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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형 펀드를 직접 만들어보자

[장태민의 펀드 이야기] 펀드는 돈뭉치일 뿐

최근 주가가 연일 급등락하자 순수주식형 펀드에 넣어두었던 자금을 빼내어 주식과 채권에 동시에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로 옮겨야 하는 것 아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한 펀드에서 주식에도 투자하고 채권에도 투자하는 '비빔밥' 펀드가 훨씬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투자수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예컨대 주식에 400억 원, 채권에 600억 원을 투자하는 펀드, 즉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비율이 4대6 정도 되는 펀드에 투자하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이런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주식성장형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안전하다.

***발품을 파는 수고로움은 감내해야**

하지만 투자의 수익성을 생각한다면 효과적인 방법은 따로 있다. 다만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국내의 혼합형 펀드 운용자(매니저)들은 주식 쪽 투자에는 신경을 쓰지만 채권 쪽은 그냥 일정한 포트폴리오로 방치해 두고, 말만 그럴싸한 비빔밥 펀드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펀드 규모의 문제 등을 이유로 채권은 그저 한두 종목 정도만 편입해두고 관리는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펀드는 비빔밥이긴 하되 덜 비빈 것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혼합형 펀드에 가입하기보다는 자금을 나누어 직접 주식형과 채권형에 투자하는 게 낫다. 비빔밥에 계란 정도는 직접 풀어보라는 얘기다.  

***아무래도 전문화된 펀드가 낫다**
 
여유자금 1000만 원이 있다고 하자. 이 돈으로 혼합형 펀드에 가입하지 말고 예컨대 주식형 펀드에 400만 원, 채권형 펀드에 600만 원을 각각 따로 집어넣는 게 바람직하다. 0.1%의 금리에도 손끝이 떨린다면 이런 정도의 노력은 충분히 감내할 만하지 않은가.

최근 자료를 갖고 살펴보자.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을 기준으로 혼합형인 안정형 펀드는 최근 1년 간 13.5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같은 기간에 안정형 펀드의 평균 주식편입비는 25%였다.

그렇다면 이 안정형 펀드와 같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어 수익률을 비교해보자. 즉 갖고 있는 자금의 25%를 성장형 펀드에, 75%를 채권형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투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성장형 수익률× 0.25 + 채권형 수익률× 0.75'라는 계산식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정확한 건 아니지만 얼추 비교할 수 있는 합성수익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이 포트폴리오의 1년 간 수익률은 15.28%로 안정형 펀드의 수익률보다 1.76%포인트 웃돈다. 기간을 좀 더 늘려보자. 최근 2년 간 안정형 펀드의 수익률과 우리가 만든 합성수익률을 내보면 각각 18.20%, 21.60%가 나온다. 최근 3년 간을 대상으로 계산하면 35.10%와 44.27%로 격차가 벌어진다.

결국 합성 펀드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투자자 자신이 전문화된 주식펀드와 채권펀드에 돈을 나눠 투자하는 게 이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혼합형 가입자도 투자구성 내역은 알아둬야**

최고의 성과를 낸 펀드끼리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온다. 최근 3년 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안정형 펀드는 대투운용의 '스마트플랜장기주택마련 혼합'으로 73.41%에 달하는 고수익을 달성했다. 이 펀드는 안정형 중에서도 주식편입비가 가장 높은 수준인 38%였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성장형 펀드인 미래운용의 '미래에셋디스커버리'(수익률 232.53%)와 KB운용의 '장기주택마련저축'(15.97%)를 합성하면 98.26%의 수익률이 나온다. 투자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펀드를 잘만 골라 합성하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펀드에 넣어놓은 자신의 자금이 실제로 어떻게 배분돼 있는지를 점검해보는 게 좋다. 예컨대 1억 원의 투자자금 중 은행에 8000만 원을 예금하고 혼합형 펀드에 2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하자.

이 경우 은행예금에 8000만 원, '펀드'에 2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생각하고 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서 '펀드'가 혼합형이어서 주식에 40%, 채권에 60%를 투자하는 상품이라면, 이 투자자는 전체적으로 예금에 8000만 원, 채권에 1200만 원, 주식에 800만 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펀드'에 총액 얼마 투자했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펀드는 주식, 채권 등이 한데 모인 뭉치일 뿐 새로운 상품이 전혀 아니다.

***혼합형 펀드의 문제점, 개선되는 추세**

그러면 혼합형 펀드가 왜 전문화된 펀드에 비해 운용실적이 부진한 것일까.

무엇보다 채권에 대해서는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인 운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채권을 안정적으로 매치시켜 놓고 주식으로만 수익을 더 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채권에 비하면 주식의 등락폭이 크니, 채권 쪽엔 신경을 덜 쓰는 것이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주식, 혹은 욕심을 내보고 싶은 주식은 혼합형보다는 전문화된 펀드에 먼저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종목이지만 그 종목이 유동성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혼합형에 편입하기가 곤란하다는 말도 한다.

또 '아이들 머니(idle money)', 즉 '노는 돈'이 있을 수도 있다. 주식과 채권을 두루 이용해 포트폴리오를 만들다보니, 꽉 채우지 못하고 버퍼를 만들어두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노는 돈이 있게 되면 투자자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 펀드에 대해 두 명의 펀드매니저가 주식과 채권을 따로 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책임의 문제가 모호해진다. 채권 쪽 펀드매니저는 아무래도 적극성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혼합형 펀드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 예전엔 주식 펀드매니저가 주식과 채권을 모두 운용하면서 한 쪽을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서는 운용사들이 늘고 있다.

'자펀드'와 '모펀드'를 만드는 방식으로 주식과 채권을 합성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 경우도 한 운용사의 펀드로만 비빔밥을 만들어야 하는 약점이 있다.

어쨌든 투자자는 '펀드에 가입하기만 하면 전문가들이 다 알아서 잘 해주겠지'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투자자금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투자자 자신이다. 직접 자산배분을 해서 주식, 채권으로 각각 전문화된 펀드에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박스〉

***혼합형 펀드의 분류**

자산운용협회는 주식의 최고 편입비율이 60% 이상인 펀드를 주식형 펀드로 분류하고 있다. 또 주식의 최고 편입비율이 50% 이상인 경우는 혼합주식형, 50% 미만은 혼합채권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시가채권형은 채권 편입비가 최저 60% 이상인 상품이다. 여기서 파생상품형을 별도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 파생상품형은 자산의 10% 이상을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다. 예컨대 국채선물을 10% 이상 편입하기 위해 파생상품형으로 약관 승인을 받는 경우가 많다. 파생상품형으로 분류된 펀드 가운데 실질적으로는 채권형 펀드나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다.

펀드평가회사에서는 사별로 좀 다른 분류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의 경우 약관상 주식을 최대로 편입할 수 있는 비중이 70%를 넘는 경우를 성장형이라고 부른다. 즉 주식편입비가 70%를 초과하는 펀드를 성장형, 주식편입비가 40% 초과 70% 이하인 펀드를 안정성장형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아울러 주식편입비가 40% 이하인 펀드는 안정형으로 분류되고, 채권형은 채권을 70% 이상 편입할 수 있는 펀드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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