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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절차 '티' 너무 난 공청회,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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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절차 '티' 너무 난 공청회, 결국 무산

[한미FTA 뜯어보기 3] 관리들이 국민여론 무시한 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청회'가 농민단체 등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3일 중 미국 정부와 함께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공식으로 선언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이 틀어졌다.

'한미 FTA 공청회'는 2일 서울 코엑스 대회의실에서 외교통상부 주최로 일단 열렸으나, 공청회 시작시간 전부터 주최 측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8개 농민단체들로 구성된 '농업회생을 위한 농민연합준비위원회(가칭)'가 격렬하게 대립하게 되면서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다가 결국 농민들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무산됐다.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기 전에 반드시 공청회를 열도록 한 현행 FTA 절차 규정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가 어떻게든 밀어붙이려던 한미 FTA 추진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국민여론과 상관없이 2일 협상개시하려고 했는데…"**

정부는 올 초 "자유무역협정 체결 절차규정(대통령훈령)에 따라 2일 공청회를 통해 관련 전문가 및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FTA 협상 개시를 심의·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내막적으로는 공청회 결과와 관계 없이 FTA 협상을 조기에 개시한다는 방침을 이미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의사당에서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 간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는 보도를 이미 내보낸 상태였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농민들은 "오늘 공청회의 결과와 상관 없이 오후에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내일(3일) 오전 중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기로 결정돼 있다'며 "우리더러 들러리 노릇이나 하라는 것"이라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외통부 관계자는 "절차대로 수순을 밟는 것일 뿐"이라는 원칙적인 답변을 되풀이하면서도 '3일에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농민단체들은 공청회가 끝나면 한미 FTA 협상의 조기 개시를 막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판단 아래 공청회를 일단 저지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농민단체들은 국민여론을 수렴해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3월초께 공청회 날짜를 다시 잡자고 주장하고 있다.

공청회가 무산된 직후 농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협상의제 설정과 협산 관련 정보에서 과도한 독점을 행사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며 "농업의 유지·발전을 위한 대책 마련과 핵심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에 대한 협상 참여권 보장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청회가 아니라 '선전'과 '협박'을 하는 자리**

애초부터 한미 FTA 공청회는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티'가 너무 많이 났다.

공청회라는 명칭이 무색할만큼 공청회 내용의 대부분이 그동안 줄기차게 한미 FTA의 체결이 가져다줄 이점을 홍보해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무역협회 등의 주제발표로 채워졌고, 국민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장으로 봐줄 만한 내용으로는 공청회 말미에 배정된 질의응답 시간뿐이었다. 게다가 100여 명에 이르는 사설용역업체의 경비원들이 공청회장의 연단 앞을 지키고 서는 바람에 공청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통부 관계자는 "미 행정부에 부여된 무역촉진권한(TPA)의 소멸시점이 내년 7월 말로 다가옴에 따라 시간이 촉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미 의회에 협상개시 의사를 통보한 뒤 90일이 지나야 공식 협상이 가능한 미국의 상황을 지적하며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한미 FTA 협상이 왜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에 맞춰 진행돼야 하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 무산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우리 정부는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의견을 귀담아 듣겠다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공청회가 무산됐음에도 정부가 현행 FTA 절차 규정을 무시하고 한미 FTA 협상의 조기 개시를 강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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