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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영화인들, 미 의회에 '한미FTA 반대' 의견서 보내

"한미FTA는 미국에 이라크전쟁 같은 결과 가져올 것"

한국영화감독협회 등 30여개 영화 관련 단체들의 연대모임인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는 23일 '미국 의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승인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작성해 미 무역대표부(USTR)에 보내면서 이 의견서를 미 의회에 전달해줄 것을 요구했다.

영화인대책위는 스크린쿼터 사수에 대한 국내 영화인들의 의지와 한미 FTA 협상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담은 이 의견서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의회의 '한미 FTA 공청회'에 제출해줄 것을 미 무역대표부에 정식으로 요구했다고 24일 밝혔다.

영화인대책위 관계자는 이렇게 의견서를 미국으로 보낸 배경으로 "미국 통상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제통상 협정을 맺기 전에 의회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에 따라 미국 의회는 승인 과정의 출발점으로 협상 관련 당사자들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청문회를 실시 중이며 24일까지 한미 FTA에 관한 의견서를 이메일이나 팩스로 접수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에 보낸 의견서는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할 한미 FTA 예비협상 보고서에 첨부되어 미국 의원들에게 전달돼 검토될 것이며, 그 후 영구 보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미국 측에 전달된 영화인대책위의 의견서 전문의 번역이다.

***미 의회는 한미 FTA를 승인해서는 안 됩니다**

인류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미 의회 의원 여러분께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여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의 영화와 문화는 한국 사회의 뿌리요 혼입니다. 결코 상품이 아닙니다.

2006년 1월 말 한국정부는 한미 FTA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를 축소, 폐지하라는 미국 협상단의 압력에 굴복하여, 기습적으로 1년에 40%이던 스크린쿼터 일수를 절반인 20%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크린쿼터 제도는 모든 스크린이 1년에 40%(146일, 실제로는 106일로 운영)를 한국영화에 할애해야 한다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한국 영화인들이 척박한 산업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거대 메이저 영화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준 최소한의 방어막이었습니다. 정부의 이와 같은 기습적인 발표에 우리 영화인들과 한미 FTA 협정에 반대하는 제반 시민사회 단체들은 모든 힘을 기울여 스크린쿼터 축소, 폐지 반대 투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문화는 결코 WTO나 FTA와 같은 국제통상 협정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문화는 그 사회의 역사와 삶이 응집된 뿌리이고 영혼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영화가 단순히 상품일 뿐이라는 미국 협상단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영화가 세계와 사회, 우리 공동체를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문화적 관점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작업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영화를 하나 더 만들 때마다 세상에는 세계를 향한 다른 목소리, 세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해석이 더해지는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우리는 미국영화 역시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한국, 프랑스, 일본, 인도, 태국, 이집트, 러시아, 유고슬라비아, 중국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미국 영화 역시 사랑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영화 교역량의 80% 이상을 할리우드 영화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할리우드 영화들이 지나치게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몇 년간 세계의 언어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합니다. 급속한 미국식 세계화와 영어 중심의 인터넷 보급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세계적 언어 다양성의 소멸은 생물 종들의 소멸만큼이나 인류에게 위험한 사태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제 할리우드의 위협 속에서 언어뿐 아니라 문화들(비단 영화뿐 아니라 음반, 출판, 방송까지도) 역시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이미 문화산업이 의미 있게 존재하는 국가가 50개국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과 독일 같은 유수한 EU의 국가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같은 영어를 쓰는 선진국가들조차 이미 문화산업의 잠재력이 크게 훼손된 상태입니다. 후샤우시엔 감독으로 유명한 대만의 자국 영화산업 점유율은 0.2%에 불과한 상태입니다.

지구적 차원에서의 영화다양성의 급격한 축소는 종국적으로 미국의 영화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사를 통틀어 할리우드만큼 세계의 영화계 동향에 민감하고, 세계 각국의 영화적 창조력으로부터 이익을 본 곳도 없을 것입니다. 할리우드는 할리우드에 반하는 영화 경향들마저도 용광로처럼 녹여가며 새롭게 진화해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할리우드의 영화가 현재의 추세로 세계의 지배력을 높여가고, 이에 따라 세계의 지역문화가 멸종하거나 동질화된다면, 할리우드의 영화적 창조력과 상상력 역시 동종교배의 늪에 빠져들 것이고 창조적 진화는 어려워질 것입니다.

2005년 10월 UNESCO에서는 문화다양성 협약이 제안되어 148개국의 찬성과 2개국(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로 가결된 바 있습니다. 이제 문화산물이 세계 무역에서 가지는 특수성은 국제적 협약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문화를 비롯한 보건의료, 교육, 농산물, 공공 분야 등이 일반 공산품과 같이 시장논리로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민중들은 한미 FTA를 반대합니다.

우리는 최근 광풍처럼 진행되는 미국식 세계화가 전 인류에게 보탬이 되기보다는, 미처 준비되지 못한 많은 국가의 민중들을 더욱 더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비참한 결과로부터 한국의 민중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은 최근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될 정도로 높은 성장을 이루어 왔지만, 세금 부담률이나 사회안전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고 허술합니다. 특히 1997년 겨울 외환위기 이후 IMF가 강제한 구조조정으로 금융시장 개방, 공기업 민영화, 노동유연성 확대 등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8년 사이에 빈부 격차는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물론 빈자 쪽이 90%로 떨어지는 10대90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100% 개방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초강 한미 FTA가 미국이 원하는 1년 안의 졸속한 일정 안에 체결될 경우, 그나마 한국에 현존하는 사회적 안전망과 공공지원 기능은 완전히 무력화되어 한국인들 다수의 생존을 극도의 위험 속으로 빠뜨릴 것이라 확신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스크린쿼터제도 축소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 FTA 협상 자체, 나아가 선진제국 중심의 일방적인 세계화에 반대합니다.

한미 FTA가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 5월부터 본 협상이 시작된다면, 한국에서는 엄청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영화인들은 물론 방송과 음반 분야, 나아가 교육, 의료보건, 환경, 노동, 농축수산업, 금융, 그리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바라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연대하여 강력한 저항을 전개할 것입니다. 이미 각 부문별로 대책위가 구성되고 있으며, 그 힘을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로 모아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제품의 불매운동은 물론 강력한 반미운동도 결코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미 FTA는 미국에게는 이라크전쟁과 같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일부 기업에게는 커다란 이윤창출 효과를 가져다주었지만, 미국 전체에게는 반미의 확산과 세계정치에서의 패배라는 결과를 가져다주었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한미 FTA도 그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합니다. 특히 한국 국민들에게 대중적 영향력이 크고 세계 영화계의 신뢰를 받고 있는 한국 영화인들이 그 투쟁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 의회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심사숙고하기를 희망합니다. 미 의회는 이러한 한국의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시어 소수의 기업에게는 보탬이 될지 모르나 양 국민 모두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한미 FTA를 승인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미 의회에 경의를 표하며, 미 의회 의원단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며, 한미 FTA 저지를 위해 투쟁하는 한국영화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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