 투자하고 있는 신세계로서는 은행에서 전액 차입해도 부채비율이 170%에 불과하고 2~3년 안에 충분히 다 상환할 만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월마트 "향후 5년 내 상위권 입지 구축 어려울 것으로 판단"
월마트가 국내 시장 진출 8년만에 철수하는 것은 상위권은 고사하고 5위로 처진 상황에서 역전의 기회를 잡을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 하트필드 월마트 아시아담당 사장은 "할인점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사실 한국시장에서의 입지전략 구축에 문제가 있었으며, 향후 5년 내에 상위 2~3위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지난 1998년 네덜란드 합작법인 한국마크로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진출한 이후 인천,일산,구성,강남 등 전국에 16개 매장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이 7287억 원인데 적자가 99억 원에 이를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얼마 전 이랜드로 넘어간 까르푸 인수전에도 신세계가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에 대해 시장에서는 '깜짝 발표'라는 등 다소 충격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구 사장은 "월마트코리아 인수 협상은 지난 3월부터 신세계와 단독으로 시작돼 구체적인 계약조항은 이달 초 도쿄에서 마무리됐다"면서 "까르푸 인수도 추진했지만, 까르푸보다는 월마트에 더 많은 가능성을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그 이유로 "까르푸는 32개 매장 중 8개 매장이 임차 매장인 반면 월마트코리아는 16개 점포가 모두 자가 점포이기 때문에 장부가라든지 시가평가를 봐서도 좀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월마트가 입찰 방식을 택하지 않고 신세계와 단독 협상을 한 이유에 대해 월마트측은 "종업원과 고객, 협력회사를 최대한 배려하는 차원에서 업계 1위인 업체를 고른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사실상 3개 대형업체로 구조조정
하지만 가뜩이나 대형 할인유통업계에서 비중이 큰 이마트가 월마트까지 인수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지각변동을 실감하는 분위기다.
업계 2위, 3위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점포 수는 42개, 45개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뿐 아니라, 4위였던 까르푸의 경우 이랜드에 인수된 뒤 기존 할인점 점포와는 다른 방식의 점포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3개 유통업체로 구조조정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에 압도적 1위 자리를 굳힌 이마트는 앞으로 국내 출점 대신 향후 중국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구학서 사장은 "중국사업에 더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며 "중국 투자를 좀더 앞당기고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세계 주가는 코스피지수가 33.70포인트 하락하는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6.60%(2만8500원) 오른 46만 원으로 장을 마쳐 월마트 인수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한편,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5%가 넘으면 시장지배적사업자로 규정되는 공정거래법 상 독과점 규정과 관련, 구학서 사장은 "월마트를 인수한 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지 않아 독과점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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