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1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한반도 전역에 대해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SBS>를 거치지 않고 경기 장면을 중계한 문제를 거론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은 이웃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이웃과 법적인 거래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월드컵 방송을 훔치거나 해적질하는 쪽을 선택했다"면서 북한을 '범죄 국가'(criminal state)라고 매도했다.
그는 월드컵과 같은 국제적 이벤트를 북한 주민들에게 더 많이 노출시키면 폐쇄된 북한 사회가 좀 더 개방화될 가능성을 인정한다면서도 이것과 별개로 미국은 지적재산권 문제에는 강경한 입장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피파 "북한 월드컵 방송 적법"
그러나 미 국무부가 거짓 정보를 가지고 북한에 섣부른 '주홍글씨'를 새겼다는 사실이 판명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SBS>는 16일 "피파는 남북한 간의 월드컵 중계권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최빈국인 데다가 32강전 출전국임을 감안해 북한에 경기 화면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어제 저녁 우리 측에 밝혀왔다"고 전했다. 피파가 월드컵 화면을 제공한 국가는 북한 외에도 동티모르, 라오스 등 6개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앞서 지난 12일 이번 월드컵 개막전인 남아공 대 멕시코 경기를 방송사 마크를 가리고 원 방송의 소리를 줄여 녹화 중계해 '해적 방송'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월드컵과 관련해 한반도 전역의 중계권을 가진 <SBS>가 북한에 화면을 제공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연히 무단,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은 것이다.
▲ 북한이 지난 11일(한국시간) 있었던 남아공대 멕시코 개막전을 다음 날인 12일 밤 녹화로 중계했다. ⓒ연합뉴스 |
그러나 아시아방송연맹(ABU) 대변인은 "개막전 직전 방송연맹과 피파가 북한 등 7개 빈곤국에서 월드컵을 중계에 주기로 합의했다"고 15일 밝혔고, 이 사실이 피파를 통해 재차 확인되면서 북한의 해적방송 논란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SBS> 관계자는 "피파가 뒤늦게 입장을 밝혀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서 "현재 피파와의 계약서를 상세히 검토 중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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