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형 펀드 환매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주 미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 소식, 일본 증시의 급락,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 루머 등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주식형 펀드 가입자들의 심기가 편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주식을 환매해야 하느냐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돼 주가상승을 뒷받침해 온 펀드 투자자금이 오히려 주가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당장은 주식형 펀드 자금의 흐름에 큰 변화는 나타나고 있지 않고 주식형 펀드 자금의 총액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선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펀드 가입자가 환매 신청을 한 뒤 나흘째 되는 날 자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지난 주말과 이번주 초에 급락한 주가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선 며칠 더 두고 봐야 한다. 20일 현재는 주식형 펀드 수탁고가 총 32조4704억 원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주식형 펀드 '환매'가 주목받는 이유**
최근 금융시장에서 주식형 펀드 자금 추이에 관심이 큰 이유는 지난해의 주가상승에 펀드 수탁고의 꾸준한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의 주가하락으로 인해 펀드 수탁고가 줄어드는 쪽으로 추세가 바뀐다면 그동안의 주가상승 흐름 자체에 악영향이 초래될 것이 뻔하다.
간접투자자들은 지난해와 달리 올 들어서는 주가가 갑자기 급락하자 펀드를 환매할 수 있는지, 환매한다면 언제 하는 게 좋은지 등을 은행이나 펀드회사에 문의하고 있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주식형 펀드 역시 무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주식형 펀드 투자에 대한 투자의 규모를 줄이는 방법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주가상승은 기대하기 힘드니 국내외 금융시장 분위기 등을 고려해 위험자산인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를 줄이라는 것이다. 펀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한다는 말은 옳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주가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금융권 저축은행의 경우 5% 이상의 금리를 주는 상품도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면 주가는 더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빠졌을 때 오히려 싸게 살 수 있다는 역발상이 오히려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어렵잖게 들을 수 있다. 지난해 펀드에 가입해 50% 이상의 고수익을 올린 투자자가 많았는데,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지금도 싼 값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는 단기간의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주가상승 추세는 살아 있다는 견해인 셈이다. 이런 견해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은 주가의 급락을 매입단가를 낮추는 기회로 삼아 장기적으로 꾸준히 적립 방식의 투자를 계속해 나가라고 권하고 있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원칙을 지켜야**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기에 펀드 환매 이야기까지 나오는 걸까? 코스닥 쪽의 주가 하락폭이 크다. 올 들어 코스닥 지수는 23일 종가를 기준으로 최근의 5영업일 만에 20.4% 급락했고, 코스피도 8.75% 하락했다.
이같은 주가 급락은 투자자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의 경우는 주가가 급락하는 시기라고 해서 반드시 자금이 이탈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중국 위안화 절상설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던 2004년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의 시기를 돌아보자. 당시 코스피는 936.06(4월 23일)에서 728.98(5월 17일)로 22%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펀드 수탁고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일수록 원칙을 지키라고 권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주식에 매달 얼마씩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면,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그런 자신의 투자계획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게 낫다는 것이다.
김양진 제로인 펀드 분석가는 "장기적인 주가 움직임에서 변동의 신호가 관찰되거나 경기가 돌연히 위축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주식형 펀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 '환매'란 무엇인가**
환매란 말 그대로 되사준다는 의미다. 수익증권을 파는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회사에서 투자자들의 수익증권을 다시 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펀드에 가입한 지 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환매를 신청하게 되면 페널티를 받는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펀드 약관 등에 보면, 예컨대 '90일 미만에는 이익금의 70%에 해당하는 환매수수료 부과' 등의 조항을 발견할 수 있다. 펀드에 가입한지 90일 이내에 환매를 하게 되면 이익금 중 일부가 환매수수료로 부과된다는 것이다. 물론 펀드 가입 후 90일 이후 1년 이내에 환매를 할 경우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환매를 신청하면 환매수수료를 제외한 대금은 신청일을 포함해 4일째에 돌려받을 수 있다. 이는 주식 매매에 걸리는 결제기간이 3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4일 환매제라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날 수는 주식시장이 열리는 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공휴일이나 주말 등은 제외된다. 예를 들어 목요일에 환매 신청을 하면 목, 금, 월, 화로 계산해서 4일째가 되는 화요일에 돈을 찾을 수 있다. 채권형 펀드의 경우는 환매 신청일을 포함해 3일째 되는 날에 돈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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