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월 초 느닷없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로 '졸속', '퍼주기', '대통령의 한건주의' 등 온갖 논란이 불거져 왔다. 정부가 외교안보적 고려도 없이 한미 FTA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그 이전에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의 기본자료로 삼는 동시에 국민들에게 한미 FTA의 이득을 홍보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연구보고서들이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미 FTA를 둘러싼 이런 논란과 관련해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이 <프레시안>에 '사회의 양극화, 사고의 단극화'라는 제목의 긴급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기고문에서 정 전 비서관은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는 정부의 태도와 논리에 대해 자신이 제기해 온 비판에 대해 최근 청와대 및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등 정부 관련부처와 일부 언론에서 일제히 '반박'해 온 데 대한 '재비판'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정부관료와 보수언론의 '반박'이 지닌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동시에, 한미 FTA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시키고 올바른 토론이 전개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한미 FTA 협상 과정과 관련 문서들을 사실 그대로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정 전 비서관이 <프레시안>에 보내온 긴급 기고문을 3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이 기고문은 25일 발매되는 <시사저널> 제862호(5월 2일자)에 게재되는 글(요약본)의 전문이다. <편집자>
"장기(長期)적으로는 우리 모두 죽는다. (…) 만약 경제학자들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계절 한가운데서 폭풍우가 그치면 대양은 다시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면 그들은 너무나 쉽고, 또 아무 쓸모도 없는 임무를 스스로 떠맡고 있는 셈이다." (존 케인즈의 <화폐개혁론> 중에서)
2006년 4월 17일 청와대 홈페이지가 '융단폭격'을 하고 나섰다. 정문수 경제보좌관(이하 존칭 생략),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출신 정인교 인하대 교수에 이르기까지, 어느 언론이 적절히 묘사한 것처럼, 화력을 총동원한 느낌일 정도다. 물론 이 폭탄은 4월 15일에 열린 대규모 한미 FTA 반대집회를 계기로 한미 FTA 반대운동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한 대응의 성격이 강하지만, 행간을 읽어 보면 나도 공격목표 중의 하나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주장에 십분 동의한다. "이제 '협상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보다는 '어떻게 협상을 할 것이냐'에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김종훈)이며 "(이제) 각계의 이해 관계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우리 협상단에 힘을 실어주는 일치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정인교) 또한 "한미 FTA 협상을 반미주의적 시각에서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객관적 사실에 의한 대안 제시로 국익 극대화에 기여해야"(정인교) 한다.
단 이런 주장들이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와 한미 FTA 지지자들이 한미 FTA를 추진해야 할 '객관적인 사실 논거'를 제시하고 있는지부터 확인되어야 한다. 수많은 뛰어난 인력과 자료를 동원할 수 있는 정부에 대해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책임을 지라는 것은 불편부당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검토할 대상은 '4월 17일의 융단폭격'과 홍보를 강화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충실히 따른 '국정브리핑' 등이다.
아무리 비유라 해도 좀더 그럴듯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정부의 한미 FTA 추진 논리를 따지기에 앞서 준비운동 삼아 논리나 사실과는 무관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비유에 관해 간략히 언급하자. 이른바 '구한말 시리즈'다.
한미 FTA 반대론자라기보다는 신중론자라고 해야 마땅한 사람들이 한미 FTA를 을사늑약에 비유하자 청와대는 "5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의 구호를 연상시키는 대목"(정문수)이라거나 "20년 전의 종속이론"(이백만, 정인교)이라는, 모 신문에나 어울릴 비상식적 발언을 내뱉는가 싶더니, 급기야 '신미양요 때 미국과 잘 협상했더라면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 되었을 것'(국정브리핑)이라는 극단적인 역사적 상상력까지 발휘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상상력의 빈곤을 보여주는 진부한 비유이지만, 아무리 비유라 해도 조금 더 그럴듯할 필요는 있다.
물론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이나 FTA 추진 세력을 이완용이나 박제순에 비유하는 건 아무리 봐도 지나친 감이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그의 지칠 줄 모르는 개혁의지를 생각해보면 김옥균에 비유해야 더 잘 어울린다. 한편 문화연대회의 등의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동학혁명군에 가까운 느낌이다.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꼭 '역사의 가정'을 해볼 필요가 있다면, 김옥균과 동학혁명군이 결합하는 멋진 그림을 꿈꾸지는 못할지언정 엉뚱하게 신미양요 쪽으로 튀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 정부가 주장했던 '개방과 개혁'의 핵심은 '외부의 쇼크'가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이었다. 처음 이 두 가지 개념들을 한데 묶어 참여정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자 했던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뜻도 '사회적 대타협에 기초한 개방'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실제로 스웨덴, 네덜란드 등 개방의 거친 파고에 잘 적응하고 있는 나라들은 사회적 대타협의 지혜를 발휘해 개방의 부작용에 대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갖춘 나라들이다.
이렇게 '사회적 대타협에 의한 개방'을 주장했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외세에서 개혁의 추동력을 찾은 김옥균처럼 '외부 쇼크에 의한 개혁'을 꿈꾸고 있다. 예수나 마르크스보다 그의 사도들이 교리에 더 철저했듯 대통령의 참모들은 노 대통령의 뜻을 극단적으로 해석하고 행동해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황공한 칭송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옥균은 실의에 빠진 지식인에 불과했지만 노 대통령은 아직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심각한 차이로 바투 다가온다. 그러나 비유는 비유일 따름이다. 이제 구한말의 비유는 식상함을 넘어섰다.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대로 사실과 논리의 세계로 가자.
졸속성 논쟁을 끝내는 법…공개만이 해결책이다
먼저 반성하는 의미에서 나로부터 촉발된, '한미 FTA가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졸속성 논쟁부터 정리하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마디로 '공개'가 모든 의혹을 깨끗이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한미 FTA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내 지적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는 2005년 4월 제4차 대외경제위원회에서 "정부의 일관된 노력을 '한건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김종훈)거나 "한미 FTA 추진의 타당성에 대해 이미 'FTA 추진 로드맵'의 수립단계부터 검토됐었고, 정부뿐 아니라 산업계, 국책연구기관 등에서도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다양하고 면밀한 연구를 거쳤다"(국정브리핑)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증거자료로 2003년 8월에 마련된 '선진형 통상국가론'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내 기억으로는 2004년 12월 제3차 대경위가 열렸던 당시만 해도 정부의 통상목표는 2006년 말경 거대경제권과 FTA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한 교두보를 구축하는 정도였다. 또 내가 국민경제 비서관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2004년 5월에 열린 제4차 대경위에서도 선진형 통상국가론의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 회의의 주된 내용이었고, 한미 FTA에 관한 언급은 한일 FTA 등 다른 FTA의 추진현황과 함께 부록처럼 처리됐었다.
또한 정부는 한미 FTA 추진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주도성을 강조하면서 스크린쿼터의 축소, 의약가 재조정의 문제 등 소위 '4가지 통상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미국 측이 내건 한미 FTA의 선제조건이 아니었음을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9월 제5차 대경위에서는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그해 6월에 열린 양국 통상장관 회담에서 '통상현안을 사전에 해결하기 위한 우리 측의 노력'을 강조했다는 사실(즉 4대 현안의 해결이 한미 FTA의 선결요건이라는 것)과 그에 대응하기 위해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가 미국으로 급히 떠났다는 사실이 보고됐었다.
정부가 제안한 대로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자. 간단하다. 제1차 대경위부터 노 대통령이 한미 FTA의 공식 추진을 추인한 제6차 대경위까지 진행됐던 토론의 내용과 관련 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김종훈 대표는 대경위의 존재 자체를 회의적인 것으로 묘사했는데, 어디서 한미 FTA 추진의 최종 결론을 내렸는가만 봐도 그가 잘 몰랐거나 일부러 외면한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제1차 대경위부터 제4차 대경위까지 나온 자료들 중에는 비밀이라고 부를만한 것들도 별로 없었지만, 꼭 비밀을 지켜야겠다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만 자료들을 보내 사실 확인만 하도록 하면 된다. 이리 간단한 방법을 두고 그 바쁜 청와대가 매일 폭탄 투하하듯 글을 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내친 김에 한 가지 더 언급하자. 김종훈 대표는 '정부가 한미 FTA의 추진을 결정하는 데 있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논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미뤄 한미 FTA에 대한 외교안보적인 고려가 미흡했다'는 내 지적을 부인하며 "청와대에 모든 사안을 보고했다"고 응수했다. 이것과 관련된 문서들도 국회 통외통위에 보내 공개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또 정부는 '한미 FTA를 전제하지 않은 사전협의'에서 'FTA 실무 준비'로 탈바꿈한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의 한미 접촉에 관련된 보고서들도 공개해야 한다.
'통계조작'에 관한 왈가왈부 끝내자…이것도 공개하면 해결돼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게 들릴 연산가능 일반균형(CGE) 모형은 한미 FTA와 같은 외부 쇼크가 일어날 경우 나라 경제 전체에 어떤 변화가 초래될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데 유용한 도구다.
그런데 이 모형을 이용해 대외경제정책위원회(KIEP)가 연구조사한 결과를 요약한 표를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내용에는 무역수지가 빠져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자유무역협정의 효과를 추정했다면서 무역수지가 없는 것에는 필시 곡절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시사월간지<말>과 권영길 의원실의 추적으로 숨겨져 있던 표 하나(2006년 2월)가 발견됐고 그 표에는 73억 달러의 수지악화로 돼 있던 것이 KIEP 3월 발표자료에는 47억 달러 수지악화로 둔갑됐음이 밝혀졌다. 그렇게 무역수지는 바뀌었는데 실질 GDP 등 다른 지표는 그대로 있다는 사실은 더욱 흥미롭다. 연립방정식 체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한동안 뜸을 들인 뒤 이경태 원장이 나서서 73억 달러가 47억 달러로 바뀐 것은 쌀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며 GDP 등 다른 지표도 바뀌었는데 그 변화가 적어서 그것은 옛 데이터를 그대로 썼다는 것이다. 주루룩 한꺼번에 나온 지표를 그저 요약만 하면 되는데 굳이 힘들여서 두 데이터를 분리해서 발표한 이유도 석연치 않고, GDP 0.7%포인트(무려 5조 원이 넘는 돈에 해당한다) 정도를 별 것 아니라 무시했다는 생각도 이해가 안 된다. 더구나 그 지표를 한덕수 부총리가 강연마다 사용했다면 결과적으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그런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이 적어도 학자의 양심을 지니고 있다면 황우석 교수와 같은 일을 했다는 자각이 있어야 할 터인데, 언론이 조용하다 해서 자기 자리를 마냥 지키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 문제는 황 교수 사건 때 그러했듯이 일단 학문공동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경제학계에도 브릭과 같은 청년 학자들의 모임이 있다면 이 문제는 벌써 풀렸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 모형에 사용된 방정식들, 각종 탄력성 지표들, 입력시킨 데이터 등 모든 것을 공개하면 간단하게 수습된다. 다른 사람이 똑같은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논문에 사용된 자료를 공개한다는 학문세계의 기본 규칙만 지키면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공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다. 생산성 1% 증가라는 '추가 가정의 현실성'에 관한 것은 충분히 논쟁의 소지가 있지만 제쳐 두자. 문제는 그 '결과의 현실성'이다. 평소에 하던대로 그냥 한미 FTA에 따른 외부 변화에 대응해 자본과 노동이 이동해서 완전고용에 이르는 경우의 수치(이를 KIEP는 자본축적모형이라고 부른다)가 1.99%다.
현재의 실질 GDP 성장률 3~4%에 증가분 1.99%를 더하면 5~6%가 된다.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성과이며, 또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치다. 반면 7.75%는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의 실질 GDP가 10%를 넘는다는 얘기다. 한국 정도 규모의 성숙된 경제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며, 그것도 한미 FTA라는 외부충격이 그런 효과를 낳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현실적인 수치 1.99%를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비현실적인 수치 7.75%로 둔갑시킨 것이다. 정상적인 학자라면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당연히 외압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데, 이 의혹은 불행히도 공개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미국과의 FTA가 역시 부담이 있어서인지 비슷한 의혹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제기됐고, 거기서는 한 공무원의 용기있는 양심선언으로 문제가 풀렸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이런 모든 문제점을 알고도 그러는 건지, 아니면 몰라서 그랬는지 <국정브리핑5>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통계를 인용하여(여기에도 무역수지 항목은 빠져 있다) "소득, 수출, 일자리… '얻는 것'이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로 시작하지만 이 정도로 근거없이 추진된다면 그 구더기가 무서울 수밖에 없다.
지리한 통계 얘기는 한마디만 더 하고 마치자. FTA의 기대효과를 추정하는 방법이 CGE 모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력모형(2004년 결과는 130억 달러 흑자가 난다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결과가 나왔으므로 다시 돌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산업 내 무역분석, 탄력성 분석, 생산-고용 효과 분석 등 다른 추정방법도 있다. 각 분석의 장단점이 있으므로 모두 돌려 결과를 구한 뒤 종합해서 본다면 더욱 현실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소모적인 논쟁은 빨리 종식시키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충분한 준비'란 게 무엇인가…이것도 공개하라
"정부발주 연구용역을 포함해 10여 차례에 걸쳐 전문가 연구와 세미나, 공청회를 진행했다"(국정 브리핑)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실제로 정부는 공식적으로 세 건의 용역이 완성됐다고 했다. 정인교 교수 역시 "정부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다수의 연구과제를 발주"했다고 주장했는데 그 다수가 몇 건인지, 그리고 어떤 내용인지를 공개하는 건 아주 쉬운 일에 속할 것이다.
참고로 한일 FTA의 경우에는 정부발주만 공식적으로 26건이다. 세미나와 공청회까지 친다면 5년에 걸쳐 민간연구, 산관학 연구를 모두 거쳤으니 100건이 훨씬 넘는다. 민간연구까지 합쳐서 공개 출간된 것만 해도 100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연구란 여러 관련 기관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보통 3년 정도의 시간과 공을 들여 중요한 국정과제를 연구하는 것이다. 한미 FTA의 경우 2005년에야 이런 공동연구가 시작했다. 각 연구기관이 적어도 2004년 말까지는 한미 FTA가 이렇게 느닷없이 닥칠지를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정부가 해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연구만이 '준비'가 아니다. 그것은 1단계에 불과하다. 외부쇼크가 닥쳤을 때 국민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숙지할 만큼 되어야 충분한 준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제도변화가 일어날 건지, 그럴 경우 어떠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놓고 도상연습을 해야 할 필요가 있고, 시나리오 별로 국민이 맞닥뜨릴 문제가 뭔지도 알려야 한다(2단계 준비). 그뿐만 아니다. 그 제도변화가 기존의 제도와 어떠한 마찰을 일으킬 것인지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제도적 불일치는 심각한 사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 미리미리 제도를 바꿀 수 있다면 점진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국민을 믿는다"며 1997년 경제위기 때와 같은 고통을 그대로 국민에게 떠안기는 것은 진지한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