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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쌀 수입규제 "아예 없애라"… 쇠고기는 "더 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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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쌀 수입규제 "아예 없애라"… 쇠고기는 "더 열라"

[한미FTA 뜯어보기 6] 미국, 전방위 '개방공세'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개시를 공식 선언한 지 1주일째. 미국은 쌀 시장 개방,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완화, 스크린쿼터의 완전 철폐 등을 거론하며 연일 강공을 퍼붓고 있다.

반면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쿼터의 축소 등의 조처를 내놓으며 미국 측에 이미 크게 양보한 우리 정부는 '모든 규정에는 예외가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면서 국민들에게 한미 FTA의 이점을 선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경제대국들을 제치고 한국이 미국과의 FTA 협상국으로 선택됐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앞으로 있을 중국, 일본과의 FTA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만만한' 한국을 시범 케이스로 선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USTR "한국에 쌀시장의 완전개방 요구할 것"…한국이 시범 케이스**

실제로 미국은 한국과의 FTA 협상을 개시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한미 FTA 비준에 있어 가장 민감한 사항으로 꼽히는 한국의 쌀 시장 개방 문제를 들고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리차드 크라우더 농업협상대표는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고수하고 있는 쌀수입 상한을 철폐하도록 요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FTA란 말 그대로 완전한 자유무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미 지난 2일에도 USTR의 고위 관계자가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과의 협상 결과가 모든 FTA의 금과옥조"라며 "따라서 한미 FTA는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높은 수준의 FTA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 농산물을 예외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터키의 쌀 시장 보호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바 있는 미국은 터키와의 쌀 협상이 자국의 요구대로 진전되지 않자 지난 6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중재패널을 설치해 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터키의 수입쌀 시장이 겨우 2억 달러 수준의 작은 규모인데도 미국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데는 정치적인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美 "쇠고기 수입조건 더 완화하라", "스크린쿼터는 아예 없애야 한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금수조치를 풀고, 스크린쿼터를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 것에도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국내 기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한미 FTA 브리핑'에서 미국의 한 경제관료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갈비를 포함해 뼈가 있는 부분에 대한 수입 금지에 불만이 있다. 뼈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를 추가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스크린쿼터 제도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도 더 이상 스크린쿼터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스크린쿼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스크린쿼터의 추가적인 축소나 철폐 등) 더 이상의 요구에 대한 지침은 아직 없었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도 그는 "우체국 등 일부 금융기관들이 금융감독원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日 "한미 FTA 지켜보며 농업보호 전략부터 짤 것**

이렇게 농축산물, 영화, 금융 등 모든 산업부문에 걸쳐 미국의 전방위적 강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은 한국과 미국 간 FTA 협상을 예의 주시하며 신중히 자국의 FTA 전략을 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강행하면서 "일본이나 남미 등이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넓은 미국 시장을 빼앗길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본의 사정은 이와 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일본 자민당의 고노 타로 의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미일 FTA 협상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과 FTA 교섭을 하더라도 한미 FTA 교섭 상황을 지켜본 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FTA 협상에 있어 한국과 미국의 경제 차이가 일본과 미국의 경제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일 FTA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일본은 한국과의 FTA 협상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정상은 2003년 10월 방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FTA 협상의 개시를 선언하고 2005년 내 타결을 목표로 2004년 11월까지 6차례의 협상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양국 간 정치적 마찰이 격화함에 따라 두 나라 정부는 차기 협상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 FTA가 교착상태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농산물 시장 개방수위를 90%로 높이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분야별 개방 수위를 50%에서 시작해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FTA가 시작되면 한국에 대해 큰 폭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농업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무리하게 FTA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 정부가 치즈, 고기, 밀 등 자국 내 농산품을 보호하기 위해 스위스에 제2의 수출시장인 미국과의 FTA를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했다.

***장하준 "시간이 촉박해 아쉬운 건 미국"**

이렇게 FTA 협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외국들과는 달리 우리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농산물 시장에 대한 개방의 수위를 낮추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뿐이다.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8일 KBS 라디오 '안녕하세요? 김인영입니다'에 출연해 "예외 없는 FTA는 없다"며 "최근에 미국이 호주와 체결한 FTA를 보면 호주의 농업이 워낙 세기 때문에 미국도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한 실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과적으로 우리도 민감한 부분이 있고 미국도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양측 간에 이익이 잘 균형을 이루는 그런 협상이 돼야만 의미 있는 협상이라는 기본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쌀은 어떻게 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대사는 "쌀은 예외로 주장해서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미국이 협상할 때는 힘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자기들은 예외규정을 많이 만들고 다른 나라들이 예외규정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렵게 한다"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이득을 본 나라는 사실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실 지금 아쉬운 것은 미국이다. 미국 행정부의 무역증진권한(TPA)이 내년 6월로 종결되는 상황인데 시한부에 몰린 사람(미국)이 협상하는 데 더 불리한 것 아니냐"며 "이런 점을 잘 고려해 우리는 '이거 안 해도 솔직히 망할 것 없다', ' FTA 한다고 우리가 엄청나게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닌데 미국이 정 (한국과의 FTA 체결을) 하고 싶으면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우리에게도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이런 불안감을 종식시키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미 FTA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동시에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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