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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머감각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 〈26〉 대화의 매너

K 사장님!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매너 중에서도 인간관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대화의 매너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예상외로 최고경영자들 중에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경영자라고 하면 일반인들보다 대인관계도 많고 해서 대화에 익숙하고 화술도 뛰어날 것 같은데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더군요.

회사 내에서는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입장이라 쌍방향적인 대화보다 일방적인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아 그럴 수도 있다고 하겠으나 사외의 대인관계, 심지어는 회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상담을 하는 경우에도 대화의 예절에 어둡고 화젯거리도 부족하며, 심지어는 기본적인 테이블 매너조차도 잘 몰라 낭패를 겪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대화의 윤활유라고 할 수 있는 유머감각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얻기도 하고 반대로 잃기도 합니다. 경영자는 대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고 좋은 사업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대화로 많은 것을 얻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상식적인 대화 매너를 지키지 못해 부하들로부터 경원당하고 굴러들어온 사업기회까지 놓친다면 그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대화 매너는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진정한 사업가라면 최소한의 예의를 몰라 손해를 자초하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대화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집중해서 듣는 자세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영자들이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즐깁니다. 부하들의 말은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자르는 분들도 많더군요. 많은 의견을 참고해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고경영자에게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습관은 치명적인 결함일 수 있습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부회장으로 처음 출근하던 날 아버지인 창업자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경청(傾廳)이라고 쓴 휘호를 선물받았고, 경청은 그때부터 그의 좌우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경청의 뜻은 귀를 기울여 주의해서 듣는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만,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사물은 물론 사람까지 꿰뚫어보라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후계자에게 주는 교훈으로는 최고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에게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남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라는 조물주의 뜻이라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상대방의 말을 열심히 듣는 것은 대화의 기본자세입니다.

대화에 있어서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자세는 상대방의 말에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상대가 열심히 말하고 있는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말을 듣지 않고 있다는 표시임은 물론, 말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있다는 뜻을 동시에 전달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되지요.

반응을 보이는 방법에는 적절한 시점에 맞장구를 치거나 질문을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대화는 탁구경기와 같다고 하는 말도 있습니다만, 말은 주고받는 맛이 있어야 신이 나는 법이지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일방적인 대화는 서로를 지루하게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화제의 선택입니다. 대화에 있어서 화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화제는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공통된 것이라야 하겠지요. 대화의 기본정신이 상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면, 대화의 주제는 나에 관한 것보다 상대방에 관한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상대방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화제를 택하려면 상대의 관심사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노련한 경영자라면 중요한 상담을 앞두고 있을 때 상대방의 이력은 물론 취미와 독서경향 및 사소한 습관까지도 알아두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정보에 따라 상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철저한 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상대방과 하나의 주제를 놓고 하루 저녁쯤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선진기업의 경영자들의 경우는 중요한 상담을 하기 전에 그런 정도의 준비를 하는 것은 상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친분이 있는 외국의 저명한 인사로부터 우리 기업인들의 관료적이고 화제부족인 접대 태도를 전해 듣고 얼굴이 화끈거린 적도 있습니다만, 우리 경영자들의 화제는 대체로 단조로운 편이지요.

하긴 한국 남자들의 술자리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화젯거리가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이고, 그래서 한국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의 화제가 '군에 있을 때 축구 한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만, 우리들의 대화 주제는 다분히 자기중심적인 데에다 천편일률적인 경향마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기업인들의 대화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화제로 골프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 경영자들처럼 대부분이 골프를 좋아하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일방적으로 골프 이야기만 해댄다면 대화는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고문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외국 기업인들이 우리 경영자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사업 외의 화제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문화와 관련된 상식이 다양하지 못해 긴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많이 들어 왔습니다. 그들의 관행으로는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사업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지요.

어떤 이는 한국 기업인들은 상대를 대면하자마자 사업 이야기부터 먼저 꺼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습관으로는 결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하더군요. 협상 테이블에서 속내를 먼저 드러내는 습관은 기선을 제압당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일류 경영자라면 평소 스포츠는 물론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상식을 쌓아 폭 넓은 화젯거리를 준비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네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화를 함에 있어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앞에서 말씀드린 경청하는 자세나 반응을 보이는 것도 대화의 예의에 속하는 것이겠습니다만,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말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부하들에게도 함부로 말을 하지 말 것이며 상대의 말을 부정해야 하는 경우에도 직설적인 표현은 삼가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은 상담을 할 때 부정을 결코 직설적으로 "아니오"라고 하지 않기 때문에 말의 행간에 숨은 의미를 조심스럽게 파악해야 한다고들 합니다만, 미국인들의 상담대화 방식에도 'Yes, but 화술'이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부정을 해야 할 때에도 직설적으로 "No"라고 할 것이 아니라 "댁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하는 식으로 순화해서 말하라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화에 있어서 유머의 감각입니다. 전래의 유교문화 탓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유머감각이 부족하다고들 합니다. 근엄한 최고경영자들은 유머감각이 더욱 모자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대화에 있어서 유머감각은 필수입니다. 유머를 강조하는 'fun 경영' 이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지요.

서양 사람들이라고 다 유머감각을 타고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아는 외국 경영자 중에는 유머를 따로 공부하고 메모해서 구사하는 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영자 중에도 후천적으로 유머를 열심히 익혀서 센스 있는 경영자라는 평판을 얻은 분도 있죠.

유머를 구사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것은 남을 난처하게 하거나 비꼼으로서 웃음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유머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긍정적 유머로 대화를 즐겁게 이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유쾌해지는 경영자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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