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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사전협의 시작돼…반대운동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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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사전협의 시작돼…반대운동도 본격화

[한미FTA 뜯어보기 13] 철야농성, 행정소송, 헌법소원…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두 나라 정부의 1차 사전준비 협의가 6일 오후부터 3박4일 간 서울에서 열린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본부 대사와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각각 수석대표를 맡은 이번 '사전준비 협의'에서는 다음 사전준비 협의 및 본협상의 일정 및 장소, 본협상 단계에서의 세부 협상분야, 협정문 초안의 교환시기 등이 논의된다고 외교통상부는 6일 밝혔다.

미국의 협상대표들은 이날 하루만 외교통상부와 협의를 갖고, 남은 기간에는 주한 미 상공회의소와 한국의 학계, 업계, 정부기관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한미 두 나라는 이번 사전준비 협의에 이어 다음달 미국에서 2차 사전준비 협의를 가진 뒤 5~6월 중 미 의회가 한미 FTA 본협상 개시를 승인해주는 대로 공식적인 본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메일과 우편으로만 국민여론 수렴하겠다는 정부**

이번 사전준비 협의에 앞서 지난 2일 한미 FTA 실무를 총괄하는 외교통상부 내 '한미 FTA 기획단'은 한미 FTA 본협상에 앞서 이메일이나 우편을 통해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한은 4월 28일까지, 이메일 주소는 'KorUSFTA@mofat.go.kr', 우편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도렴동 95-1 정부중앙청사 외교통상부 한미 FTA 기획단'이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미국과의 FTA 협상뿐 아니라 앞으로 다른 나라들과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FTA 협상들을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이미 지난달 23일 국제통상, 원산지 규정, 기술장벽 등의 분야에서 5명 이내의 전문가를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이처럼 우리 정부가 마련한 여론수렴 장치는 고작해야 개인 이메일과 우편물에 의한 의견 접수, 5명 남짓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 구성이라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규정상 대외 통상협정 협상에 앞서 거치도록 돼 있는 '공청회'를 협상개시 선언 하루 전날 요식행위로 치르려다 실패한 우리 정부가 국민여론 수렴도 그저 시늉만 내려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뒷짐 지고 있는 국회**

한편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국회는 '뒷짐지고 구경'만 하고 있다. 사실 대외통상 협상 관련 법령 상 우리나라 국회는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미 FTA에 대해서도 최종적인 비준권만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한미 FTA를 멋대로 강행해도, 국회는 그 과정에 개입하지 못하는 처지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 등 극히 소수의 의원들만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한미 FTA에 관심조차 없는 모습이다.

이런 우리의 정부-국회 간 관계는 미국 행정부가 무역촉진권한(TPA) 관련 법에 따라 의회에 한미 FTA 협상 개시 선언을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 협상목표를 상세히 알린 데 이어 사전준비 협의를 거쳐 본협상 개시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받으려 하는 것과 사뭇 대조된다.

우리 국회와 달리 FTA 협상 개시 여부에 대한 승인권을 가진 미국 의회는 TPA 법에 따라 공식적인 FTA 본협상을 개시하기 전에 90일 동안 본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검토를 하도록 돼 있으며, 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사전준비 협의도 바로 이 '미 의회의 검토'를 위한 자료를 미 행정부가 제공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여야 정치권, 특히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고작해야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한미 FTA 협상이 불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한미 FTA 본협상을 5월 3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뒤로 미루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전달해와 외교통상부가 본협상 시작 시점을 6월 초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 저지 움직임도 본격화**

6일 사전준비 협의의 개시를 전후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한미 FTA 추진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국내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3일 '문화침략 저지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반대운동을 확대해 '한미 FTA 저지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스크린쿼터의 축소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한미 FTA 협상 개시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책위의 이해영 정책위원장은 "6일 국무회의에서 스크린쿼터를 현행 146일에서 73일로 줄이는 내용으로 대통령령을 개정할 경우 그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정부가 2월에 실시했다는 '한미 FTA 공청회'는 실제로는 진행되지 못하고 무산됐는데도 정부는 이 공청회가 열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한미 FTA 협상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런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4년 6월에 제정된 'FTA 체결 절차규정(대통령훈령 121호)'에 따르면 정부는 FTA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공청회를 열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 내용을 FTA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한미 FTA 공청회'가 무산됐는데도 협상의 개시를 선언한 정부는 이 훈령을 어긴 것이라는 게 대책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어 6일 오전 대책위는 한미 FTA 1차 사전준비 협의가 열리기 직전에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FTA 반대 운동을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이달 9일에는 촛불문화제, 다음달 15일에는 1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영화인들은 이날부터 146일 동안 서울 광화문에서 '24시간 철야농성'을 벌이기로 했고, 시나리오작가협회의 유동훈 이사장은 6일부터 스크린쿼터 사수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부문별 대책위들도 속속 구성되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문화연대, 전국언론노조, 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 총 22개 단체들로 구성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시청각·미디어 분야 공동대책위원회'가 8일 출범할 계획이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한미 FTA는 우리 사회를 미국에 총체적으로 예속시킬 21세기의 '병술늑약'"이라고 비판해온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를 주축으로 한 '한미 FTA 저지 교수·학술단체 공동대책위'가 구성돼 10일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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