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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또다시 급락, 1달러=97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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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또다시 급락, 1달러=977원

세계적 달러 약세 속 투기세력 가세로

9일 외환당국이 달러화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에 나섰음에도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60원 낮은 977.50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8년2개월 만의 최저수준이며, 지난 주말 종가(988.1원)에 비해 10.6원, 지난해 연말 종가(1011.6원)에 비해서는 34.1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은 새해 들어 이날까지 7영업일 연속 하락한 셈이 됐다.

이처럼 환율이 연일 급락함에 따라 서울 외환시장은 국내외 투기세력과 외환당국이 대치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과 수출기업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달러화 포지션을 줄일 시점을 저울질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환율 하락은 '전세계적인 달러 팔아치우기'의 일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원/달러 환율의 속락에 대해 대체로 수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날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 주말 뉴욕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뿐 아니라 엔/달러 환율까지 급락하면서 달러 약세화 심리가 확산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하락은 어느 정도 예고되었던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 사태를 관망하던 거래주체들까지 달러 매도 쪽으로 입장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또 원/달러 환율뿐 아니라 달러화에 대한 세계 주요 통화들의 환율 또한 동반 하락하고 있어 이번 환율 폭락의 1등 공신은 다름 아닌 '달러화 가치의 하락'과 이로 인한 '전세계적인 달러 팔아치우기 행진'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까지 다시 부각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의 긴축정책 종료, 유럽연합(EU)의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발언 등 세계의 주요한 경제대국들의 경제정책 흐름도 달러화 가치 하락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114.02엔으로 마감돼 지난주 종가 116.03엔에 비해 2엔 가량 낮아졌다.

***"투기세력의 물밑 작전"**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부 전문가들이 "이런 비정상적인 속도의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달러 약세화'와 같은 해외조건 탓으로만 볼 수 없다"며 '환투기 세력의 물밑작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있다.

연초 들어 원/달러 환율의 1000원, 990원 선이 잇달아 붕괴됐을 때만 해도 환투기 세력의 절대적인 역할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선제적으로 달러 매도에 나선 것은 역외 세력이었지만 실제로 물량 공세를 펴 환율을 떨어뜨린 것은 국내 은행들과 수출기업들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6일 한국은행 국제국의 이광주 국제국장은 "외환 전산정보망을 확인해본 결과, 역외가 많이 팔아서 환율이 많이 빠진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역내 은행권의 적극적인 달러 과매도가 원/달러 하락의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9일의 환율 급락에 대해 대다수 외환전문가들은 매도주체가 누군지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장 초반부터 환율이 급락한 것으로 보아 역외 세력이 달러 매도 공세에 나선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역외 투자 세력들이 980원 이하로 환율이 내려가자마자 980원 대에 잡아둔 옵션 물량을 경쟁적으로 처분해 환율 하락을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정부, 더 개입해?, 말아?**

정부는 이날 환율 폭락에 대해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오전에만 3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에 나서는 등 당황하는 분위기면서도 "환율 하락은 지난 주말 미국 시장에서의 달러화 약세로 인한 예정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애써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는 모습이다.

일단 정부는 지난 6일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겠다는 직접 개입 의사를 분명히 밝힌 데다 중장기적인 수급 조절책으로 해외 부동산 구입 및 해외투자를 자유화하겠다고 한 만큼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은행 관계자는 "채권 발행 없이 자체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추가적인 물량개입 가능성을 열어놓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아무리 개입해도 원화가 '달러 약세'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동조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서도 "환율 하락의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면 기업들이 환율 변화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속도조절 차원에서의 정부 개입을 강조했다.

반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팀의 이준규 팀장과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부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송 부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의 개입은 불가능할뿐 아니라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했고 이팀장도 "정부가 외환시장에 잘못 개입해 오버슈팅을 유발할 경우 모든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환투기 세력 씨를 말려야"**

투기세력의 시장교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본시장에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을 모두 다 투기행위로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조장하고 이를 이용해 환차익을 얻으려는 투기세력의 존재 가능성이 감지되는 이상 정부가 손을 놓고 환율을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에 맡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문제는 많은 외환전문가들이 경고하듯이 정부가 섣불리 단기 수급조절 차원에서 달러 매수에 나섰다가는 이를 기다렸던 국내외 투기세력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정부가 역외선물환(NDF) 매입 등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다가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에 수조 원의 이익을 안겨줬던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 급락 행진이 시작됐을 때부터 일각에서 나왔던 "환투기 세력의 씨를 말리는 수준의 강력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 외환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이 달러 약세인 상황에서 단순한 물량개입만으로 환투기 세력에 맞설 수 있다는 주장 역시 현실성에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연초부터 대단히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환율 동향에 외환시장은 물론 다른 금융시장과 정책당국, 그리고 업계가 촉각을 계속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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