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엉망인 성적표 받아 들곤 억울한 표정 반, 잘못했습니다 표정 반으로 엄마 앞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다음엔 잘할게요, 정말이에요.
그런데 저 언제 가요 할먼네"
가까이서 소리가 먼저 다가옵니다.
엇! 앗! 에이! 그만하라니까!, 야 쟈 운다 울어!
멀리서 소리가 이어 옵니다.
국수 말아 놨으니 언넝 와 먹고 놀아라! 할머니 목소리, 아니 이모였나?
ⓒ 한금선 |
그래 내 어릴 적엔 그렇게 방학이면 할먼네 갔는데,
후드득 고개를 턴다.
'영식이 에겐 모라 설명하고 보내야 하나?' 영식이 엄마 맘이 힘들어졌다.
ⓒ 한금선 |
이야기 둘
14가구가 사는 영식이 마을에 함께 놀 친구가 없답니다.
매일 매일 혼자 강가로 나가 물수제비를 뜹니다.
잠시만 시골 할머니 댁에 내려가 있으면 엄마가 돈 많이 벌어 영식이 찾으러 온다했습니다.
물수제비 뜨면서 주문을 매일 외운답니다.
세 번 뜸 울 엄마 온다아 하고 말입니다.
ⓒ 한금선 |
영식이는 명절을 좋아 합니다,
맛난 것 때문이냐고요? 그게 아니라 마을에 함께 놀 어린이가 많아지기 때문이랍니다.
함께 강으로 나가 매일 길러온 물수제비 실력도 자랑하고,
여긴 말이야 저긴 말이야 하면서
도회지 아이들하고 물놀이를 합니다.
ⓒ 한금선 |
이야기 셋
영식은 사실 알고 있답니다.
아무리 물수제비를 날쌔게 잘해도 엄만 오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건 할머니가 내가 엄마한테 전화 하자고 칭얼대면 둘러대는 말이란 걸 잘 안답니다.
그래도 강으로 갑니다.
강물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음 눈에 힘이 들어가 눈물이 저만치 도망갑니다.
엄마 얼굴 맘 놓고 강물에 그려볼 수 있어 영식인 강을 좋아 합니다.
할머니한테 한바탕 칭얼댄 영식인 오늘도 강가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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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이에게 세윌이 많이 지나서 아주 가끔이겠지만 오늘이 생각날껍니다.
젖은 옷 때문에 할머니에서 혼지껌이 난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함께 까르르했던 친구들의 이름이 사라져도,
아마도 오늘의 웃음소리와 햇살, 그리고 온몸을 푹 담그었던 이 강물이 생각날껍니다.
엄마가 그리울 때면 영식이 마음속엔 강물 소리가 함께 흐를 겁니다.
ⓒ 한금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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