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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은총재 내정자에 걸어보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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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성태 한은총재 내정자에 걸어보는 기대

[기자의 눈] '2003년 반란'의 정신을 잃지 마시길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개혁적 안정주의자'라고 평가받는 이성태 현 부총재가 내정됐다. 이 부총재가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2년 선배라는 '옥의 티'만 빼면 오랜만에 큰 잡음이 없는 인사다.

이성태 총재 내정자는 1968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40년 가까이 '한은맨'으로서 외길을 걸어 왔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는 등 통화신용정책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개혁주의자'의 이미지를 쌓아 오는 동시에,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반대하고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는 '안정주의자'의 이미지도 쌓아 왔다. 한은 내에서는 통화정책에 대한 본인의 식견이 탁월해 아랫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업무를 지시하지 않는다는 뜻의 '게으른 천재'로 통하기도 한다.

이런 이성태 내정자가 오는 4월 1일부터 4년 동안 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의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한국경제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한국경제가 세계경제로 급속히 편입되고 경제의 주도권이 정부당국에서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금리와 환율을 조절하는 한국은행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003년 '정부의 외압' 폭로했던 이성태 부총재**

일단 이성태 한은 총재 내정자가 2년 전부터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서 매달 금통위에서 출석해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참여해 왔다는 점에 비춰 당장 콜금리 조정 등에서 급격한 정책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성태 부총재가 차기 한은 총재로 내정됨으로써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재정경제부와, 건강하고 안정적인 국민경제를 유지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는 한은 사이에 미묘한 관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앙숙'이자 '동반자' 관계였던 한은과 재경부는 2003년 6월 금통위 의장직을 재경부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7차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거의 '남남'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박승 현 총재는 재경부와 상대적으로 협조적인 관계를 구축해 왔다. 한은이 최근 출범한 한국투자공사(KIC)에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위탁한 것이라든가 산업은행에 대한 특별대출을 통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신용불량자의 채무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우회적으로 지원했던 일 등은 한은과 재경부 간 타협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성태 내정자는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국민경제의 건강성을 유지한다는 한국은행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한은 독립파'로 정평이 나 있다. 따라서 차후 특정 경제정책과 관련해 재경부의 '협조요청'이 들어올 때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이 내정자는 2003년 6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출석해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과거 정부가 콜금리 결정에 외압을 넣은 사례들을 폭로해 재경부에 밉보인 적이 있다.

이성태 부총재가 한은 총재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재경부는 "중앙은행의 인사 문제에는 중립적인 입장"이라며 직접적인 논평을 피했지만,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최근 재경부가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이 부총재가 한은의 수장이 된 것은 재경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파'라는 공격에 굴하지 마시길**

현재 이성태 내정자에게 요구되는 선결과제는 국제유가의 상승, 달러화 위상의 동요 등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는 세계경제에 한국경제가 거의 노출된 상태에서 '한은'이 어떻게 국민경제의 '바람막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재점검하는 일이다. 이 첫 단계는 '경제전문가만이 한국경제의 방향을 제대로 이끌 수 있다'는 엘리트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먼저 국민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한국경제가 어떤 모습인지 묻는 것이다.

우리 금융당국은 국민들에게 '先성장 後분배'라는 구호를 은연중에 강요하며 재벌 등 소수만 성장하게 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폈던 역사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는 한은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 어느 정도 정당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성장'만을 추구한다기보다 '성장과 안정의 동시적 균형'을 강조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기대되는 바가 크다. 2004년 11월 한은 금통위가 이헌재 경제 부총리의 입김으로 전격적으로 콜금리 인하를 결정했을 때도 이 내정자는 경기부양을 이유로 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다며 끝까지 반대했었다.

이미 일각에서는 물가관리만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매파 인사'가 차기 총재로 내정됐다며 슬그머니 공격의 발톱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내정자는 '한은은 물가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평소에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든지, 자산가격의 거품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든지 하는 한 가지 목표만을 놓고 금리를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는 상충되는 다양한 경제목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금리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소신으로 풀이된다.

***4월 이성태 내정자의 첫 금통위에 주목한다**

당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우리 경제의 큰 숙제 중 하나로 꼽히는 과잉유동성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최근 들어 급격히 요동치고 있는 외환시장도 안정시켜야 한다. 한편 한은 내부적으로는 계속 축소되고 있는 조사부의 기능을 회복하는 등 중앙은행으로서의 전문성을 보다 강화하고 내부 개혁도 지속해야 한다.

특히 이 내정자의 첫 시험대는 노무현 정부 들어 과열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진정시키느냐가 될 것 같다. 이미 이성태 내정자는 "최근 일부에서 부동산 문제가 국지적 현상이라고 말하지만 전 인구의 30%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는 국지적 문제가 아니다"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한 바 있다.

자녀의 결혼식을 행내에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뤘다는 '대쪽선비', 한은 내에서 과중한 업무로 악명 높은 조사국장 재임 시절에도 오후 6시 '칼퇴근'을 고수하며 완벽하게 일처리를 했다는 '전설', '이성태가 떠나간 땅은 값이 오른다'는 속설이 생길 정도로 재테크에 관한 한 '젬병'이라는 이성태 신임 총재가 한국은행과 한국경제에 어떤 신선한 바람을 몰고올지, 오는 4월 7일의 금통위가 주목된다.

다음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의 약력이다.

□ 출생년도 및 출생지: 1945년 6월 20일 경상남도 통영 출생

□ 학력: △1964년 부산상업고등학교 졸업 △1968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영학과 졸업 △1988년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석사

□ 경력: △1968년 한국은행 입행 △1975년 자금부 조사역 △1978년 서독사무소 △1991년 자금부 부부장 △1994년 창원지점장 △1995년 홍보부장 △1996년 관리부장 △1997년 기획부장 △1998년 조사국장 △2000년 부총재보 △2003년 부총재 △2006년 3월 23일 총재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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