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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에 반대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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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에 반대하지 마라!"

[화제의 책] 죠지 몬비오의 〈도둑맞은 세계화〉

세계화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스위스산 치즈를 곁들여 칠레산 와인을 마시는 것, 미국의 유명 드라마인 〈섹스 앤 더 시티〉를 안방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것, 인도식 요가를 배우고 한국의 김치를 수출하는 것…. 이런 생활의 변화들을 보면 세계화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한편 세계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이하로 목숨을 부지하는 것, 전 세계에서 8억4000만 명이 영양실조로 허덕이는 것, 20원어치의 원두가 3000원짜리 커피로 탈바꿈하는 것, 우리나라 주식투자 배당금의 절반 이상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 횟수가 늘어나는 것…. 이런 셀 수 없이 많은 세계화의 부작용들을 보면 세계화가 우리에게 가져다준다고들 하는 즐거움과 편리함에 대한 욕구가 사그라든다.

그런데 〈도둑맞은 세계화〉(황정아 옮김, 창비 펴냄)의 저자 죠지 몬비오는 "세계화는 좋은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세계화로 인해 국민이라는 정체성이 계급적 이해를 압도했던 시대가 마감되면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 민중이 단합해 지구민주주의를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계화라는 이름을 앞세워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들의 경제를 부유한 나라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는 극소수의 권력층, 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에 있다고 몬비오는 주장한다. 그는 이런 세계화를 '가짜 세계화'라고 부른다.

죠지 몬비오는 영국 신문 〈가디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사로잡힌 국가(Captive State)〉의 저자다. 그는 철학, 환경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저술 및 교수 활동을 해 왔으며, 1995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으로부터 '유엔 글로벌500 상'을 받은 바 있다.

***"지구적인 문제엔 지구적으로 대응해야"**

죠지 몬비오는 2003년에 쓴 이 책 〈도둑맞은 세계화〉(원제는 '동의의 시대: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한 선언')에서 '가짜 세계화'에 대한 현재의 대응방식들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세계무역기구(WTO) 회담이 열리는 건물 앞에서 '반세계화' 구호를 외치는 기존의 '반세계화 운동', 개별 국가를 위한 대안적 경제정책을 시행하자는 남미식의 '지역화 운동', 또는 '反권력'으로 권력을 해소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선진국 중심의 '무정부주의 운동'은 '가짜 세계화'를 '진짜 세계화'로 되돌리기엔 부족하거나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구적인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지구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구적인 수단과 기구 없이는 부자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로 부를 분배하거나, 기동성을 갖춘 부자와 그들보다 더 기동성이 뛰어난 그들의 돈에 세금을 매긴다든지, 독성 폐기물의 선적을 통제하거나 지뢰금지 조치를 유지하며, 핵무기 사용을 막고 국가간 평화를 주선하거나 강대국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조건의 무역을 약소국에 강요하는 일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지구적인 수단과 기구"는 크게 네 가지다. 민주적으로 구성된 세계의회,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부여된 권한을 이임받은 민주화된 유엔총회, 무역적자를 자동적으로 소멸하고 채무 축적을 예방하는 국제청산동맹, 부자 나라를 제약하고 가난한 나라들을 해방시키는 공정무역기구가 바로 이것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用세계화론'에 이은 또다른 '세계화 이용론'**

'이런 대응방식이 과연 가능할까?'라고 의구심을 품을 독자들을 향해 죠지 몬비오는 '가짜 세계화'의 속성은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을 이미 배태하고 있으며, 필요한 것은 '우리가 행동에 나서는 것'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몬비오는 "기득권 세력의 지구적 독재는 스스로를 파괴할 수단을 만들어냈다"며 "부와 권력을 강화하려는 소수의 사람이 계획하고 실행한 기업과 금융의 세계화는 바로 그것에 의해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 범세계적인 계급적 이해관계를 성립시킨다. 그와 동시에 세계화는 세계를 분열시킨 거대 이데올로기를 격파하고 새로운 지구적 정치가 자라날 정치 공간을 비워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슬로건이 정책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혹은 "만일 우리 모두 서로 더 사랑하기만 하면 의식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누구도 다시는 다른 사람을 억압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면" 자신의 책을 읽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말한다. 이는 더 나은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적어도 자신이 제안한 방법들을 거부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전하기 위한 조금은 과격한 표현이다.

세계화를 불가피한 대세로 보고 여기서 생기는 과실의 일부를 떼어 세계화의 피해자들에게 나눠주자는 이른바 '用세계화론'이 판을 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보고서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측근들에게 추천한 바 있다. 이런 현실에서 '세계화를 통해 지구민주주의를 성취해내자'는 또다른 '用세계화론'을 담은 〈도둑맞은 목소리〉는 세계화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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