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한국에 반미감정을, 미국에는 반한감정을 고조시켜 한국과 미국 간 동맹관계를 크게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두 나라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 "국내의 정치적 전투 대비" 강조**
미국의 보수적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연구원은 3일 미국 워싱턴의 이 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한미 FTA의 장점과 도전'이라는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한미 FTA는 단기적으로 한국에서 반미감정을 증폭시키고 이것이 미국에서 반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황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지도자들이 한미 FTA와 관련된 정치적 난관을 적절히 관리하고 돌파하지 못한다면 FTA 협정 체결이 어려워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 예상되는 양국 간의 단기적 갈등으로 인해 동맹관계의 미래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연구원은 "따라서 미국과 한국 정부는 무역관행의 세부사항뿐만 아니라 협정의 성립을 위협할 수도 있는 긴장의 고조와 국내의 정치적 전투에 대비하는 데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원은 좀더 구체적으로 "한국과 칠레 간 FTA에 대한 논란을 돌아볼 때 한미 FTA에 대한 한국 내 정치적 반대의 목소리는 크고 시끄러울 것이며 반미의 용어로 표출될 것"이라며 "미국의 지도자들은 이런 민족주의적 감정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하고, 한국의 지도자들은 그에 따라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반작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감정의 폭발이 잘 관리되지 못하면 실질적 쟁점들에 대한 합리적 논의가 어려워지고 양국 간 관계가 영구적으로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를 향해 업계 및 의회 지도자들과의 즉각적인 접촉, 강력한 조기 대국민 홍보, 한국에 대한 비자면제국 승인 등의 조처를 통해 한미 FTA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기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의회조사국 조사관 "북한 문제가 끼어들 수도"**
이에 앞서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마크 매닌 조사관은 지난달 9일 '한미 경제관계: 협력, 갈등, 그리고 FTA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입장 차이가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만약 FTA 협상이 실패하거나 극도의 난항을 겪게 될 경우 한미 간 동맹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닌 조사관은 특히 "북한과 직접적인 양자 간 화해를 강조하는 한국의 정책은 북한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실제적, 수사적 노력을 한국 정부가 뒷받침해주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이런 전략적인 입장 차이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의 FTA 협상 및 미국이나 한국 의회에서의 FTA 협정안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닌 조사관은 또한 미국 내 인권단체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이 문제가 한미 FTA 협상과 얽히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이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 중인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시장규모가 큰 편이어서 미국의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대해서보다 더 많은 양보를 한국에 요구함으로써 한국인들로 하여금 불공정한 압력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경제자문위 전문가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한편 국내에서도 정부가 지난해 가을부터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기 직전인 올해 1월까지 국민경제자문위원회의 비공개 논의 과정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한미 FTA의 경제적 이익은 불확실하고 그다지 크지 않은 반면에 정치사회적 불이익은 거의 확실하고 외교안보적 이익도 회의적"이라면서 협상 준비를 더 충실하게 하기 위해 협상일정을 늦출 것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주장을 편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한미 간 동맹관계를 공고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기대되는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라며 "만일 미국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만연하게 될 경우 한미관계는 더 악화되고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도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한 "중국이 한미 FTA에 대해 한미동맹을 공고화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으로 받아들여 북핵문제 등에서 한국에 협조하지 않는 등 한국을 소외시키는 외교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미 양국에서 FTA 협상이 지연될 경우 이 협상이 오히려 두 나라의 국내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두 나라 간 동맹관계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거듭 제기됨에 따라, 두 나라 정부는 '연내 협상 타결'과 '내년 상반기 중 국회 비준'이라는 공식적인 추진일정과는 별도로 협상을 최대한 서두르는 속전속결의 협상전략을 통해 협상타결을 가급적 앞당기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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