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거짓말'의 실체가 속속 밝혀지면서 그의 마지막 실체가 무엇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냉동 보관 중이라던 줄기세포 역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아니라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29일 확인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다. 이와 함께 내년으로 넘겨지긴 했지만 서울대 측의 조사가 최종 국면에 이르면 황 교수 및 그의 연구팀은 검찰 수사와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었다**
서울대 노정혜 연구처장은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2005년 논문과 관련해 환자 체세포의 DNA와 일치하는 줄기세포는 현재 찾을 수 없다"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과학적 데이터도 황 교수팀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수립했다고 주장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그 실체를 확인할 도리가 없게 됐다. 이 때문에 황 교수가 '원천 기술' 운운한 것도 논문 조작이 드러남에 따라 궁지에 몰린 상황을 피해가기 위한 '시간 벌기용'이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3일 황 교수는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나 교수직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대한민국의 기술"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반드시 이를 확인하실 겁니다"라고 주장했었다.
이밖에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4년 〈사이언스〉 발표 논문과 관련해서도 난자 및 체세포 제공자의 혈액을 확보해 DNA 지문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논문에서 수립됐다고 발표했던 1번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는 1월 초로 예정된 최종 보고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또 진짜 복제 개인지 의심 받고 있는 스너피의 DNA 지문분석 결과 역시 최종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다.
***줄기세포 수립됐다는 과학적 데이터도 없어…처음부터 '조작' 가능성도**
한편 이런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황우석 교수가 그간 주장해 온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김선종 연구원 등에 의해 '바꿔치기 당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밝힌대로 황 교수팀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인정할 만한 과학적 데이터를 찾지 못했다면, 이는 애당초 '바꿔치기'할 대상이 없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윤현수 교수는 2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황우석 교수팀에서 의도적으로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가지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로 '둔갑시켜' 배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황 교수의 '자작극'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지난 2월까지 미즈메디병원에서 수정란 줄기세포를 배양했고 이 과정에 황 교수팀 대학원생들이 4~5개월씩 배양 훈련을 위해 미즈메디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경로로 수정란 줄기세포가 황 교수팀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바꿔치기'는 황우석 교수 '자작극'이었을 가능성 높아져**
황 교수팀이 단 한번도 보유 줄기세포에 대한 정기적인 DNA 지문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자작극'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통상적으로 6개월에 1번씩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분석을 실시해 상태를 확인하는 데 반해 황 교수팀은 이런 '필수 절차'도 생략해 왔다. 어차피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라는 것이 뻔한 상황에서 굳이 DNA 지문분석을 실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3일 중간발표에서 밝혔던대로 황우석 교수팀이 처음부터 DNA 지문분석 결과를 조작하려 했던 대목도 이런 맥락에서라면 잘 설명된다. 만약 확립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황 교수팀에 있었다면 굳이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DNA 지문분석을 조작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처음부터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DNA 지문분석을 조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선종 연구원이 굳이 제대로 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수개월 안에 발각될 게 뻔한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로 '바꿔치기'할 뚜렷한 동기가 안 보이는 것도 이런 황 교수의 주장을 '일축'하는 유력한 정황증거다. 김 연구원은 "바꿔치기를 했을 때 내게 돌아오는 이익이 하나도 없는데 왜 그런 짓을 하겠느냐"고 일관되게 항변해 왔다.
***〈PD수첩〉에는 어쩔 수 없어 애먼 줄기세포 넘겨줬다**
한편 만약 이 모든 것이 황우석 교수의 '자작극'이라면 왜 황 교수가 〈PD수첩〉에 순순히 '가짜' 줄기세포를 내놓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아직 황 교수팀 외에 그것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대목 역시 일정 부분 추론이 가능하다.
〈PD수첩〉의 관계자는 "줄기세포 검증을 위해 줄기세포를 줄 것을 요구했을 때 황 교수가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며 주지 않으려 했다"며 "그 때 '만약 줄기세포를 주지 않으면 서울대, 고려대 및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로렌츠 스투더 연구팀에 분양된 줄기세포를 직접 검사하겠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줄기세포를 내준 것"이라고 뒷얘기를 전했다.
여기에 문신용, 안규리 교수 등이 "떳떳하다면 줄기세포 검증에 응하자"고 주장한 것도 황우석 교수에게는 큰 부담이 됐다는 것. 즉 11월 당시의 시점에서 황우석 교수로서는 줄기세포를 〈PD수첩〉에 내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는 얘기다.
이같은 모든 사실과 정황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교수가 계속 '바꿔치기'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 결과가 나온 후에도 논란은 계속돼 결국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바꿔치기' 논란뿐만 아니라 황 교수의 연구비 운용 내역 등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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