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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공군, 제2롯데월드 놓고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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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공군, 제2롯데월드 놓고 전면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 심의결과 주목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이라는 제2롯데월드 건설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까?

롯데그룹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사업은 롯데물산이 1조50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서울 잠실에 국내 최고층(112층, 높이 555m)의 건물을 짓는 것으로, 22일 열리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만 통과하면 나머지 행정적 인허가 절차는 일사천리로 끝날 것으로 보고 올해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었다.

***공군의 제2롯데월드 건설 반대, '다 된 밥에 재 뿌리기'인가**

그런데 롯데그룹은 현재 공군으로부터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식의 일격을 당한 상태다.

공군이 20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브리핑을 갖고 "안전 문제로 제2롯데월드의 높이를 낮추는 것 외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하자 공군은 21일 다시 반론에 나서 "제2롯데월드 건설계획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할 경우 국무조정실을 통한 행정조정협의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공군이 이처럼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해 단호히 반대입장을 표명한 이유는 안전문제다.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는 장소가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들이 사용하는 항로로부터 불과 1.5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칫 건물과 항공기와 충돌할 위험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 연방항공청(FAA)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의 국제기준에 따를 경우 항공기가 계기비행으로 서울공항에 착륙할 때 제2롯데월드 신축예정 지점에서는 고도 279m를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항로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마치 9.11 테러 때처럼 제2롯데월드 건물 중간 쯤에 비행기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 공군의 우려다.

따라서 안전거리까지 고려해 제2롯데월드의 높이는 해발고도 203m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안전 문제라면 법으로 규정이 돼 있을텐데 이처럼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제2롯데월드 건물이 들어서는 부지의 위치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는 곳은 군용항공기지법 상 항공기 이착륙 시 비행안전을 위해 설정한 비행안전구역 바로 바깥에 위치하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 점은 공군도 인정하고 있다.

***공군 "법적 문제와 안전 문제는 별개"**

그러나 공군본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별개"라면서 "국내 법은 좁은 국토 탓에 최소한의 규제만 했기 때문이며,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 법 자체가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제2롯데월드 부지가 비행안전구역에서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항공기의 계기비행 접근보호구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서울공항을 이착륙하는 항공기들은 연간 36%가 계기비행에 의존하는데, 1.5km의 거리는 시간으로는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비행안전구역 안에조차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을 건축할 수 있도록 한 대만 타이베이 공항처럼 융통성을 발휘하면 될 일"이라고 답답해 했다.

그러나 공군본부 관계자는 "롯데 측이 말하는 사례는 '타이페이 101'이라는 580m가 넘는 빌딩이지만, 제2롯데월드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타이페이 공항은 활주로 진입 시 직선항로를 거치게 돼 있다"면서 "타이페이 101 빌딩은 활주로 옆쪽에 위치해 있어 타이페이 항공이 양해를 해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서울공항은 위치 상 활주로에 직선으로 진입할 수 없게 돼 있어 계기비행 접근보호구역에 안전 높이 이상의 건물이 있으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제2롯데월드 높이, 왜 변경됐나**

제2롯데월드의 높이는 2002년 전까지만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초 롯데 측은 공군의 견해를 반영해 1998년 36층(143m)으로 짓는 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롯데물산은 현재의 계획처럼 초고층으로 짓는 변경안을 새로 제출했다. 뒤늦게 제2롯데월드의 건설 계획이 바뀐 이유는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어 관광산업을 키우겠다"는 신격호 회장의 의지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공군의 반대가 더욱 거세지면서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지난해 9월 이명박 서울시장이 `임기(2006년 6월) 내 착공 허가' 의지를 밝히면서 탄력을 받았다.

그 직후에 제2롯데월드 건설 계획안은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고 지난 8일 4년 만에 도시건축공동위에 상정됐지만 설계의 독창성 문제 등을 이유로 일단 승인이 보류됐다. 하지만 롯데 측은 공군의 강력한 반대만 아니라면 22일 열리는 공동위 심의 통과는 무난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완공시 연간 150만 명 이상인 기존 롯데월드의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관광객이 20∼30% 증가하면서 세계적인 관광타운을 만들 수 있다"고 사업추진 배경을 밝히고 있다.

제2롯데월드가 완공된 후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한다면 공군이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롯데그룹의 주장이다.

그러나 공군본부 관계자는 "롯데그룹에서는 제2롯데월드를 건설하는 이유로 경제적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15년 전부터 2만5000평이 넘는 부지를 사들이고 방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항간에 제2롯데월드를 무리를 해가면서 건설하려는 배경에는 경제적 이익 추구보다는 신격호 회장의 염원이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그 넓은 부지를 다른 식으로 활용했으면 벌써 많은 수익을 냈을 것이라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에 대한 논란은 10여 년을 끌어온 것인데, 왜 이제서야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느냐"는 질문에 대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수없이 안전 문제에 대해 건의를 했으며, 그만큼 했으면 롯데측에서 물러설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시장 재임 기간에 제2롯데월드가 실제로 착공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군으로서는 '안전'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어 '양심상' 나섰을 뿐"이라면서 "그밖의 이유로 공군이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해 얻을 이익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공항 터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는 등 정치권과 지자체의 움직임 때문에 불안해진 공군이 제2롯데월드 건설계획에 대해 물러서게 되면 서울공항이 이전하는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에 배수진을 치고 나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공군본부 관계자는 "서울공항의 특수한 상황으로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모두 인정한 상태"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사업을 포기하든가 건물 높이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공군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제2롯데월드 건설계획을 승인한다면, 차후에 안전사고가 나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경고했다.

서울시는 현재 공군이 '마지막 카드'로 제시한 '비행안전 영향평가'를 도시건축공동위에 상정해 위원회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측은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도시건축공동위는 전원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관례가 있어 만약 위원 중 한 명이라도 적극적으로 반대하면 통과가 어렵다"고 밝혀 위원회의 결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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