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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재계, "예외 없는 포괄협정" 압력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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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美 정·재계, "예외 없는 포괄협정" 압력 본격화

[한미FTA 뜯어보기 5] 경제양극화 심화 우려

2일(현지시간) 오전 5시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미 의회. 정부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뒤흔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국민들 대부분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우리나라가 아닌 상대국가에서 선언했다.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개시를 발표한 직후 "협상 출범을 양국 수도에서 각각 발표할 수 있었으나, 미 의사당에서 공동회견을 통해 발표하기로 한 것은 미국 측이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의사당에서 발표하자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인지 미국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시작부터 확연히 미국 입장에 치우친 한미 FTA 협상을 둘러싸고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美 정·재계, '예외 없는 시장개방 원칙' 한 목소리**

한미 FTA 협상의 개시에 대한 열렬한 환영 의사를 밝힌 미국의 정·재계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체결을 추진 중인 다른 나라들과의 FTA 협상에 본보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한국과의 FTA에서는 어떤 교역품목에 대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아직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모든 FTA에 예외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과 함께 협상개시를 선언한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는) 전반에 걸친 포괄적 협정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과의 FTA 협정이 체결되면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곡물업계, 의류업계, 보험업계 등의 기업들과 한미재계회의,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 경제단체들도 협상개시 선언에 맞춰 '한미 FTA 비즈니스 연합'을 구성하고 "한미 FTA가 어떠한 상품이나 서비스 분야도 배제하지 않는 협정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미 무역대표부에 전달했다.

따라서 FTA 협상이 시작되면 한국산 농산물에 대한 민감품목 지정 여부와 관세인하 수준에서 한미 간에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농산물 분야에서의 협상이 한미 FTA 협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계는 FTA 협상의 체결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의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의회에서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 전세계에 전파해온 미국식 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장개방을 착실히 수용한 모범적인 사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한미 FTA가 진통을 겪더라도 결국은 체결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한국과의 FTA 환영하지 않는 미국 노동자들**

반면 외신들은 한미 FTA 협상이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리는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며 협정의 타결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AP 통신은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규모인 한국과의 FTA 협정 협상에 돌입했다"며 "그러나 한국 농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협상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AP 통신은 "FTA를 강력히 주장해온 부시 행정부가 2001년 출범한 후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4개국에서 16개국으로 급증했으며, 이 국가들과 맺은 협정의 대부분이 경제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의미가 큰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과의 FTA는 NAFTA 이후 최대 규모로 경제적으로 막대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부시 정부의 FTA 확대 정책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권익이 침해됐다고 보는 미국 내 비판세력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 통신은 이런 비판세력들이 "한국과의 협상과정을 예의 주시하며 감시와 압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론수렴 시간…미국은 90일, 한국은 20분**

한편 한미 FTA 협상을 둘러싸고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통상협상을 개시하기 90일 전부터 의회로 하여금 협상의 목표와 타당성 등을 철저히 조사하게 하고, 국제무역위원회로 하여금 구체적인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서둘러 한미 FTA를 개시한 명분도 바로 이런 미국 측 사정에 있었다.

또 미국은 공청회 개최 등 정부, 의회, 이해당사자 간에 다양한 형식의 의사소통 창구를 마련해놓고 있다.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통해 무역 관련 피해에 대한 사전, 사후 대책도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시간은 2일 농민들의 저지로 무산된 공청회에서 배정됐던 질의응답 시간 20분이었다. 정부는 공청회가 무산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농업의 환경보호 효과에 역행 소지**

한미 FTA가 발효되면 농업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농도인 전라남도는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달 한국농촌경제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미 FTA가 체결되면 전라남도의 농축산 생산액은 2000억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라남도는 이미 전담반을 구성해 3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교역품목별 피해액수도 산정하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내놓은 농업대책은 '시장개방의 최소화'와 '농업의 구조조정'이다. 이는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당시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대책들로, 현재까지 별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부는 119조 원을 투입해 농산물 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2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정부의 구태의연한 대응방식에 우리 농민들은 이제 '콩으로 팥을 쑨다고 해도 안 믿는 상태'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농업에 환경보호라는 계량화되지 않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형준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농업부문은 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 풍수조절 기능이나 이산화탄소 제거 등과 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극화의 원인을 양극화 해소의 계기로 승화하자?**

농업 분야와 함께 한미 FTA 체결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양극화의 심화다. 미국과의 FTA 체결로 국가경제 전체는 이익을 볼지 몰라도 그런 이익에 대한 고른 분배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산업 간, 기업 간, 지역 간에 경제양극화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현종 본부장도 "그런 부분이 사실 걱정스럽다"라고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FTA를 정부의 양극화 해소 정책과 관련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제도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한미 FTA의 기대효과: 산업구조조정 관점에서'라는 보고서에서 "한미 FTA는 기존의 FTA와 달리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크고 피해계층도 광범위할 것"이라며 "대외개방으로 인해 중단기적 피해가 예상되는 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적절한 보상체계를 수립하는 한편 포괄적인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해 재정수요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또 "한미 FTA가 효과를 보려면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계층에 대한 보상 및 지원 체계와 함께 일관성 있는 FTA 전략의 수립과 추진, 관련 제도의 개혁 등이 병행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시장개방에 따른 대책이 주로 피해계층에 대한 보상 차원에 그쳐온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전직, 재투자, 사업재전환 등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에 한미투자협정도 슬쩍 끼워넣기**

정부가 한미 FTA를 체결하면 외국인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와 함께 체결될 예정인 한미투자협정(BIS)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한미 FTA만 부각되고 있는데, 이 한미 FTA와 패키지로 처리될 BIS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BIS가 체결되면) 미국의 투자자는 재활용 촉진법에 따른 의무, 고용 승계, 노동기본권, 소득의 일정 부분 재투자, 현지인 일정 비율 고용 등 국내 산업규제 관련 조항을 적용받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미국 기업들에) 노동3권이나 환경권 보장을 요구할 경우에도 그런 요구에 대해 미국 기업들이 제소를 하면 우리가 패소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994년 미국이 이웃 국가인 캐나다 및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뒤에 캐나다와 멕시코의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환경파괴를 중단하고 노동권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가 되레 미국 정부로부터 피소를 당해 배상을 해야 했던 사례가 있다.

***"한반도 평화에 역행할지도"**

한편 한미 FTA가 한미 외교안보 관계를 강화로 이어져 결국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 측 주장에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현종 본부장은 3일 "미국의 신속협상권한(TPA) 법에 '군사동맹을 대체하는 게 FTA'라고 명시돼 있다"며 미국과의 FTA 체결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증가하면 한미동맹 관계를 강화시킬 순 있겠지만 우리 외교정책의 방향이 한미관계 강화 일변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 한다"며 "현재 우리의 제1 교역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속에서 한국의 외교는 미중관계에서 독자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또 "한미 FTA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유사한 시기에 발표된 것 자체가 지나치게 미국 의존적인 통상외교 정책의 강화를 표현하는 것 아니냐"며 "이는 단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역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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