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의 끝 물막이 공사를 한 주일 앞둔 시점에 정치인 중에는 유일하게 일관되게 새만금 문제에 관심을 보여 온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임기 끝난 뒤에도 새만금 문제 책임 질 자신 있다면…**
이부영 전 의장은 12일 '지금은 생명의 정치로 나아갈 때입니다'라는 제하의 서한을 노무현 대통령과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보냈다. 이부영 전 의장은 이 서한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아프리카에서 귀국하는 즉시 국무회의를 열어 마지막으로 새만금 물막이 공사의 타당성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며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보고서의 지적 사항을 꼼꼼히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부영 전 의장은 "(새만금 방조제 끝 물막이 공사가 강행될 경우) 2년 후 노 대통령이 임기를 끝낸 뒤 '새만금 담수호 오염 진행 심각'이라는 제목의 뒤늦은 보도가 나오고 다시 시화호의 경우처럼 방조제를 터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될 것"이라며 "그 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가운데 필요한 예산을 새로 편성하는 일에 열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이부영 전 의원은 "지금이라도 생태 보존과 개발 강행 사이에 타협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이 대안을 만들어내는 일은 어쩌면 한국 사회 진로에 결정적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은 '죽음의 정치'가 아닌 '살림의 정치', '생명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소중한 몸짓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거짓 사실'에 근거해 판결할 경우 웃음거리로 남게 될 것**
이부영 전 의장은 이용훈 대법원장에게도 "대안을 찾는 것을 돕기 위해 대법원 판결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이부영 전 의장은 "새만금 문제처럼 한국 사회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공동체에서 살아야 할지를 묻는 일을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온당한 일은 아니다"며 "법정에서 판정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깨달음이 있다면 판결을 내릴 입장이 아니라는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부영 전 의장은 "더구나 대법원은 전혀 허구의 사실에 근거해 판결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와 전라북도는 2월 16일 공개심리에서도 새만금 간척사업의 목적이 농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법정 밖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간척지의 사용 목적이 농지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대법원이 이 거짓 사실에 근거해서 물막이 완공의 근거를 제공하는 판결을 하게 될 경우 웃음거리로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장은 이날 <프레시안> 기자와 만나 "현역 국회의원들 가운데 아무도 새만금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대통령과 대법원장께 건의의 글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하며 "지금은 단순히 새만금 문제의 처리를 넘어서서 우리 정치의 패러다임이 '생명의 정치'로 바뀔 것이냐 아니냐의 갈림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한 전문.
***노무현 대통령과 이용훈 대법원장께 드리는 건의문**
지금은 '생명의 정치'로 나아갈 때입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앞으로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와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는 새만금 물막이 사업 논쟁이 벌어져 온 지도 벌써 10여 년이 지났고 이제 물막이 끝내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미리 말해두는 바이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고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는 그 시점이 이 논쟁을 다시 거세게 불붙이는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 공동체는 자신의 미래의 생존양식을 찾기 위한 절실한 노력을 이 논쟁을 통해서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새만금 물막이 사업 초기부터 이 논쟁에 참여했던 필자는 먼저 대안모색, 타협안 도출을 통해 생명평화운동 측과 정부.전라북도 측 사이에서 친환경적 개발방안을 성취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부터 드립니다.
사업의 초기에 개발에서 소외된 전라북도 도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여야 정치권 상층부의 합의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그 사업의 부당성이 지적되었어도 여야 정치인들 가운데 이 일에 나서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비록 필자는 원외의 신분이기는 해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해있음을 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거의 마무리지어 감에 따라, 끝내기 전에라도 생태보존과 개발강행 사이에 타협방안 - 대안이 찾아져야 한다는 생명평화운동 측과 많은 돈과 긴 시간을 들여 진행시켜 온 사업을 마무리지을 시점에 다시 중단시킬 수 없다는 정부. 전라북도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 붙이는 정부의 개발 강행을 생명평화운동 측이 막아낼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북한핵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한반도 문제, FTA협상과 경제 활성화 문제, 양극화 문제, 노사갈등 등 수많은 현안들에 파묻혀 새만금 물막이 논란은 신문-방송에서 거의 찾을 길이 없습니다. 막말, 외마디소리나 지르던지 이벤트성 퍼포먼스 행사 정도나 벌여야 잠간 흥미꺼리로 기웃거릴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긴 정적이 흐를 것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긴 33Km의 방조제가 생길 것입니다. 그 방조제 안에는 시화호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담수호가 생길 것입니다. 그 담수호 안에서는 검은 죽음이 소리없는 아우성 속에 진행될 것입니다. 담수호 주변의 말라버린 갯벌에서도 바다의 뭇생명들이 말라죽어 독성이 들어있는 시액(屍液)을 담수호로 흘려보낼 것입니다. 방조제 안팎에서는 새만금 갯벌로 들어오는 바닷물길이 막히는 것과 함께, 그 갯벌에서 자신들의 씨를 낳아 키우던 바다의 뭇생명들의 거대한 자연 부화장이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갯벌을 찾던 바다의 뭇생명들도, 그 먹이를 찾아오던 철새들도 어민들도 다시 찾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아울러 동진강 만경강에서 흘러나오던 퇴적물들은 그 갯벌의 어린 바다생명들을 살찌우면서 정화과정을 거치는 대신 담수호에 갇혀 오염의 주범 노릇을 하게 될 것입니다.
두 해 쯤 지나서일까요. 대통령께서도 임기를 끝내고 현재 17대 국회의원들도 18대 국회의원에 다시 당선되고 전라북도의 지사나 시장 군수들도 모두 안전하게 자리를 잡고 나서일 것입니다. '새만금 담수호 오염 진행 심각' 이런 제목의 뒤늦은 후속보도가 나올 것이고 다시 시화호의 경우처럼 갑문을 열거나 방조제를 터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될 것입니다. 그리고 전에는 전혀 그런 논의가 없었던 것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가운데 필요한 예산을 새로 편성하는 일에 열중하게 될 것입니다.
생명평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개발 성장에서 소외되어 왔던 전라북도에 무슨 억하 심정이 있어서 새만금 물막이 공사에 문제제기를 하겠습니까. 결과가 너무 자명하게 내다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생태보존과 개발강행 사이에 타협적 대안이 마련되어 일부는 다른 용도로 개발하면서도, 어차피 농업용지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오염될 담수호를 조성하려 하기 보다는 해수유통을 함으로써 갯벌도 상당한 정도로 살리고 다양한 친환경적 개발방안을 마련할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전라북도의 희망과 새만금 생명의 희망을 함께 살려보자는 대안찾기 노력을 받아들일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한 새로운 대안 모델이 이 새만금 논쟁에서 탄생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이 대안 모델을 만들어내는 일은 어쩌면 한국사회 진로에 결정적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인간의 행복과 안락을 위해서는 자연을 얼마든지 정복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다는 물신숭배의 세계관으로부터 인간과 자연이 공존.상생하면서 인간의 욕망을 스스로 줄여나가는 생명관으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바꿔나가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며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방향이 앞으로 우리 국민도 지구 가족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새만금 물막이 문제는 이제 한국 사회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공동체에서 살고자 하는가를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습니다. 이같은 가치관과 관련된 판정이 법정에서 가려지는 일이 온당한 일일까요. 정상적인 논의와 이성적 판단이 존중되는 사회라면 이같은 판정이 법원으로 가지 않도록 만들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법정에서 어떤 판정이 내려지든지, 자연은 대재앙의 형태로이건 아니면 자연의 섭리를 따르려는 소수 인간 무리의 안간힘을 통해서이건 지구의 순환과 균형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 사회를 유지해가야 하는 우리 인간은 대재앙을 미리 막고 다른 뭇생명과의 공존.상생을 도모하는 지혜를 찾아가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이기심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장마당에서 그래도 현인들이 모여있는 인간의 법정이라면 시대의 징표를 미리 읽어 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섭리를 따르는 쪽의 손을 들어 주는 지혜가 나와야 합니다. 인간의 법정에서 판정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깨달음이 있거나 섭리를 따르는 쪽의 손을 들어주는 지혜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판결을 내릴 입장이 아니라는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전혀 허구의 사실에 근거해서 판결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전라북도는 2월 16일 공개심리에서도 새만금 간척 공사의 목적은 농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 밖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간척지의 사용 목적이 농지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만일 대법원이 이 거짓 사실에 근거해서 물막이 완공의 근거를 제공하는 판결을 하게 될 경우, 그것은 한국 사법판결사의 웃음꺼리로 남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정치의 모습은 어떻게 해서든지 상대방을 '죽이려는 정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영호남도, 양극화의 양계층도, 젊은 세대와 노년세대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서로 배제하고 죽이려 해서는 자신도 살 수 없고 죽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 지구 상에서 어느 나라 어느 민족 못지않게 긴 세월 고통을 당해 온 한반도의 남북이 상생.평화공존.평화통일의 길을 걸어가서, 서로 싸우는 주변 나라들의 '화해와 소통의 공간', '상생과 평화를 향한 지혜의 샘'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깨달음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의 개혁개방이 이루어질 경우, 그것은 남의 정치의 이념 색깔 공방을 완화되게 만들고 남북의 화해 협력의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킬 것입니다. 그것은 급속하게 영호남의 지역갈등을 순화시키는 데도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발등에 떨어진 과제는 생명평화의 가치관으로 우리 공동체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입니다. 새만금 물막이 끝내기가 아닌 새로운 대안의 이끌어내기는 이런 모든 과정의 중요한 첫 단추 끼우기로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어서 '죽임의 정치'시대가 계속되지 않고 '살림의 정치', '생명의 정치'시대의 첫 대문이 열리게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이 막바지에 섭리와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모아서 노무현대통령과 이용훈 대법원장께 다음과 같이 건의 드립니다.
1. 노무현대통령는 귀국하는 즉시 국무회의를 열어 마지막으로 새만금 물막이 공사의 타당성 여부를 논의해주시기를 바립니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보고서들의 지적 사항을 보고받고 논의해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
2. 노무현대통령은 우리 사회 가치관 전환의 주요한 전기가 될 새만금문제 대토론회를 개최해 보실 것을 건의 드립니다.
3. 생태보존과 개발강행 사이에 상생, 공존을 위한 타협적 대안 찾기를 돕기 위해 대법원 판결을 미뤄주실 것을 이용훈 대법원장께 요청 드립니다.
2006년 3월 12일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이부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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