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업의 영원한 숙제라고 할 수 있는 경영혁신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슘페터는 일찍이 "기업은 혁신"이라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만, 오늘날에도 기업들은 끊임없이 경영혁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영혁신은 이제 기업에 사활의 과제로, 기업은 혁신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리고 기업이 목표한 바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거나 새로운 목적을 추구해야 하는 시점에는 더욱 절실하게 혁신이 필요하게 됩니다.
1980년대에는 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어느새 20년으로 줄더니 최근에 나온 한 보고서는 기업의 평균수명을 15년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경영혁신은 이런 환경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단으로 여겨지면서 이제 기업의 일상업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에 살아남을 조직과 사라질 조직은 혁신활동을 하는지의 여부로 분간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지요. 경영을 '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혁신은 그 자체가 경영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장님께서도 기업에 몸을 담으신 지 오래되셨을 터이니, 그동안 수많은 경영혁신 활동을 직접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오래 전의 전사적 품질관리(TQM), 간판방식(JIT) 등에서부터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EP), 전사적 자원관리(ERP), 벤치마킹, 아웃소싱,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6시그마 등에 이르기까지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거의 모든 경영혁신 방법을 체험한 바 있습니다.
최고경영자가 되면 누구나 경영혁신을 꿈꾸게 되고, 대부분 그 꿈에 도전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많은 경영혁신 활동들이 극소수의 성공사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실패로 돌아간다는 사실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결과를 가늠해볼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래도 그런 경험이라도 쌓았기 때문에 오늘날의 우리 기업이 존재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혁신 실패는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외환위기 직후 우리의 부실 대기업을 인수한 어느 외국인 경영자는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한국기업이 첨단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이미 도입하고 있는 데 대해 한 번 놀랐고, 엄청난 비용을 들인 그 프로그램들이 별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고 하더군요.
물론 한 번의 경영혁신 활동이 기업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해주진 않겠지만, 성공한 혁신과 실패한 혁신의 차이는 현격합니다. 그래서 경영혁신을 엄격하고도 초지일관되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영혁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 첫 번째는 무엇보다 참여의 부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고경영자는 회사를 일으켜 보겠다는 불같은 의지로 경영혁신에 착수하지만 종업원들의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경영자들이 흔히 갖는 착각 중 하나가 종업원들도 자신만큼 회사 일에 애착을 갖고 있고 경영혁신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종업원들은 경영혁신이라고 하면 괜히 자신들을 귀찮게 하는 일이고. 잘못하면 그 진행과정에서 해고 등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경영혁신 운동이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지요. 대다수의 종업원들은 최고경영자와 같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또 혁신활동을 과외의 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에서 지시하면 대충 하는 시늉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두 번째 원인은 구체적인 혁신목표의 부재입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경영혁신을 분위기 쇄신이나 구태청산(舊態淸算) 같은 일과성 이벤트로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의 방향이나 계량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정확한 목표를 갖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업원들에게 있어 혁신의 결과는 바로 기업의 미래이자 비전입니다. 비전이 없는 일에 종업원들이 정성을 쏟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혁신운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행이 지지부진해지고 관심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세 번째 원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지원의 부족입니다. 최고경영자는 경영혁신 운동의 초창기에는 열의를 갖고 덤벼들지만 대부분 성급한 기대를 갖기 때문에 단시간에 큰 진전이 없으면 무관심해지기 일쑤이고 동시에 지원도 급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경영자들은 경영혁신 활동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운동을 자신이 직접 주도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고, 설사 참여한다 하더라도 중도에 발을 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추진자보다는 평가자의 역할을 더 선호하는 것이지요.
많은 경우 기업의 혁신 대상은 종업원들보다는 경영자 자신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영자가 스스로의 변화는 고사하고 혁신에 대한 관심과 지원조차 외면할 때 개혁의 성공은 물 건너가게 되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경영혁신의 성공 비결은 명약관화해집니다. 실패의 원인을 제거하면 되는 것이지요. 경영혁신이 성공하려면 첫째, 조직구성원 전체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참여의식 제고는 변화에 대한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입니다.
둘째, 전 임직원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그들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혁신의 목표와 비전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목표 달성의 결과는 당연히 종업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포함하고 있어야겠지요.
셋째, 그러자면 경영혁신의 목표는 구체적인 추진방향과 성과 중심으로 제시되어야 하고 성과의 측정 장치와 보상체계도 명시하고 있어야겠지요. 기업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혁신관리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며, 그런 점에서 GE의 변화가속과정(CAP: Change Acceleration Process)은 참고할 만한 좋은 제도입니다.
끝으로 경영혁신의 성공은 최고경영자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적자에 허덕이던 스칸디나비안 항공에 CEO로 취임한 얀 칼슨은 1년 동안 직접 현장을 누비며 고객만족 경영의 전도사 역할을 한 끝에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회생시킨 바 있습니다.
결국 경영혁신의 성공 여부는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달려 있으며 최고경영자는 열정과 배려로 혁신 프로그램을 일관되게 이끌어가야 합니다. 사장님께서도 이번 주에는 회사에서 추진하셨던 과거와 현재의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평가해 보시고 보완할 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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