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거는 기대 가운데 으뜸은 나라경제나 가정경제에 햇살이 들었으면 하는 소망일 것이다. 경제수장인 한덕수 부총리도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피그말리온 효과, 즉 '강한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효과가 발휘돼 올해 우리 경제가 확 펴지기를 기원했다.
경제계 주요 인사들의 신년사나 경제연구소들의 올해 전망에서 6개 '열쇠글(키워드)'을 끌어내어 새해 국내외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짚어본다.
***'쌍끌이 경기회복' 기대**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내수도 기지개를 켜 모처럼 내외수 동반성장이 기대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로 지난해(3% 후반)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물가는 3%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35만~40만 명만큼 고용이 증가하리란 게 재정경제부의 예상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우리 경제는 정상적 성장궤도를 되찾는 가운데 내외수 간 불균형도 상당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체감경기도 국제유가의 상대적 안정 등에 따른 교역조건의 호전으로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이 GDP 성장률에 근접하면서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무역협회장은 "수출이 2000억 달러를 달성한 지 불과 2년 만에 50% 늘어나 올해는 3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며 "올해는 '무역규모 1조 달러,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는 기초를 쌓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희망을 걸었다.
***'양극화'는 지속**
지표경기는 살아나더라도 양지와 음지의 온도차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산업생산이 12.6% 증가해 '서프라이즈'라고 불렸지만,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과 자동차 업종을 빼면 2.0% 증가에 그쳤다. 경제의 60%를 차지하고 고용의 80% 정도를 책임지는 전통산업, 중소기업, 자영업은 부진의 늪에 깊이 빠져 있는 것이다.
이수영 경영자총협회장은 "IT, BT(생명공학) 등 신산업 분야를 제외하고, 굴뚝산업으로 통칭되는 기존의 전통산업은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의 투자 마인드는 여전히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승 한은 총재는 양극화가 새해에도 크게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세계화 시대의 무한경쟁 체제 아래서 경쟁력이 낮은 부문이 경쟁력이 높은 부문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 우려**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세계경제에 언제라도 암운을 드리울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다행히 달러의 리사이클링, 즉 중국, 일본, 한국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대미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는 메커니즘 때문에 임계점에 이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GDP의 10% 이른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는 달러가치 급락 같은 과격한 조정의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이 현재의 정책을 고수하고 달러가치 하락이 5% 이하일 경우 2009년쯤 경기침체를 동반한 급격한 조정이 올 가능성이 높다(45%의 가능성)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 통화가치 상승을 통한 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기발생 시점이 올해나 내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20%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본국송금 감세법 등으로 강세를 유지했던 달러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화는 중국 위안화의 절상과 맞물려 강세 전망이 우세하나 지난해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절상됐고, 외환규제 완화로 자본수지 쪽에서 유출 요인도 늘어나 큰 폭의 강세는 없으리란 게 외환당국의 전망이다.
***'금융권 빅뱅' 본격화**
외환은행, LG카드 등 금융권의 판도를 바꿀 대형 인수합병(M&A)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외환거래의 전면 자유화, 자금세탁 방지의 강화, 자본시장 통합법 및 신 BIS(국제결제은행) 협약 준비 등에 따른 제도와 환경의 변화로 금융권은 크게 한번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금융허브기본법 및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 등 제도의 변화와 규제완화의 진전은 금융의 기존 영역을 파괴하고 금융산업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모든 은행들이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펼치는 총력전으로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등 해외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IT와 한류로 대표되는 코리아의 문화코드가 동남아를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유독 금융산업만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록 산은 총재는 "기업구조조정 노하우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 동북아지역 부실채권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동북아개발금융 협의체를 본격 가동하는 원년이 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주가의 '추가 업그레이드' 기대**
지난해 주식시장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각종 신기록을 양산했다. 적립식펀드 열풍 속에 코스피는 53%, 코스닥 지수는 82%나 급등했고, 증시의 상장주식 시가총액도 700조 원을 넘었다.
새해 증시도 희망의 농도가 짙다. 경제가 선진국형 장기성장 국면에 들어가고 IT업종 회복 등에 힘입어 주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인구구조, 기업혁신, 자산재분배 등을 근간으로 하는 10여 년의 장기적인 주식시장 확장주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상반기 중 한 차례 조정을 받겠지만 코스피가 1500~1600까지는 오를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수익성 증가가 부채비율 하락 및 저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에 힘입은 것일 뿐 본격적인 영업이익 창출능력이 있는지는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과도하게 기대를 부풀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가와 달리 채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들한 한해가 될 전망이다. 경기회복으로 한은이 상반기에 콜금리를 1~2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금리상승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단 지난해 미리 오른 폭이 커 추가로 오르는 폭은 크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집값 안정'은 미지수**
정부여당이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며 밀어붙인 '8.31 부동산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돼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될지 주목된다. 그간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반대로 입법이 지연되면서 10월 하순 이후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값이 다시 들썩거렸으나 지난해 말 관련 법률안이 통과됐다.
종부세 강화, 2주택 양도세 중과, 재건축·재개발 입주권에 대한 양도세 과세 시 주택 간주 등 집부자들을 겨냥한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으리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종부세나 양도세를 피해 강남에 2채 이상의 집을 가진 5만 가구를 시작으로 매물이 흘러나올 경우 집값은 2003년 10.29조치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게 정부의 기대다.
하지만 학군 등에 따른 강남선호 심리가 여전한데다 집부자들이 "세금은 집값 인상으로 충분히 전가할 수 있다"면서 버틸 수도 있어 정부의 기대대로 집값이 잡힐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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