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주식펀드가 생활 속의 투자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른바 '코스닥 펀드'라는 이름에 걸맞는 펀드는 찾기 힘들다.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웬만한 코스닥 종목들과 거리를 두고 있고, 시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갖고 있던 코스닥 종목을 내팽개치는 모습까지 보였다. 변동성이 크고 투기성이 짙은 게 코스닥의 현주소다.
펀드들은 지난해부터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코스닥에 눈독을 들였지만, 투기성 종목들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코스닥 시장에 어떤 호재가 부상하면 개인투자자들은 높은 관심을 나타내면서 단기매매에 나선다. 하지만 펀드들은 코스닥 종목에 대한 투자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투자를 했다 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그대로 들고 가려는 의지가 약하다.
코스닥 종목들은 재무구조나 수익성이 불안정하며, 장기투자의 대상으로는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또한 코스닥 종목들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대박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안정성이 부족하다. 이런 연유에서 투기 성향을 가진 개인들이 코스닥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기관들이 코스닥시장에서 변덕스러운 행보를 보이자 코스닥시장이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이런 시장의 모습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코스닥의 변동성을 여실히 보여준 최근 2주간**
변동성이 컸던 최근 2주 간 코스닥시장과 유가증권시장의 모습을 보면 코스닥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다.
코스닥지수는 1월 16일 749.58에서 23일 571.82로 23.71%나 급락했다가 31일에는 618.70으로 8.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는 16일 1421.79에서 23일 1297.43까지 속락해 8.75% 하락세를 나타낸 뒤 반등해 31일에는 1399.83로 7.8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에 비교하면 코스닥지수가 상대적으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안정성이 훨씬 떨어진다. 그만큼 코스닥시장은 대박의 기회가 많은 시장으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환경변화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시장상황이 불안할 경우에는 재무상태나 수익구조에서 열위에 있는 코스닥 종목들이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에는 펀드들이 안전판의 역할을 하지만, 코스닥 시장은 펀드들로부터 그런 도움을 기대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특히 2주 전에 시장이 급락할 때 기관투자가들이 앞장서서 코스닥 종목들을 내다팔기도 했고, 급기야 코스닥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중단조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1월 31일까지 2주 간 기관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서 3113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에 개인들은 하루만 빼고 계속 순매수했고, 외국인들은 23일부터 다시 매수세 우위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이 기관들은 아직 코스닥시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적립식 펀드의 활성화 등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들이 안전판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코스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펀드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보아 장기투자를 미덕으로 삼고 있다면, 변동성이 큰 코스닥시장은 펀드에게는 여전히 뭔가 불안하고 부족한 곳이다.
***'코스닥 펀드'는 실종…'성장형 펀드'의 코스닥 관심은 커져**
이에 따라 '성장형 펀드(약관상 주식 편입비중이 70%를 초과하는 펀드)' 중에서 코스닥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이다. 펀드평가 회사인 제로인의 분류기준에 따라 최근 3년의 연간 통계를 살펴보면, 성장형 펀드에서 코스닥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3.24%, 2004년 2.51%, 2005년 0.21%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액으로 보면, 2003년에 2344억 원에 달했던 코스닥 펀드의 설정고가 지난해 연말에는 34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에 성장형 펀드는 7조2884억 원에서 16조6276억 원으로 설정액이 급증했지만, 코스닥 자체를 하나의 테마로 삼아 펀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성장형 펀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펀드가 생겨나거나 기존 펀드의 규모를 키워 왔지만, 코스닥 펀드는 발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코스닥시장의 간접투자 양상을 알기 위해서는 코스닥 펀드를 들여다보기보다는 일반 펀드들이 코스닥 종목에 얼마나 투자하는가를 살펴보는 게 낫다.
지난해에 코스닥 펀드는 사실상 소멸지경에 이르렀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코스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히려 커졌다. 이런 사실은 주식형 펀드의 대표 격인 성장형 펀드의 업종별 편입비중 추이에서 확인된다.
국내 주식펀드가 가장 많이 편입하고 있는 업종은 단연 전기전자다.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이 업종에 속하는 것만 봐도, 주식펀드에서 전기전자 투자 비중이 월등 클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성장형 펀드의 코스닥 종목 편입비중을 보자. 2003년 말 기준으로 성장형 펀드의 코스닥 편입비중은 6.21%였는데 2004년 말에는 6.41%, 지난해 6월 30일에는 9.50%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의 데이터인 11월 30일 수치를 보면 이 비중이 11.13%로 더 높아졌다. 이는 전기전자 업종에 버금가는 편입비중이다.
지난해 코스닥지수가 코스피지수를 크게 능가하는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성장형 펀드의 코스닥 종목 편입비중 확대가 바로 성장형 펀드의 수익률 상승에 힘이 됐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펀드들이 코스닥 종목 편입비중을 다시 줄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코스닥시장이 크게 출렁거렸고, 이로 인해 코스닥시장이 여전히 투전판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주식펀드들이 안정감이 떨어지는 코스닥 종목에 대한 투자의 메리트를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은 얼마든지 더 커질 여지가 있다. 장기투자의 대명사 격인 펀드들도 코스닥 종목들에 관한 한 장기투자에 인색한 것이다.
〈박스〉
***코스닥 펀드란?**
코스닥 펀드는 말 그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1999년 벤처열풍이 증권시장을 휩쓸면서 우후죽순 격으로 코스닥 펀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천년 들어 IT붐, 벤처열풍이 가라앉으면서 코스닥 펀드는 기력을 상실했다.
코스닥 펀드라고 하면 코스닥 주식에만 투자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코스닥 펀드의 종목별 투자 내역을 보면, 코스닥 펀드도 코스닥 종목보다는 과거에 거래소시장이라 불렸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종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임을 알 수 있다.
펀드평가 회사인 제로인은 펀드의 약관에 나와 있는 코스닥 주식 편입비중 상한이 50% 이상인 펀드를 코스닥 펀드로 분류하고 있다. 약관상 자산의 50% 이상을 코스닥 종목에 투자해도 좋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2000년 이후에는 코스닥 펀드의 투자대상 중 코스닥 종목의 비중이 유가증권시장에 속한 종목의 비중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었다.
코스닥 종목들 자체가 불안정하다 보니, 펀드회사에 따라서는 새로운 지수를 만들어 차별화를 시도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재무안정성, 유동성, 경영의 투명성 등을 갖춘 종목들로 '스타지수'를 만들고 이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에 투자를 하는 펀드도 출현했다.
현재 코스닥 펀드는 전체적으로 침체된 모습이다. 사실 코스닥 펀드라고 칭할 만한 상품들이 명맥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코스닥 펀드라고 따로 분류해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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