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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재주 부리면, 이익은 일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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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경제가 재주 부리면, 이익은 일본으로

LG硏 "예나 지금이나 한국은 가마우지 경제"

"고생은 한국이 실컷 하고 과실은 일본이 챙긴다. 경제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게임과 같은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WBC에서 연승한 한국 야구팀은 탈락하고, 어부지리를 얻은 일본이 결승에 오른 일이 마치 한일 간 경제관계를 보여주는 듯하다는 얘기다.

"겨울철새 가마우지(한국)가 갈고리처럼 생긴 기다란 부리를 물 속에 재빨리 집어넣어 고기를 낚는다. 그러면 그 가마우지의 목에 끈을 매어놓은 '가마우지 낚시꾼(일본)'이 끈을 당겨 가마우지 목에 걸린 고기를 가로챈다." 20년 전에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한국경제에 붙여준 별명 '가마우지'가 지금의 한국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27일 발표한 보고서 '가마우지 경제'(이철용 부연구위원 작성)에서 이런 비유들을 들면서 한일 경제관계를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버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업종들이 핵심 설비와 부품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수출이 늘어나 봐야 이익은 일본으로 다 빠져나가면서 대일 무역적자만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한일 경제관계가 지닌 문제점은 오래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 왔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해소될 전망이 서지 않는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는 1980년대 말 〈한국의 붕괴〉라는 저서에서 당시의 한국경제를 '가마우지 신세'에 비유했다. 당시는 한국이 3저(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에 힘입은 대미 수출 호조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구가하던 때였다. 하지만 수출품 제조에 들어간 핵심 부품은 거의 다 일본산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입맛만 다시고 실익은 일본이 다 거두어 갔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한국의 역대 정부도 이런 일방적인 한일 경제관계를 시정해야 한다면서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거나 집권 후 주요 정책으로 내걸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경제는 일본경제와의 관계에서 가마우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의 부품소재 산업 육성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230억 달러, 대 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240억 달러"라며 "한마디로 중국에서 돈을 벌어 고스란히 일본에 갖다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6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 일본 무역적자 누적액은 1039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부품소재 산업의 무역적자가 794억 달러로 76.4%를 차지했다고 LG경제연구원은 집계했다.

이철용 부연구위원은 "부품소재 산업의 일본 의존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며 "다만 한국이 중계하는 달러의 흐름만 '미국→한국→일본'에서 '중국→한국→일본'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양극화 문제도 가마우지형 경제체질에서 비롯됐다. 수출이 몇 가지 주력품목에 편중되다 보니 수출의 국내파급 효과가 약해 수출과 내수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국내 부품소재 산업이 취약하다 보니 수출의 호조가 국내 중소기업의 경기 호전으로 연결되지 않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과 일본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그는 "대책 없이 덜컥 체결했다가는 국내 부품소재 산업을 완전히 고사시킬 것"이라면서 "특단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일 FTA는 최근 우선순위에서 한미 FTA에 밀린 상태이지만, 정부는 한미 FAT 협상이 마무리되는대로 한일 FTA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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