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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식사예절에도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습니다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 〈27〉 테이블 매너

K 사장님!

오늘은 사소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업상의 인간관계 정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테이블 매너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힘입어 국민들의 수준이 다방면에 걸쳐서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테이블 매너만큼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아직도 낙후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테이블 매너라는 것 자체가 서양에서 비롯된 관습이라 밥 먹으면서는 말하면 안 된다고 배운 우리의 전통 식사예절과는 거리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세계 11위 무역대국의 국민이자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우리 기업의 경영자라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는 테이블 매너 정도는 갖추고 있는 것이 상식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식당 같은 데서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테이블 매너는 대체로 거친 편입니다. 목소리를 낮추어서 이야기해야 할 식당에서 오히려 더 큰소리로 말하기 일쑤이고 종업원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을 예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그 관습에 익숙하지 않은 양식당에서는 경우에 맞지 않는 장면을 흔히 보게 되지요. 예를 들어 반으로 접어서 무릎 위에 놓아야 할 냅킨을 앞치마처럼 허리춤에 끼어서 늘어뜨리고 있는다든지, 소리 내지 말고 한 모금씩 베어 먹듯 마셔야 하는 수프나 커피를 숭늉처럼 후후 불어가며 소리 내어 마시는 광경도 드물지 않게 봅니다.

서양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포크나 나이프로 상대방 가리키기는 예사이고, 결코 입으로 가져가서는 안 되는 나이프를 입에 넣기도 합니다. 어느 쪽의 빵과 물이 내 것인지 몰라 옆 사람의 눈치를 보는 장면도 적지 않게 볼 수 있고, 조금씩 손으로 뜯어 먹어야 하는 빵을 나이프로 반을 갈라서 버터를 채워 넣고는 포크로 찍어먹는 모습도 흔히 목격할 수 있지요.

테이블 매너라고 하면 흔히 회자되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중국 청나라 시대의 어떤 고위관리가 외국을 방문하던 중 만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 관리가 청대 말기의 유명한 대신 리홍장이고 초청자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라는 설도 있습니다만, 사실 그 주인공은 버전에 따라 다르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 중국 관리가 식사를 하다가 손 씻으라고 갖다 놓은 핑거볼(finger bowl)을 모르고 마시자 호스트가 손님이 무안해 할까봐 같이 핑거볼을 마셨다는 에피소드입니다.

외교무대에서는 그런 실수가 국가 간의 우호 증진과 외교의 목적 달성을 위한 배려로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고, 이 일화가 옛날 일이라 지금은 웃고 넘길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만 오늘날 상담을 위한 자리에서의 좋지 않은 테이블 매너는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요즈음은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입니다만, 외국 사람들의 식사에 꼭 곁들여지는 와인에 관한 예절을 잘 몰라 벌어지는 해프닝도 흔히 보게 됩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최고경영자 한 분이 외국인 바이어를 초대한 자리에 동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와인 리스트를 보지도 않고 '이 집에서 제일 비싼 와인'을 호기롭게 주문하고는 실온으로 마셔야 할 레드와인을 차게 준비해놓지 않았다고 호통을 쳐서 좌중을 긴장하게 하더니, 급기야는 자신이 마시던 잔을 우리 식으로 그 바이어에게 척 건네고는 한잔 가득 따르더니 '원 샷'을 강요하더군요.

내용도 모르면서 제일 비싼 것을 주문하는 속물적인 매너도 꼴불견이고 외국 사람이 그 뜻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원 샷'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자신이 마시던 잔을 상대에게 권하는 것은 서양 관습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의기양양하게 계속 권하는 통에 말릴 수도 없고 해서 입장이 난처했던 적이 있습니다.

와인을 자주 마셔보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이 와인의 관행을 잘 모르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을 자주 상대해야 하는 경영자라면 적어도 와인을 고르고 마시는 최소한의 매너 정도는 자신의 사업을 위해서라도 배워두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매너는 상대를 유쾌하게 할 뿐 아니라 때로는 상담에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상당한 규모의 사업을 하는 막역한 친구가 연락을 해 온 일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사업 파트너와 함께 투자상담 차 서울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파트너가 와인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니 적절한 준비와 식사에 동석을 부탁하는 전갈이었습니다.

제가 와인에 관해 약간의 귀동냥이 있는 걸 아는 그 친구가 자신은 그 방면에 전혀 지식이 없노라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그 손님의 음식과 와인에 대한 취향을 묻고는 적절한 식당을 예약한 뒤 그 음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만나고 보니 그 파트너는 와인과 음식에 대해 대단한 식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와인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에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의 인물이었습니다.

그날을 위해 준비한 와인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한 우리는 공통된 화제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한 시간도 채 안 되어서 십년지기 같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포도밭에 저를 초대하겠다고 약속까지 하더군요. 제 친구의 사업 이야기가 수월하게 진행됐음은 말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매너가 사업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좋은 매너는 사업에 도움이 되고 나쁜 매너는 상담을 그르치게 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와인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잘못된 매너는 외국인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같이 하는 자리에서도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현명한 경영자라면 음식과 음료를 시키는 법과 먹고 마시는 예절 등의 상식적인 테이블 매너 정도는 배워두는 것이 좋겠고 회사의 간부사원들에게도 익히게 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됩니다. 좋은 테이블 매너는 성공하는 비즈니스맨의 동반자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미국에서 테이블 매너의 교육을 위해 고안해낸 간단한 테스트 항목들을 첨부하니, 사장님께서도 자신의 매너 수준을 점검해볼 겸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식사 시에는 팔꿈치를 식탁에서 떼어야 한다. 1)예 2)아니오

2. 식사에 초대받아서 음식을 남겼을 때는 남은 음식을 집에 담아갈 봉투를 청한다. 1)예 2)아니오

3. 디저트용 스푼과 포크는 접시 상단에 위치해야 한다. 1)예 2)아니오

4. 음식이 이빨 사이에 끼었을 때는 화장실에 가서 처치한다. 1)예 2)아니오

5. 식사 중 포크를 떨어뜨렸을 때는 주워서 냅킨으로 닦은 다음 계속 사용한다. 1)예 2)아니오

6. 물 잔은 항상 오른쪽의 것을 사용한다. 1)예 2)아니오

7. 경우 없는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트림을 해서는 안 된다. 1)예 2)아니오

8. 식사를 마치고 나면 냅킨을 사용 전처럼 다시 접어서 접시 옆에 놓는다. 1)예 2)아니오

9. 식탁에 포크가 두 개 놓여있을 때는 접시에 가까운 것부터 사용한다. 1)예 2)아니오

10. 당신이 초대받은 손님이라면 주빈이 권하지 않는 한 가장 비싼 메뉴를 주문해서는 안 된다. 1)예 2)아니오

11. 음식에 뼈가 들어 있을 때는 뱉어서 식탁보 위에 올려놓는다. 1)예 2)아니오

12. 귀하가 특정 음식을 원하지 않는다면 먹지 않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1)예 2)아니오

13. 음식이 접시에서 떨어졌을 때는 손대지 말고 식탁 위에 놓아두어야 한다. 1)예 2)아니오

14. 면 종류를 먹을 때는 후루룩 소리를 내서 맛있다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 1)예 2)아니오

15. 식사 도중 식탁을 떠나야 할 일이 생기면 필히 좌중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1)예 2)아니오

16. 소금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일어나서 집어야 한다. 1)예 2)아니오

17.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포크와 나이프를 원래 자리에 다시 놓아야 한다. 1)예 2)아니오

18. 미국식 식사예절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포크를 오른손으로 옮겨 잡는다. 1)예 2)아니오

19. 수프는 안에서 바깥 쪽으로 떠가며 스푼의 한 귀퉁이부터 한 모금씩 먹어야 한다. 1)예 2)아니오

20. 빵과 버터는 접시의 왼쪽에 놓여야 한다. 1)예 2)아니오

〈정답〉 1. 예, 2. 아니오, 3. 예, 4. 예, 5. 아니오, 6. 예, 7. 예, 8. 아니오, 9. 아니오, 10.예, 11. 아니오, 12. 아니오, 13. 아니오, 14. 아니오, 15. 예, 16. 아니오, 17. 아니오, 18. 예, 19. 예, 20.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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