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뛰어난 CEO에겐 훌륭한 비서가 있습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뛰어난 CEO에겐 훌륭한 비서가 있습니다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40〉 비서 활용방법

K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는 것이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각별히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비서의 활용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CEO들은 대부분 비서의 업무보좌를 받습니다만, 비서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게만 볼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유행했던 007 시리즈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의 상사인 M의 비서로 중년에 접어든 여성이 나왔던 거 기억나시지요? 선진기업 CEO들의 여비서는 나이가 지긋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비서라고 하면 20대의 젊은 여성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 CEO들의 비서와 선진기업 비서의 역할 차이는 바로 그 나이의 차이만큼이나 큰 것 같습니다.
  
  비서의 역할은 다양합니다. 전화 응대와 차 심부름이나 하는 단순한 역할에서부터 최고경영자의 최측근 참모로서 경영을 보좌하며 조직의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하는 비서에 이르기까지 업무의 범위도 각양각색이지요. 비서실의 조직도 기업의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임원급 비서실장과 분야별 담당비서를 두는 큰 비서실이 있는가 하면, 여비서 한 명이 모든 일을 담당하는 작은 비서실도 있습니다.
  
  비서실 조직이 단출할수록 비서의 능력은 더욱 다양하게 요구될 터인데 실상은 업무의 범위가 축소되는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입니다. 정보화혁명의 시대에 비서는, 아직 아날로그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최고경영자의 일급 디지털 참모이어야 하고, 또 경영자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의 제공자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에 대한 상당한 전문지식과 일상적인 자료를 정보화할 수 있는 자료가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에서 비서의 역할은 대부분 경영보좌보다는 일상적인 업무보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많은 경우 업무보조의 역할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최근에 저는 어느 서비스업체의 경영자와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회사의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여비서에게 일단 제 성명과 신분을 밝혔습니다. 그랬더니 그 비서는 간단하게 '네'라고 응답하더군요. 좀 어이가 없었지만 다시 한 번 저의 이름과 소속을 밝히고 누구누구의 소개로 전화를 드렸는데 사장님과 통화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약속이 되어 있느냐'고 되묻더군요.
  
  그 회사는 전문서비스를 업으로 하는 기업이고 제가 그 회사의 고객 입장인데도 여비서의 전화응대가 그런 식이니 울화통이 터지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통화를 한 그 회사의 사장님은 아주 매너가 좋은 분이었고 업무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만, 비서의 예의 없는 언행으로 인해 생긴 그 회사에 대한 나쁜 인상은 두고두고 지워지지 않더군요.
  
  물론 그 사장님은 자신의 비서가 그렇게 불손한 언행을 하고 있고 고객에게 불쾌한 인상을 주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평소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친교가 있던 최고경영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비서가 고압적인 언사를 쓰며 연결시켜 주지 않고, 그 후에도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는데도 답신이 없자 공개적으로 상대방을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힐난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일이 우습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마침 쌍방을 잘 아는 제가 그 상대방에게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통화를 한 번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더니 정작 본인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 경위를 알아보니 비서가 전화를 건 분을 불청객으로 예단하고 사장님에게 과잉충성을 한 데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상사에게 연결해야 할 전화를 연결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바꾸지 않아야 할 전화를 바꿔서 상사를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우리 주변에서 전화의전의 잘못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흔히 비서가 전화를 걸어서 상대를 기다리게 해놓고 자신의 상사를 연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직계 부하가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을 대기하게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지요. 센스 있는 비서라면 그런 매너로 자신의 상사를 궁지에 몰아넣지는 않을 것입니다.
  
  상대방도 비서가 있는 경우라면 비서끼리 의논해서 동시에 연결한다든지, 비서가 없는 경우에는 신호가 가는 동안에 상사와 연결하는 것이 바른 예의이겠지요. 요즘엔 누구나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는 세상이라서 비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화를 연결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그럴수록 전화를 거는 사람의 매너가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비서는 경영자의 얼굴이자 회사의 얼굴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회사의 비서는 언제 전화를 걸어도 반갑게 인사를 하며 항상 안부를 묻습니다. 비서가 바뀌어도 한결같이 아는 척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기에 그 연유를 물었더니 전 비서로부터 그렇게 인수인계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비서의 역할로 인해 그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항상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CEO는 훌륭한 비서를 둔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14년 간 잭 웰치의 비서를 지낸 바 있는 로잔 배더우스키는 '잭의 비밀병기'라 칭송되었고 잭 웰치 스스로가 자신의 '오른팔이자 왼팔'이라고 했을 만큼 상사를 잘 모셨다고 합니다.
  
  결국 훌륭한 비서는 경영자의 관리와 훈련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키워진 비서는 경영자의 분신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지요. 그래서 뛰어난 비서는 경영자와 파트너로서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유능한 비서는 센스 있는 전화 응대 외에도 상사의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를 하며 상사가 외부인사와 면담이 있거나 타 회사를 방문하게 될 때에는 그 회사에 대한 정보와 면담상대의 인적사항 및 특이사항 등도 파악하여 참고자료를 준비합니다. 상사의 출장일정이 잡히면 출장지의 정보와 날씨는 물론이고 필요한 의상과 호텔, 식당 및 문화, 관광에 관한 정보 등도 조사하여 자료를 만듭니다. 그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수준급의 외국어 실력은 기본이지요.
  
  경영자가 꼭 읽어야 할 자료나 기사, 서적 등에 관한 정보는 따로 지시가 없더라도 항상 준비하여 일상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출중한 비서는 상사가 질문할 것을 사전에 예측하여 답변과 자료를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비서는 최고경영자와 회사조직의 중간에 서서 의사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정보전달의 창구 역할도 해야 합니다. 때로는 최고경영자의 의논상대가 되기도 하며 조언자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상외로 비서가 중요한 의사결정의 단초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런 경우에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비서 자신도 스스로 경영보좌역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경영자 또한 평소에 비서를 파트너로서 훈련시켜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조련된 비서와는 오랫동안 같이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자세하게 직무기술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 교체시 업무의 완벽한 인수인계를 위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비서가 마지막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거운 입입니다. 최고경영자의 비서는 업무의 성격상 회사와 상사 개인의 중요 정보를 많이 알게 됩니다. 그러한 비서가 자신이 업무상 습득한 정보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경영자는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과 자질을 갖출 때 비로소 비서는 업무 보조의 역할에서 벗어나 경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비서협회가 1998년에 그 회원의 명칭을 비서(Secretary)에서 행정전문가(Administrative professional)로 바꾼 것은 그러한 직무상의 목표와 경향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이번주에는 사장님께서도 비서의 역할과 자질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시고 비서의 역량 극대화 방안을 모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