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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화에도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 〈29〉정보화혁명 대응전략

K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이 시대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정보화혁명과 그로 인한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는 기업의 전략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인터넷은 1969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LA)와 스탠퍼드 연구소(Stanford Research Institute)를 연결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20여 년 동안 인터넷은 군사용 통신 네트워크와 학술정보 교류를 위한 통신 시스템으로 그 사용이 제한되어 왔습니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사용규제가 풀리자 인터넷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7억 이상의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그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사용률을 자랑하는 국가입니다.

이제 인터넷은 우리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심지어는 마치 물이나 공기처럼 생활 속에서 이용한다는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나 이-라이프(e-lif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넷은 인류의 생활에 혁명과 진화를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시장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며 다른 소비자들과 대화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는 무한공급되고 있으며 그 확산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환경의 변화로 인해 소비자는 날로 해박해져갈 뿐 아니라 현명해지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이성적인 구매의사 결정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출현으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경제주체는 역시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인해 정보의 탐색과 처리, 구매의사 결정 및 구매 후 행동에 있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행동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확산 속도의 증가로 기업에 대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업 측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통채널의 변화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무점포 판매의 확산은 전통적인 생산→유통→소비의 틀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의 경우 회원 수만 1500만 명에 이르고 있고, 남대문시장 유동인구의 3배에 달하는 하루평균 130만 명의 사이트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기존 유통과는 달리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옥션은 성장률 또한 연평균 50%를 기록하고 있지요. 옥션의 미국판인 이베이(ebay)의 경우에는 5000만 명의 회원에다 1억 가지가 넘는 아이템을 유통시키고 있으며 매년 9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부응하여 새롭게 나타나는 수요를 충족시키고, 나아가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기업들도 지난 10여 년 동안 수없이 등장했으며, 그들의 성공은 많은 신세대 기업영웅들을 탄생시켰습니다. 빌 게이츠 같은 이는 인터넷 대중화의 기반을 마련한 사람이며, IT 산업의 상징적인 인물이지요.

그 외에도 야후, 아마존, 구글 등이 쉽게 떠오르는 성공한 인터넷 기업들이며, 그 창업자들 또한 새로운 기업영웅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싸이월드, NHN, 다음(Daum) 등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인터넷 기업이며, 그 창업자들 또한 신데렐라 같이 부상한 우리의 스타 경영자들입니다.

정보화 혁명으로 인한 변화의 물결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으며, 그 파고가 앞으로도 더욱 더 높아지리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습니다. 기업이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불문가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그러한 변화가 자신의 사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간주하여 급변하고 있는 경영환경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기업들을 인터넷과의 관련성 측면에서 분류해보면 전통기업, 순수 닷컴기업, 온라인으로 확장한 기업,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기업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걱정스러운 것은 유일하게 인터넷과의 사업연계를 외면하고 있는 전통기업입니다. 이들은 변화하는 시장과 소비자에 대해 무지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그 변화를 일시적이고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이른바 '굴뚝산업'은 인터넷하고는 사업영역이 부합되지도 않고 경쟁할 일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들 때문에 더욱 그 장래가 우려되는 기업들이지요. 전통기업의 사업영역에서도 온라인화는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통업의 온라인화는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은행, 보험, 증권 같은 금융서비스업에서도 온라인화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이버 뱅킹이나 사이버 트레이딩 같은 신조어가 가정주부들의 일상언어가 된 것은 이미 오래된 현실입니다. 항공권의 e-티켓화가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기업들은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몰락하는 것은 시장의 법칙입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군림했던 GM의 쇠락과 포드, 코카콜라와 소니 등의 부진은 그러한 게임의 법칙을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는 사례들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급성장한 기업들은 오프라인의 사업영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시장을 송두리째 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통기업들은 어떻게든 온라인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그것은 시대적인 큰 흐름입니다.

세상의 변화를 외면하고 독야청청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타자기와 호출기, 필름 카메라와 대영 백과사전 등의 몰락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어떤 사업도 온라인할 수 없는 영역은 없습니다.

부정만 하지 말고 현재의 사업에서 온라인화할 수 있는 부분부터 온라인화를 시작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변화의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입니다. 온라인화 자체가 결코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온라인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의 성공을 위해 기울였던 노력 이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마존을 최고의 인터넷 서점으로 키운 제프 베조스(Jeff Bezos)의 전략은 귀감이 되는 사례입니다. 1995년에 아마존을 설립한 베조스는 온라인 사업의 경쟁력을 속도와 편리함, 그리고 판매 아이템의 많은 가짓수로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인터넷 서점이 기존 서점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보다 많은 품목으로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둘째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데 착안했고, 그것으로 최고의 인터넷 서점을 이루었습니다.

결국 인터넷 사업에 있어서도 기존 오프라인 사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차별화가 성공의 관건인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온라인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CEO의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CEO 자신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CEO가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회사 업무에도 인터넷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경영자가 전혀 모르는 분야의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져오는 법이지요. 사장님께서도 이 도도한 변화의 물결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으시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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