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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 FTA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한다고?"

[학술단체-FTA범대위 토론회] '만성 대미 무역적자' 초래 뻔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경제에 큰 손해를 불러올 것이다."

"한미 FTA는 북핵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고자 하는 한국 정부와 동북아시아에서의 패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 정부 간의 거래다."

"새만금 간척사업도 한미 FTA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다."

우리나라의 교수, 학자, 학술단체 연구자들이 모여 정부가 강행 중인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이와 같이 다양한 비판들을 쏟아냈다.

이런 비판들은 17일 서울 명동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스크린쿼터 사수·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하고 '한미 FTA 저지 교수학술단체 공동대책위원회'가 주관한 '한미 FTA와 한국사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 토론회에서 학자와 연구자들은 한미 FTA를 정치·사회·경제·군사안보 등 전 영역에 걸쳐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한미 FTA가 우리나라에 정치·경제적인 부작용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해영 교수 "한미 FTA로 GDP가 증가한다는 것은 허구"**

'한미 FTA 저지 교수학술단체 공대위'의 정책위원장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경제세계화를 진전시키는 데 실패하자 양자 간 FTA 체결을 통해 더 지독한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펴고 있다"며 "WTO 내에서는 '이런 식으로 미국이 FTA를 하면 WTO는 뭘 하느냐'는 불평이 나오고 있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정부가 '한미 FTA 체결로 국내총생산(GDP)이 2~7% 증가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데 대해 비판했다. 정부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일반연산균형(CGE) 모델을 적용해 도출해낸 이 연구결과를 계속 인용해 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일반연산균형 모델은 세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 모델은 한 국가의 수요와 공급이 자동적으로 일치하도록 설계돼 있고, FTA로 인해 실업이 발생하면 그 실업이 다른 부분에서 자동적으로 상쇄되는 완전고용 상태를 가정하고 있으며, 국내로 유입된 외국자본이 직접투자인지 투기성 자본인지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공장설립 등에 투자하는 직접투자와 사실상 투기나 다름없는 증권투자, 간접투자는 다르다"며 "한미 FTA가 체결되면 투기성 자본이 더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7년 IMF 금융위기로 자본시장을 개방한 결과 외자유입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그 중 상당부분이 증권시장으로 유입됐다. 2004년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외국인의 국내주식 보유는 40.1%로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손해다**

이해영 교수는 "한미 FTA를 체결하면 (한국이) 대미 무역적자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대미 무역흑자로 대중·대일 적자를 보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이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한미 FTA의 체결로 무역거래에서는 흑자를 볼지 몰라도 이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투자거래, 서비스거래에서는 적자를 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대미 상품거래에서는 흑자를 보고 있을지 몰라도 자본거래, 서비스거래에서는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태다.

또 그는 "한미 FTA는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섬유, 자동차, 전자 부문에서 벌어들인 이득은 모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소수의 재벌들에만 집중되고, 농업분야의 축소로 인한 손해는 우리 350만 농민 중 절반이 짊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농업생산이 50% 감소할 것이라는 농촌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이렇게 한 산업 분야의 절반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은 세계 경제사에 유례가 없는 대참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쌀은 협상대상에서 뺀다고 하고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그렇게 하면 당장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북핵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을 치겠다고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성인 교수 "북한 살리자고 남한을 죽일 것인가"**

한편 명지대의 배성인 교수(북한학)는 한미 FTA의 군사안보적 측면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한미 FTA 추진에는 북한의 핵문제와 위폐문제가 그 중심에 놓여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고 운을 뗐다.

배 교수는 "대북문제만큼은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원칙"이라며 "한미 FTA를 통해 우리 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한국이 한미 FTA의 체결에 동의하면 미국은 북한을 불량국가에서 해제하고 대북 경제제재를 철회해준다는 모종의 '빅딜'이 한미 양국 간에 이뤄졌을 것이며, 정부는 이런 거래를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와 남북 경제협력의 활성화 등으로 확대해 대북 문제를 풀어갈 구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배 교수는 이런 거래가 대북 긴장의 완화와 한반도 평화의 정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미 FTA를 동북아시아에서 패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만큼 한편에서는 대북 금융동결 조치의 해제 등과 같은 유화책을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위폐문제 등을 거론하며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을 살리기 위해 남한을 죽일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는 남북한 모두를 궤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략적 유연성'에 주목하라**

배성인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 1월 19일 우리 정부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한미 FTA의 추진과 연계해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을 포함해 전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유사시에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한다는 미국의 전략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이런 전략을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주한미군은 이제 북한이나 중국, 대만 등 동북아에 유사상황이 발생할 때 곧바로 출동할 수 있게 됐다.

배 교수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를 통해 강화된 한미 군사동맹이 미일 군사동맹과 통합돼 결국 동북아시아에 '한미일의 3각 공조체제'를 형성할 것이며, 이는 중국과 북한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발간된 미국의 '4년 주기 국방태세 점검(QDR, Quadrennial Defense Review)' 보고서에 북한을 선제공격하자는 내용이 나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미국과의 군사안보적 동맹이 정말로 긍정적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대북 긴장이 완화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와 반대의 상황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심광현 문화연대 위원장 "정부의 사전 무장해제가 더 위험하다"**

한편 문화연대의 심광현 문화연대 정책위원장은 한미 FTA를 둘러싸고 겉으로 드러나는 일들보다 정부가 국민들 몰래 추진하고 있는 "사전 무장해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크린쿼터의 축소, 광우병이 발발할 위험성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로부터 약값 인하 조치의 중단, 외국 부동산 취득의 자유화와 외환 송금의 자유화, 제주도 자치도시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통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할 비정규직 법안의 강행 처리에 이르기까지 최근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이 모두 한미 FTA 본협상에 장애가 될 만한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사전 무장해제'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심 위원장은 "이런 것들을 미리 다 하면 한미 FTA를 체결하기도 전에 체결에 준하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만금 간척지도 한미 FTA의 사전작업**

심광현 위원장은 새만금 간척사업도 한미 FTA의 사전작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위원장은 한미 FTA의 체결로 농업 생산이 절반이나 축소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농림부의 모순적인 태도를 꼬집으며 "농림부가 '(새만금 간척지를)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새만금 간척지에 미국과 국내의 핵 폐기물 산업, 맹독성 화학산업을 유치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4년 미국과 북미자유협정(NAFTA)을 체결한 멕시코의 마킬라도라 지역에는 맹독성 폐기물을 양산하는 미국의 기계화학 공장들을 중심으로 하는 反환경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의 각 부문별로 결성되고 있는 반 FTA '공동대책위원회'들이 앞장서서 정부의 이같은 '사전 무장해제' 움직임을 포착해내고 중단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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