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丙戌年) 새해에도 국내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일 오전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국내 대기업들은 각각 시무식을 갖고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 생존하려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일류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다짐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치열한 경쟁에서 한 번 뒤쳐지면 다시 따라잡기 힘들다'는 국내 기업들의 절박한 현실인식이 엿보였다.
***◇ 삼성 "제2의 삼성신화 창출"**
삼성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일류 기업의 구현'을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해외투자를 강화해 "제2의 삼성 신화를 창출해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지난해에 'X 파일' 수사 사건, 삼성애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증여 문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문제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던 만큼 올해는 기업윤리에 보다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2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 겸 시무식에 불참한 이건희 회장은 미국에서 보낸 영상메시지 형태의 신년사를 통해 "해외 곳곳에 제2의 삼성을 건설하고 세계 1등 제품을 더 늘려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삼성은 오랫동안 선진기업들을 뒤쫓아 왔으나 지금은 쫓기는 입장"이라며 "앞선 자를 뒤따르던 쉬운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두에 서서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기업은 고객의 사랑과 사회의 믿음 속에서 커가는 존재인 만큼 앞으로도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추구하며 사회의 그늘진 곳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LG "연구개발(R&D)을 통한 핵심기술 확보"**
LG그룹의 올해 경영화두는 연구개발(R&D) 경영이다.
LG만의 핵심 기술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환율 변동, 고유가 등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장기적인 관점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이런 핵심 기술을 마련하기 위해 새해에는 R&D를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구본무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1등 제품의 핵심은 R&D이며, R&D 인력은 세계 경쟁력의 핵심이자 LG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일등 LG로 가는 중요한 기로에서 이제는 단순히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조금 더 잘하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한발 앞서 먼저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 고객이 인정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현대·기아차 "매출 100조 시대" 선언**
새해 현대·기업차 그룹은 "매출 100조 시대"를 선언하며 "해외 투자 및 명품 브랜드 욕성으로 글로벌 메이커(global maker)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를 위해 현대·기업차는 지난해 미국에 앨라배마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올해도 해외 공장들을 추가로 건설하고 중국, 인도, 터키 등 전략시장에 대한 현지투자를 강화하는 등 글로벌 경영 전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정몽구 회장은 2일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의 경영목표는 완성차 412만 대를 판매하고 그룹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2010년까지 생산능력을 650만 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은 세계 최고의 품질수준이라는 반열에 오르는 시점까지 지속될 것이고, 이후에도 세계 초일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또한 해외 공장의 성공적인 경영과 국내 생산분의 수출 확대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SK "중국 중심의 세계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성장으로 매출액 60조 원을 기록한 SK그룹은 올해 매출액을 63조 원으로 정하고 '글로벌화를 통한 성장'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SK그룹은 '해외시장 개척'과 '신규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특히 SK는 중국을 선두로 미국, 일본, 베트남, 쿠웨이트, 인도 등의 해외 거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전략적 과제"라며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기업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최 회장은 "소외계층을 돕고 협력사와 상생하는 것이 올해 그룹 경영의 주요 목표"라며 "2005년에 발표한 '따로 또 같이'란 기치 아래 협력사들과 경영기법을 공유하고 협력사들의 경영 실천력을 꾸준히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 현대그룹 "과거 현대그룹 명성 되찾을 것"**
지난해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비리 파문으로 떠들썩했던 현대그룹은 올해 '신성장사업 발굴'과 '전략적 핵심사업 집중투자'라는 2대 경영방침을 정하고 과거에 현대그룹이 지녔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금강산 관광 등 현대의 트레이드 마크인 대북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현정은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에는 경영 안정에 주력했지만 올해는 안정 속에서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는 '변화와 성장'의 해로 삼을 것"이라고 밝히고 "현대 가족 모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2006년에도 고유가와 환율 불안 등 불투명한 경영여건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라며 "현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영업규모 확대에 주력할 듯**
한편 은행권에서는 '영업력 강화를 통한 성장'이 2006년의 공통 경영화두로 떠오르면서 은행간 영업경쟁이 어느 해보다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3대 대형은행들이 각각 '1등 은행'을 목표로 본격적인 영업규모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형 은행들의 이런 영업확대 계획은 올해 시장선점이 향후 영업경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대형은행들이 외환은행, LG카드 등과의 인수·합병(M&A)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란 지적이다.
***◇ 국민은행 "올해 최우선 목표는 고객만족도 향상"**
올해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100억 원을 투자해 도입한 통합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고객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강정원 행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위험관리비용으로 인해 이익확대 여지가 크지 않다"며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업규모 확대에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영업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9월 도입한 통합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게 올해의 최우선 목표"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이어 강 행장은 "2006년은 미래를 준비하는 해"라며 "지난 2005년 12월부터 정보통신(IT) 시스템과 회계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진행 중이며 이 결과를 토대로 올해는 본격적인 IT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올해 IT 투자액을 예년에 비해 대폭 늘릴 계획이다.
***◇ 우리은행, 올해도 '토종은행론' 적극 활용할 듯**
우리은행은 새해에도 "우리은행이 '우리나라 1등 은행'이 되는 것은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이는 국민의 요구사항"이라는 이른바 '토종은행론'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은행장은 2일 오전 '새해 고객맞이 사은행사'에 참여해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에 국민들께서 피와 땀으로 보아주신 정성으로 우리은행이 발전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국가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황 행장은 전날인 1일 신년사를 통해 "은행권 최강의 영업력과 자신감으로 1등 은행을 향해 시장을 거침없이 석권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은행만이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인 '디자인 바이 우리뱅크(Design by Wooribank)'로 고객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자"며 고객관리를 강조했다.
***◇ 신한은행 "올해 제2의 창업에 나선다"**
신한은행은 올해 3월로 예정된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계기로 업계 1위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신상훈 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제2의 창업에 나선다는 자세로 모든 것을 걸고 '성공적 통합과 질적 성장을 통한 최고 은행의 위상 정립'이라는 목표를 완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통합 시너지 조기 구현에 이어 안정적 수익창출기반 확대, 미래역량 강화 등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신 행장은 또 "지난해 은행권 경영실적이 충당금 전입 등 비경상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됐다면 올해부터는 근원적인 수익창출 능력이 은행간 경쟁의 핵심요건이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핵심 손익과 고객 기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