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KIEP "한미FTA 체결돼도 대미수출 증가 장담 못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KIEP "한미FTA 체결돼도 대미수출 증가 장담 못해"

미국의 비관세장벽 만만찮아…중국 제품과도 경쟁해야

최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할 필요성과 그 효과에 대한 보고서들을 쏟아내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이번에는 한미 FTA의 체결로 한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없어져도 그것이 곧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은 FTA 체결로 인한 관세인하 폭이 클수록 더 엄격한 비관세 장벽을 도입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고도 높은 가격경쟁력으로 미국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게 우리의 처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동북아경제협력센터의 방호경 연구원은 〈주간 금융브리프〉에 게재된 '최근 미국시장에서의 한·중·일 3국 관세율 및 수출성과: FTA 체결국과의 비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의 '고무줄' 무역장벽**

방호경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한미 FTA 체결은 관세인하로 인한 가격경쟁력 제고로 이어져 미국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여건을 개선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양국 간 관세인하가 미국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 제고로 직결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방 연구원은 "미국은 상품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면 원산지 규정 등을 통해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 연구원은 "기존 FTA 협정들을 살펴보면 무관세화가 많이 이루어진 협정일수록 상대적으로 엄격한 원산지 기준이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연구에 따르면 원산지 규정이 엄격할수록 FTA 회원국들 간의 교역을 정상 수준보다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방 연구원은 엄격한 원산지 기준을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에 체결된 북미자유협정(NAFTA)을 들었다. 이 협정은 섬유류에 대해 기본적으로 '섬유사 산지주의(Yarn-forward Rule)'를 채택하고 있다. 섬유사 산지주의는 대표적인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직물·의류 등 섬유 완제품에 들어가는 기초 원자재인 '실'의 생산지에 따라 원산지를 규정하는 제도다.

그런데 미국은 자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섬유원료 작물에는 섬유사 산지주의보다 더 엄격한 '섬유사 이전단계 원료 산지주의(Fiber-forward)'를 적용하는 반면 자국 국내 생산량이 적은 편직내의류, 브래지어, 셔츠에는 섬유사 산지주의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즉 국내 공급량이 충분한 상품에 대해서는 엄격한 원산지 적용을 규정하고, 그렇지 않은 상품에 한해서만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다.

***FTA 안 맺은 중국이 FTA 맺은 캐나다·멕시코보다 대미 수출 성과 더 높다**

또 방호경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의 FTA 체결국과 비체결국 간에 부과되는 관세율 격차로 인하여 FTA 체결국이 비체결국들보다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수입시장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의 수출 성과가 중국에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개선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 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FTA 체결 국가와 비체결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상대적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FTA 체결 국가인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등에 부과되는 관세율이 각각 0.03%, 0.04%, 0.75%인 반면 비체결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 등에는 2.9% 정도의 관세율을 부과되고 있다.

이처럼 낮은 관세율이 적용된 캐나다, 멕시코 등의 대미수출은 FTA가 체결된 초기에는 상당히 증가했으나, 최근에는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중국은 특혜관세율을 적용받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미국의 FTA 체결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미수출 감소, 생산기지 이전과 우회수출 증가 때문**

방호경 연구원은 최근 한국의 대미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방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대미수출이 감소한 일차적인 이유는 중국 등 후발 개발도상국이 낮은 생산비용을 바탕으로 미국 수입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기업이 미국이나 미국과 이미 FTA를 체결해 특혜관세를 적용받는 멕시코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는 것도 대미수출이 감소한 주된 이유다. 또 국내기업이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이나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로 진출해 미국으로의 우회수출이 증가한 것도 대미수출이 감소한 중요한 이유다.

이렇게 중국과의 수출경쟁과 국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미 FTA를 체결해 미국의 관세장벽을 낮추면 자동으로 대미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에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