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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리, 영미식 기업모델의 한계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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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리, 영미식 기업모델의 한계 입증"

진보정치硏 '좋은 기업 만들기'…"독일 모델을 배우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비자금 조성, 부채탕감 로비 등 그에게 적용될 죄목은 다양하지만 이들은 모두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된다. 다름 아닌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다.
  
그런데 정몽구 회장의 이런 '이중 부정(父情과 不正)'을 사전에 막을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사외이사제, 집단소송제, 주주대표소송제, 감사위원회 등 재벌의 전횡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우리 사회가 도입한 다양한 경영권 견제 장치들은 왜 제 효과를 내지 못했을까?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소장 장상환)는 24일 '좋은 기업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표한 두 번째 연구보고서 '위기의 현대차그룹, 어디로 갈 것인가?: 독일 기업지배구조에서 배우자'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진보정치연구소의 '좋은 기업 만들기' 프로젝트는 재벌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사회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의 체제를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릴레이 연구보고서 발표' 행사다.
    
"영미식 모델로는 재벌문제 해결 못해"
  
이 보고서를 작성한 조진한 상임연구위원은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재계 1, 2위의 대규모 기업집단이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에 휩싸이고, 총수 일가는 회사의 이익을 사적으로 편취하거나 유용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으며, 우리 국민은 재벌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걱정한다"며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나라인가?"라고 반문한다.
  
조 연구위원은 "사외이사제도나 집단·대표소송제와 같은 영미식 제도로는 우리나라 재벌의 지배구조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현대차그룹이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것과 관련해 "기존의 사외이사제와 감사위원회로도 제어할 수 없는 재벌의 비리를 윤리위원회가 과연 어느 정도나 감시할 수 있겠느냐"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어 조 연구위원은 "따라서 우리는 실질적으로 기업의 민주주의를 달성하고 기업의 성과가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독일식 기업지배구조'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독일식 지배구조=공동결정 제도+민주적 지배구조
  
조진한 연구위원에 따르면 독일의 기업지배구조는 '공동결정 제도'와 '민주적 지배구조'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뤄져 있다.
  
공동결정 제도란 산별교섭, 사업장평의회, 감독이사회라는 세 개의 각각 다른 분권화된 의사결정 체제가 생산 목표, 생산품의 종류, 생산 방식, 기술 도입, 투자 규모, 새로운 공장 건설 등과 같은 기업의 의제들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조 연구위원은 "산별교섭에서 사회적 규율을 정하고, 사업장에서 노사가 세세한 사안들을  결정하며, 감독이사회에서 기업의 의사결정을 감시하고 통제한다"고 공동결정 제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 뒤 "그야말로 멋진 트라이앵글이지 않느냐"고 찬사를 보냈다.
  
한편 민주적 지배구조란 경영을 담당하는 '경영 이사회'와 이를 감시하는 '감독 이사회'로 이사회를 이원화하고, 감독 이사회를 주주 대표, 노동자 대표, 주거래 은행 임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로 구성해 다원화된 이해관계를 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벌은 일원적 이사회 체제를 가지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된 감독 이사회는 그 구성 원리상 지배주주의 비합리적인 투자와 고용 관행을 저지하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노동, 자본,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며 "이런 시스템의 사상적 기저에는 기업을 주주의 소유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조직이나 제도로 보는 사회적 관점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의 미약함이 약점
  
물론 독일식 기업 지배구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진한 연구위원에 따르면 독일의 기업지배구조는 기업 총수가 노동자의 자산을 탈취하는 행위를 제어하는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영자, 종업원, 부품 공급자 및 계열사 등 내부자들이 담합하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조직을 발전시키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렇게 구조 자체에 내재된 문제점 외에도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거센 '세계화 바람'이 독일식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과의 격한 경쟁에 직면한 독일의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목으로 임금과 사회보장을 축소하는 한편 세금 감면과 환경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한편 기업에 장기금융을 제공하고 감독이사를 파견해 기업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던 은행들은 기업금융을 줄이고 펀드나 연금 운용업무를 늘리기 시작했다.
  
"기업을 사회적 제도로 보는 독일식 관점"
  
조진한 연구위원은 이런 내부적, 외부적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독일식 기업지배구조 모델은 재벌의 기형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효율성과 경쟁력만을 강조하고 노동을 생산요소 중 하나로만 치부하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가 한국을 장악한 현실에서 "기업을 개별 행위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조직 또는 제도로 보는 독일식 관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조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발전의 관건이 재벌 개혁이라면, 재벌 개혁의 관건은 기업지배구조의 민주화"라며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사용자와 산별노조 간 사회적 노사규율의 확립, 작업장의 민주화, 노동자의 이사회·감사 참여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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