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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바꿔치기'는 황우석 팀이 했을 것"

〈윤현수 인터뷰〉 "줄기세포 바뀐 사실에 놀라지도 않아"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황우석 파문'의 핵심 중의 하나는 이른바 '줄기세포 바꿔치기' 논란이다. 〈프레시안〉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황 교수의 가장 중요한 협력 연구자의 한 사람이자 〈사이언스〉 2005년 논문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윤현수 한양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문제의 '바꿔치기'가 있었다면 그것은 오히려 황 교수 측에서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황 교수 연구의 '핵심 인물'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황 교수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하지만 비교적 오랫동안 황 교수 연구를 옆에서 지켜봐 온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가설'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인터뷰는 윤 교수의 역할에 의문을 가져 온 〈프레시안〉의 요청에 의해 성사됐다. 20일 귀국 직후 서울대 조사위에 출석했던 윤 교수는 그 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극력 회피해 왔다. 그는 27일 오후 한양대 연구실에서 3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내내 '답답함'을 호소하며 자신이 아는 내용들을 비교적 상세히 털어놓았다. 그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윤현수 교수의 인터뷰 주요내용.

***"줄기세포가 바뀐 것 알고도 이병천 강성근 교수는 놀라지 않았다"**

- 언제 황 교수의 세포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뀐 것을 알았는가?

"지난 11월 17일 2번 줄기세포 등에 대한 MBC 〈PD수첩〉의 DNA 지문분석 결과가 황우석 교수팀에게 통보됐다. 결과는 '불일치'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PD수첩〉이 실수를 한 거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았다. 그 즈음 강성근 교수를 통해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관리가 '엉망'이라는 것을 들은 뒤였다. 그 실험실은 보관하고 있는 줄기세포에 대해 정기적으로 DNA 지문분석을 해 상태를 점검하고 있지도 않았다. 심지어 〈PD수첩〉에 넘겨주기 전에도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황우석 교수 등에게 그들이 배양했다고 〈사이언스〉 논문에 발표한 6개의 줄기세포에 대해 DNA 지문분석을 할 것을 요청했다. 11월 18일 전라남도 장성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분소의 후배에게 6개의 소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와 6개의 환자 체세포 DNA 샘플을 보냈다. 결과는 19일 아침에 이메일로 받았다. 6개 모두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그는 이 대목에서 장성분소 측으로부터 받은 이메일도 기자에게 확인시켜줬다. 황 교수팀은 지난 3월 〈사이언스〉 논문 제출 직전에도 장성분소에 DNA 지문분석을 의뢰한 바 있다.)

6개 줄기세포 모두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랐다. 이런 사실을 황우석, 이병천, 강성근 교수에게 통보했다. 이, 강 교수는 아주 담담하게 이 말을 들었고, 황 교수는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글쎄, 그런 표정을 지은 것뿐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 언제든지 황우석 교수팀이 확보할 수 있었다"**

- 어떻게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가 황우석 실험실에 있을 수 있나? 미즈메디병원의 1, 4, 6번 줄기세포를 제외한 나머지는 공식적으로 분양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것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미즈메디병원에서 확립한 15개의 줄기세포 중에서 1, 4, 6번 줄기세포를 제외한 12개의 배양이 올해 2월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황우석 실험실의 대학원생들이 배양 훈련을 위해 4~5개월씩 미즈메디병원에서 이 배양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더욱이 황우석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황 교수팀과 미드메디병원의 연구원들은 아주 자유롭게 왕래하는 상황이었다. 공식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언제나 손쉽게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가 황우석 교수팀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줄기세포 '바꿔치기', 황 교수팀 '자작극'일 듯"**

- 황우석 교수는 김선종 연구원 등이 의도적으로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 연구 책임자로서 내가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의 요청으로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배양 단계를 부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경우에는 거의 김선종 연구원 등의 부정기적인 보고에만 의존했을 뿐 내가 그 배양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줄기세포 연구팀의 일원이라면 그런 '바꿔치기'가 가능하지 않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왜냐하면 6개월에 한번씩 DNA 지문분석을 통해 줄기세포의 상태를 항상 점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들도 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DNA 지문분석을 해 그 상태를 점검한다. 6개월 뒤에 뻔히 '발각'될 일을 왜 하겠는가? 이런 '바꿔치기' 주장은 평소에 그런 DNA 지문분석과 같은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연구팀에 소속된 연구자 입에서나 나올 수 있는 소리다.

'분명히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본인이 배양했다'는 김선종 연구원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라면 (나는 '진실'이라고 믿는다) 김 연구원 모르게 황 교수팀의 누군가가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로 바꿔치기해 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와 수정란 줄기세포는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김선종 연구원도 수정란 줄기세포를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로 알고 키웠을 것이다.

줄기세포 '바꿔치기' 같은 터무니없는 일을 황 교수가 언급한 것 자체가 그들의 혐의를 더 짙게 한다."

***"권대기 연구원 뒤에는 황우석, 강성근 교수 등이 있었다"**

- 황우석 교수팀의 권대기 연구원은 환자 체세포 DNA 샘플을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용으로 건넨 것으로 서울대 조사위에서 확인됐다. 현재 강성근 교수는 이 과정이 권 연구원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말도 안 된다. 당시 박사 과정에 진학도 안 한 권 연구원이 그런 일을 주도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가? 당연히 교수들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다. 황우석, 강성근 교수 등이 몰랐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이 대목에서 윤현수 교수의 인터뷰에 배석했던 한 동료 교수는 "황 교수팀이 정말 줄기세포를 확립하고 있었다면 왜 굳이 DNA 지문분석 결과를 조작하려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냉동시킨 5개의 줄기세포가 진정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였다면 최소한 이 줄기세포에 대해서는 DNA 지문분석 결과를 조작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곰팡이로 줄기세포 훼손된 뒤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로 채워 넣었을 것"**

- 그렇다면 왜 황우석 교수팀에서 그렇게 무리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이것은 나의 추측이다. 아마 최초에는 배양중인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것이 꼭 환자맞춤형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나도 부정기적으로 줄기세포가 배양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1월 초 곰팡이(이스트로 기억된다)에 오염돼 줄기세포 6개가 훼손됐다. 그 후 없어진 줄기세포 6개를 수정란 줄기세포로 채워 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당시 확립 중이던 나머지 5개는 배양 단계였을 것이다."

- 그렇다면 황 교수는 왜 〈PD수첩〉이 줄기세포 검증을 요구했을 때 이 5개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넘겨주지 않았나?

"그것은 나도 궁금한 점이다.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 명확히 밝힐 일이다. 아직 이 5개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인지도 불명확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

- 황 교수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가?

"솔직히 회의적이다. 물론 미즈메디병원에서 훈련 받은 이들도 있고 개, 돼지 줄기세포 연구자들도 있어서 기본적인 줄기세포 연구 능력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하는 일은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황 교수팀이 인간 배아 연구를 시작한 것은 고작 3년 전의 일이다.

당장 황 교수가 수 차례 피츠버그에 있는 박종혁, 김선종 연구원의 귀국을 종용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지 않나? 최근처럼 황 교수가 나한테 아쉬운 소리를 한 적은 지난 수 년간 없었다. 황 교수팀은 줄기세포를 배양할 만한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논문 조작 최근까지 몰라…데이터 의구심은 가진 적 있어"**

- 2005년 〈사이언스〉 발표 논문의 조작 사실을 언제 알았나?

"최근까지 알지 못했다. 사실 논문도 〈사이언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받아보고서야 처음 봤다. 그 뒤 강성근 교수에게 논문의 데이터가 문제가 없는지를 물어본 적은 있다. 물론 당시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 〈사이언스〉 발표 논문의 공동 저자들 모두 논문의 실체는 뒤늦게 확인한 것 같다.

"맞다. 황우석 교수팀의 핵심 연구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랬을 것이다. 연구에 도움을 주거나 논문에 실리는 부분적인 데이터 결과를 요청하면 그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답변을 해주는 식으로 공동 저자들이 기여했지 논문의 실체는 소수의 몇 사람만 확인했다."

***"김선종 자살기도설은 사실이 아니다"**

- 김선종 연구원은 왜 갑자기 쓰러진 것인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황 교수팀의 주장도 있다.

"아니다. 김 연구원은 원래 한국에 있을 때부터 편두통이 심했다. 또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11월 중순에 병원으로 실려간 것은 황우석 교수와 〈PD수첩〉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중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뒤 갑자기 쓰러진 탓이다. 그 당시에 내가 병원에 직접 문병을 갔기 때문에 정황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자살 기도는 분명히 아니다."

***"안규리 교수 적극적 역할…검찰에서 모든 것 투명하게 밝혀졌으면"**

- 연구팀 안에서 안규리 교수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한 가지만 얘기하겠다. 사람들이 나와 황 교수 관계가 꽤 긴밀하다고 여기는데 사실 황 교수와 내 관계가 '소원'한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노 이사장도 잘 안다. 나는 황 교수로부터 연구비 1원도 받은 적이 없고 그가 주도하는 모임에도 참여한 적이 없다.

하지만 안규리 교수는 황 교수의 파트너였고 거의 모든 모임에도 다 참여하는 핵심인물이었다. 그가 침묵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다."

-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다.

"맞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검찰 조사로 모든 의혹이 깨끗이 해명돼야 할 것 같다. 황우석 교수가 저렇게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을 늘어놓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검찰 조사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지금 말한 모든 것을 검찰에서도 그대로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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