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현재 연 66%인 등록 대부업체의 이자율 상한을 대폭 낮춰야 한다며 펼치고 있는 대부법업 개정 노력이 최근 '일본 최대 대부업체 상륙설' 등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일본 대부업 규제 강화 여파, 국내 대부업 이자율 논란 가열**
일본 정부가 대부업체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풍선효과'에 따라 일본 대부업체들이 국내 소비자금융 시장으로 밀려들 것이라는 경고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3대 대부업체인 '아이후루사'가 조만간 한국 대부업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내 대부업계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인 산와머니와 러시앤캐시가 양분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일본에서 끌어들인 저금리 자금을 앞세운 일본계들의 텃밭이 된 상태다.
그런데 이들보다 자산규모가 10배 이상인 아이후루사가 국내에 상륙하면 주 대출소비자인 서민들의 피해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이후루사가 국내 시장을 넘보는 이유는 일본에서는 대부업체 이자율을 20% 이하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0%가 넘는 이자를 받으면 무효가 되며, 29.2%가 넘는 이자를 받으면 형사처벌된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23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20%가 넘는 이자를 지급했을 경우 변호사를 선임하면 즉각 채권추심이 금지되고, 회수한 이자지급액의 상당액을 성공보수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처럼 대부업 규제가 없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대부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업을 양성화시켜준 나라는 일본과 한국 뿐"이라면서 "그나마 일본은 상당히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가 고금리를 보장해주며 서민들이 착취당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게다가 일본 금융청은 지난 21일 형사처벌되는 법정최고금리를 100만 엔 이상 대출시 연 15%로 인하하는 등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법제도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22일 논평을 내고 "이러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고금리 대부업 영역을 더 이상 사적 자치에 맡길 수 없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이자 제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노동당은 "일본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진전된 정책을 크게 환영하며, 우리 정부도 대부업자 규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살인적인 고금리인 연66%를 연25%대로 낮추는 방향으로 대부업법을 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아울러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직권으로 대부업체의 불법행위 등 실태 조사 의무화와 사회연대은행 같은 서민금융기관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금감원 "대부업법은 IMF 이후 신용불량자 양산 따른 고육지책"**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MF 이후에 25% 상한을 규정했던 이자제한법이 폐지된 후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고금리와 고율의 사채에 시달렸다"면서 "이같은 특수한 사정에서 그나마 사채시장에 대해서도 일정한 이자율 상한선을 두고 등록제를 도입한 것이 서민 피해를 줄이는 길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대부업 규제를 강화할수록 음성적인 사채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 "몇 년 뒤 일본에서도 규제강화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선근 본부장은 "어차피 등록제는 사실상 무의미한 현실"이라고 일축했다.
이 본부장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등록대부업체가 대출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불법 추심까지 하다가 회장이 구속됐다"면서 "이처럼 대부업이라는 것은 궁지에 몰린 서민을 재생 불능한 상태로 몰아가면서까지 돈놀이를 하는 범죄"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같은 범죄를 등록이라는 형태로 옹호하면서 고율의 이자까지 보장하는 현행 대부업법은 악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민주노동당은 등록제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라면서 "법 개정을 통해 사실상 과거의 이자제한법을 재도입하려는 것이 당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이 이처럼 현행 등록대부업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근거는 사실상 대부업체들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감원이 지난 2001년부터 사채피해신고센터를 운용하고 있어 나름대로 감독기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적으로 대부업체를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
***등록제 실시 이후 갈수록 사채이자율 높아져**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체 관리감독은 각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지자체에서도 등록자격 심사 정도 외에는 인력이 없어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시인했다.
대부업체에 대한 1차 관리감독책임이 있는 광역 시·도가 인원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조례제정 등으로 하급 지자체에 대부업체 감독업무를 재위임하고 있는 등 사실상 현행 대부업법이 규정한 관리감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등록대부업체조차 다른 한쪽에서는 법정 이자율제한을 넘어서는 고율의 이자를 받으며서 불법적인 대출을 일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금감원이 사채피해신고센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사금융 이용실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사금융 평균이자율은 연 223%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176%에 비해 오히려 46%포인트나 높아진 수치이며 2002년 대부업법 시행 이전에 금감원이 집계한 사채피해신고 이용자들의 이자율(219%)보다 높아진 것이다.
또 대부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에 따르면, 대부업체 이용자의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245만7000원이고 이용자 중 44%가 신용등급 최하위인 10등급이며 이용고객의 44.1%인 9만8968명이 과거 신용불량자였거나 현재 신용불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당 관계자는 "대부업 이용고객의 44.1%가 신용등급 10등급이었다는 점에서 등록 대부업체 역시 연 66%의 고금리를 노린 약탈적 대출을 일삼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이들은 급전대출이 필요한 사람이기보다는 복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대상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불량자들에게도 당장 급한 돈을 법적으로 제한된 이자율로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게 대부업 양성화론"이라면서 "그러나 이들이 대출로 몇 개월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뒤에는 모든 재산을 털리면서 거리에 나앉게 하는 사채업을 왜 정부가 보장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선근 본부장은 "서민들을 약탈하는 고금리는 타협과 양성화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66%라는 고율의 사채이자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프랑스는 소비자 법전을 통해 프랑스 은행이 발표하는 시장 평균금리의 약 1.3배를 초과하는 금리는 폭리로 규정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도 민법 및 판례에 따라 시장 평균금리의 2배를 넘는 이자 약정을 폭리로 규정해 무효화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페이 데이 론'이라고 해서 먼저 대출해준 다음 한 달 뒤 월급날에 이자를 붙여 월급에서 떼가는 일종의 사금융 제도가 있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단기대출조차 부작용이 많다는 비판이 많아 최근 이자제한법을 재도입해야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제출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에 부딪쳐 번번히 폐기되는 신세를 면하치 못했으나, 최근 심상정 의원이 재발의한 법안이 지난 14일 재경위에 상정됐다. 최근 일본 정부의 대부업 규제 강화가 국회의 대부업법 개정안 처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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