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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은행' 논란 가열…진짜 그런 은행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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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은행' 논란 가열…진짜 그런 은행 있나?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토종은행론' 정면 반박

새해 들어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 LG카드의 매각, 외환은행의 매각 등을 둘러싸고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국내 '빅4' 은행들의 대립 구도가 날로 날카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이 '우리은행만이 국내 유일한 토종은행'이라는 우리은행 측의 이른바 '토종은행론'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17일 금융계에 의하면 하나금융그룹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토종은행론'이란 보고서를 통해 "황영기 우리은행 행장의 토종은행론은 (국민의) 퇴행적 감성을 자극해 금융산업의 시장질서와 규율을 교란할 징후가 있고, 개별 은행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민경제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하나은행 "따지고 보면 우리은행도 외국계"**

하나은행은 '한국인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동시에 한국인이 경영해야 진짜 토종은행'이라는 우리은행의 주장과 관련해 "지분 50%가 기준이 되는 이유가 경영권 행사 주체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면 결국 토종은행 기준은 경영권과 경영진의 국적이 돼야 한다"며 "금감원의 분류도 외국지분이 절반을 넘어도 경영권이 내국인에 있으면 내국계 은행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의 지분 보유율이 높은 은행과 거래하면 수수료가 다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우리은행의 지적을 반박하며 "영업수익의 대부분은 종업원 임금 등 영업비용으로 충당되고 10%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남는데, 이것도 재투자를 위한 사내유보 후에 주주에게 배당되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은행은 "수익의 외국유출이 우려된다면 우리은행은 왜 외국계 지분 11.5%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느냐"며 "매각 예정인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제외한 실제 유통주식만으로 계산할 경우 우리은행의 외국지분은 52.2%로 준(準) 외국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종은행론',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

그간 우리은행의 토종은행론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해왔던 선두주자는 신한은행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의 행명 관련 법적 시비, 신한-조흥 합병 후 한국의 최고령 은행은 어디냐는 논란, 여자농구단 간의 기싸움에서부터 LG카드 인수, 최근에는 인터넷뱅킹 수수료 및 예금이자 경쟁 등에서 노골적으로 대립해왔다.

사실 우리은행은 LG카드 인수에,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인수에 각각 전념하기로 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정면으로 대립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외환은행의 매각이 급물살을 타면서 우리은행의 토종은행론이 대중의 인정을 받을 경우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면서, 하나은행도 우리은행 공격의 대열에 동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을 인수해 지점 자산 등 외형 면에서의 열세를 보강하겠다는 하나은행의 계획은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자본수혈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김종열 하나은행장이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공식 발표한 것과 관련해 황영기 국민은행장이 "외환은 하나보다 국민과 합병해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해 하나은행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적이 있다.

***우리은행의 '토종은행론'에 담긴 본심은?**

이처럼 토종은행론이 다시 금융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우리은행이 토종은행 주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 규모의 리딩뱅크로 자리를 굳혀가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자산규모 2위의 은행으로 거듭나면서 우리은행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리은행 측의 판단이 토종은행론의 탄생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은행이 토종은행 주장을 펴는 것은 한국계 금융자본과 외국계 금융자본의 이분법을 통해 국내 영업기반을 확대해보려는 영업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황영기 우리은행장도 토종은행론이 영업전략 무기라는 지적에 대해 부인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또 토종은행론은 우리은행이 LG카드 인수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적자금이 투여된 금융회사가 역시 공적자금이 투여된 것과 마찬가지인 LG카드를 인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세간의 비판을 불식시킴과 동시에 LG카드를 '외국계나 다름없는' 신한은행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세간에 퍼뜨리기 위한 작전이라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올해 안에 실시될 예정인 정부 지분의 매각, 즉 민영화를 앞두고 삼성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미리 여론을 몰고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해 현재 법으로 규정돼있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엄격한 분리 원칙을 흐려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황 행장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삼성의 핵심 계열사들을 두루 거친 이력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금융경제연구소는 "우리은행을 특정한 외자나 국내외 사모펀드, 또는 전략적 투자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넘기는 식으로 매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은행이 수년간 막대한 순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지분 매각과 관련해 정부가 여러 가지 선택 대안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며 사실상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늦출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진짜배기 토종은행을 기대한다**

우리은행이 토종은행론을 통해 기대하는 본심이 무엇이든 간에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만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의 침투와 금융산업의 대형화 바람 속에서 왜곡돼버린 국내 은행의 영업 행태에 일침을 날리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계 지분율이 각각 85%, 60%, 75%에 달하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97년 외환위기 이후 건전한 투자 목적의 기업 대출은 기피하면서 주택 등을 담보로 한 가계 대출에만 치중해 '은행의 공공성' 부문에서 제 역할을 못해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토종은행의 역할로 강조하고 있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서민금융 지원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 △수수료 인하를 통한 공공성 강화 △기업 구조조정 및 정부기관에 대한 금융 서비스 주도 △사회공헌 활동의 강화 등은 사실 '토종은행'이 아니라 '은행'이라면 기업의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역할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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