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스캔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고되면서 그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서울대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검토를 끝내는대로 11일 또는 12일 중으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수사 과정에서 황 교수가 제기한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뿐만 아니라 논문 조작의 주체 및 경위도 그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검찰 수사 시작…'바꿔치기 미스테리' 밝혀지나**
이와 관련해 황우석 교수는 1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4년 줄기세포도 제2저자인 류영준 연구원이 미즈메디병원의 박종혁 연구원과 '짜고' 바꿔치기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류 연구원이 조사위원회의 실질적인 위원장 역할을 맡아 조사 방향을 이끌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또 한 차례의 '바꿔치기' 주장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일단 황우석 교수와 강성근 교수가 논문 조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0일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 내용을 최대한 존중하는 선에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서울대 조사위의 보고서는 황 교수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가운데 강 교수가 논문 조작의 전 과정을 관리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 황-강 교수 외에는 서울대의 황 교수 연구실과 미즈메디 병원 연구실 사이에 어떤 연구성과가 건네지고 그 과정에서 무슨 조작이 벌어졌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실체가 애매한 줄기세포 바꿔치기 논란은 황 교수 자신이 수사의뢰한 사안이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논문 조작의 주체 및 절차 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길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조사위 측도 이같은 논문조작 및 은폐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확보한 자료 및 판단 내용들을 모두 검찰 측에 전달하며 황-강 교수의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석 교수 과연 '처녀생식' 몰랐나?**
실제로 서울대 조사위원회 보고서는 2005년 논문뿐만 아니라 2004년 논문 역시 황 교수와 강 교수가 논문 조작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3년 2월 10일께 체세포 핵 이식 경험이 없는 이유진 연구원이 핵 이식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난자의 핵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아 '처녀생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 안에서 줄기세포 배양 임무를 맡고 있었던 이 연구원이 버려지는 미성숙 난자를 이용해 '연습'을 하다 우연히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이 확인한 황우석 교수팀 관련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당시 강성근 교수는 처음에는 '처녀생식'이라고 판정을 내렸다가 이틀 뒤 '체세포 핵 이식을 통한 복제 배아'라고 번복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염두에 둔다면 그 이틀 사이에 처녀생식을 체세포 복제 배아로 '둔갑'시키기로 황 교수와 강 교수 사이에 모종의 모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난자를 제공한 박을순 연구원은 조사위원회에서 "2003년 1~2월 실험 자체가 진척이 안 된 상태여서 개인의 난자를 사용할 생각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실험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태에서 황 교수팀으로서는 비록 처녀생식일지라도 일단 줄기세포가 확립됐을 경우 이에 큰 유혹을 느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황우석 교수가 왜 강성근 교수는 의심하지 않는가?**
황 교수 측이 지목하는 이른바 '줄기세포 바꿔치기'의 당사자가 바뀌고 있는 것도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황 교수는 그 동안 "2005년 줄기세포가 김선종 연구원에 의해 바꿔치기 당했다"고 주장해오다 이제 "2004년 줄기세포는 류영준 연구원에 의해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4년, 2005년 논문의 잘못이 인정되면 각각의 연구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류 연구원(당시 서울대 대학원생)과 김 연구원(당시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은 황 교수 못지않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들이 제대로 된 줄기세포를 굳이 바꿔치기 할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류 연구원의 경우에는 '2004년 논문의 줄기세포 DNA 지문분석 결과가 논문의 것과 다르다'는 조사위원회의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2004년 논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 연구원과 김 연구원이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도 황 교수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이해관계가 없고 소속도 다른 두 사람이 연이어 자신의 피해를 무릅쓰고 황 교수의 실험을 방해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황 교수가 단 한 번도 강성근 교수를 '줄기세포 바꿔치기' 등의 당사자로 지목한 적이 없는 것도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만약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됐다면 2004년, 2005년 실험과 논문에 계속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강성근 교수야말로 의심해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은 '줄기세포 바꿔치기'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종혁 연구원은 왜 1만 달러를 받았나?**
한편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황우석 교수, 강성근 교수 외에 2004년 연구에 큰 역할을 담당한 류영준, 박종혁 연구원이 논문 조작에 얼마나 관여를 했는지도 검찰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특히 2004년 논문의 조작된 DNA 지문분석 등을 준비한 박종혁 연구원은 지난 12월 황 교수로부터 1만 달러(약 1000만 원)를 받았다. 박 연구원이 2004년 논문 조작 사실을 알면서 논문 준비과정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종혁 연구원은 10일 MBC 〈뉴스데스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까지도 2004년 줄기세포가 진짜인 줄 알았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게 밝혀지면 자신을 속인 데 대해서 황 교수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관련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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