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TV 생방송 연설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 표결에 붙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에도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에 대한 소신은 여전했다.
정 총리는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선거 후 실시된 어떤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세종시 수정안 지지율이 전국은 과반수 이상, 충청도도 40%에 육박한다"며 "세종시 수정안은 일시적인 선거 결과나 당리 당략을 넘어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의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정운찬, '세종시 소신' 거듭 강조…왜?
정 총리는 이어 "애국심이 있다면, 역사의식이 있다면 정략적으로 만든 세종시 원안에 찬성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세종시 수정안 문제는 아무쪼록 국회에서 국가, 지역 발전 차원에서 이번 회기 내에 합리적인 결론 내려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해 여권 핵심부에서조차 "여론조사는 믿을 게 못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상황에서, 총리가 세종시 수정에 대한 당위성의 근거로 근거로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지방선거 참패마저 "일시적 선거 결과"로 치부한 것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정 총리는 "4대강 사업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야당) 지자체장들이 국가 사업에 협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적법하고 정당한 국가 시책의 추진을 미루거나 게을리할 경우 지자체법 규정된 국가의 지자체 지도 감독 규정에 따라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야당 지자체장들에게 경고를 던지기도 했다.
정 총리는 "작년 9월 총리 부임 후에 본의 아니게 세종시 관련 부분 언론에서 강조하다보니 세종시만 열심히 하고 4대강 사업은 열심히 안하는 걸로 비췄는데 4대강 사업도 열심히 챙겼다"고 말했다. 비가 내렸던 지난 12일 " 밤에 정 총리가 4대강 사업을 걱정하느라 잠을 설쳤다"는 내용이 총리실 관계자에 의해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다.
정 총리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인적 쇄신을 건의하려 했다는 '정운찬 거사설'을 부인하며 "제 탓이 아니고 신문에서 그냥 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저는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저도 훌훌 던지고 나가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지금은 국정을 수습해야 할 일이 있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총리가 퇴로에 대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소신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내각 총사퇴 주장에 대해 정 총리는 "이 대통령도 말했지만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이에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총리가 정신을 아직 못 차렸다"며 "스스로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도 "세종시 문제 등에 대해 자꾸 변명하려고 하니까 논란이 계속 일게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성식 "MB, 입장 표명했지만 국민은 더 철저한 쇄신 원한다"
한나라당 쇄신파 리더격인 김성식 의원은 '보수 혁신'을 주제로 대정부 질의에 나섰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은 패배했다. 책임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보수의 본질"이라며 "민주주의, 인권, 시장 경제, 따뜻한 보수, 기회 균등, 삶의 질 등에서 노력이 부족해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고리타분하게 본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국민들은 더 철저하게 쇄신하고 실천으로 옮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청와대 인사 쇄신은 그 출발점이 될 뿐이며 국민은 앞으로 당정청의 정책 방향과 시행 방식을 실제로 바꾸는지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청와대가 먼저 인적 쇄신을 통해 물꼬를 터야 국정쇄신을 비롯해 당정청 쇄신이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어 5.18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한 것, 지난달 24일 대통령 담화 장소를 전쟁기념관으로 선택한 것, 미네르바 사건, 김제동 프로그램 중도 하차, 유인촌 문광부 장관의 회피 연아 동영상 유포자 고소 등을 지적하며 "이런 사태를 보면 국민들이 '민주주의가 위축된다'고 보지 않겠느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정운찬 "내년부터는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게 하겠다"
이같은 질문에 대해 정 총리는 대부분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다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못 부르게 한 데 대해서는 "잘못된 일이고 내년부터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소상공인 보호를 골자로 하는 SSM법안이 "한EU FTA 등과 관련해 국제 통상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 정부의 반대로 국회 처리가 불발된 것을 김 의원이 지적하자 정 총리는 "참으로 유감"이라며 "사회 일각에서 FTA가 만병 통치약처럼 생각되고 있지만 이는 수단일 뿐 목표는 아니다"라고 '소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SSM 법안은 한나라당이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대표적으로 내세웠던 법안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정 총리는 "국회에서 처리해달라"고 수차례 밝혀왔지만, 정작 행정안전부, 외교통상부 등 정부의 반대로 처리가 지연된 게 사실이다. 이는 정 총리의 내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일부 강경파가 SSM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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