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를 2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 진행중이다. 마지막 숨소리를 가쁘게 내쉬고 있는 새만금 갯벌을 지켜보는 시인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누구보다도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노(老)·장(壯)·청(靑)을 아우르는 여러 시인들이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마음을 모아 시를 기고하는 초유의 일을 진행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한 데 모아 하루에 한 편씩 〈프레시안〉 지면에 시를 기고한다.
6일 안도현 시인의 "왜가리와 꼬막이 우다"에 이어, 도종환 시인의 "갯벌"을 소개한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시인들을 중심으로 그 외연을 문단 전체로 넓혀서 진행될 이번 시 릴레이 기고가 새만금 갯벌을 둘러싼 오랜 갈등에 따뜻한 봄바람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갯벌**
도종환
탄식의 물소리들이 밀려오다가 쓰러진다
몸 한쪽이 길게 마비되어 가던 갯벌이
파도의 손끝을 잡고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쏟아지는 돌무더기에 혼비백산하여 흩어진다
병든 파도소리를 철퍼덕 땅에 부리며
길 위에서 절하던 사람들은
절하며 뻘흙이 되어
뜨거운 포장도로에 늘어붙던 사람들은
낮아지고 낮아져 끝내 말이 없었다
우리가 사는 이 별에서
날마다 우주까지 달려갔다가는
달빛을 끌고 돌아와 머무는 곳에
갯벌이 있다
바다와 육지가 가장 오래 만나고
가장 늦게 헤어지는 곳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생명을 품어 안고
거기 갯벌이 있다
백 몇 십 개의 산을 까뭉개
살아 숨쉬는 갯벌과 바다를 생매장하는
인간들의 교만하고 어리석은 몸짓을
파도와 게와 달과 산맥과 지구의 실핏줄이
부들부들 떨면서 지켜보고 있다
인간이, 인간이 이래도 되는 것일까
탄식의 물소리들이 밀려오다가 또 쓰러진다
(저자소개는 어제처럼 박스처리해주세요)
도종환 : 충북 청주 출생. 1984년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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