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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법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 〈19〉브랜드 네이밍

K사장님!

오늘은 지난주에 약속드린 대로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고, 실무자 수준에서 전문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사항도 많습니다만, 이 자리에서는 그 중에서도 핵심적이고 최고경영자가 의사결정을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요점 중심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통상 브랜드라고 하면 브랜드 네임과 브랜드 마크 등이 다 포함되는데, 오늘은 논의의 초점을 좁히기 위해 브랜드 중에서도 말로 표현되는 부분인 브랜드 네임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단계적 절차와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브랜드의 개념을 결정하는 일이지요. 브랜드의 개념을 '브랜드 포지셔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를 소비자의 뇌리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다양한 이미지로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패션 브랜드 중에는 루이뷔통이나 샤넬같이 이른바 명품이라 불리는 초고가의 고급품도 있지만 갭이나 올드네이비같이 실용적인 브랜드도 있습니다. 어떤 이미지를 선택하더라도 그 컨셉트는 단순하고 명료하게 소비자에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브랜드 개념은 크게 '기능적 개념의 브랜드(functional concept brand)'와 '경험적 개념의 브랜드(experiential concept brand)', 그리고 '상징적 개념의 브랜드(symbolic concept brand)'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능적 개념의 브랜드는 소비자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줌으로써 기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브랜드이고, 경험적 개념의 브랜드는 소비자의 사용경험과 관련된 다양성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브랜드이며, 상징적 개념의 브랜드는 소비자의 정체성 욕구를 채워주는 브랜드를 말합니다. 브랜드를 기획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어떤 브랜드 개념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시계의 브랜드를 예로 들자면 카시오는 기능적 개념의 브랜드라 할 수 있겠고, 스와치는 경험적 개념의 브랜드이며, 로렉스는 상징적 개념의 브랜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브랜드 개념을 명확하게 결정하고 나면 그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결정하게 되는 품질, 가격, 유통, 촉진 등 마케팅 전략에 관련되는 문제들이 수월하게 풀립니다.

브랜드 개념이 정해지면 그 다음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브랜드 네임의 구상에 착수하게 됩니다. 이때 브랜드 전략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개별 브랜드 전략으로, 모든 제품에 대해 각각 다른 브랜드 네임을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P&G같은 회사는 기본적으로 모든 제품에 대해 개별 브랜드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포괄 브랜드 전략으로, 모든 제품에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소니나 파이오니어같은 회사들이 이 전략을 채택하고 있지요. 세 번째는 계열별 포괄 브랜드 전략으로, 제품군별로 다른 브랜드 네임을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마쓰시타전기는 파나소닉, 내쇼날, 테크닉스 등 여러 브랜드들을 각기 다른 제품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기업명과 개별 브랜드 네임의 결합으로, 두 이름을 혼용해서 쓰는 전략입니다. 이 네 개의 브랜드 전략은 모두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각 기업은 처해 있는 여건과 지향하는 바에 따라 적절한 전략을 채택하면 될 것입니다.

다음 단계는 구체적인 브랜드 네임의 개발과 결정입니다. 근자에 들어 브랜드 네임의 개발은 외부의 네이밍 전문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만, 그래도 최후의 선택은 최고 경영자가 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영자들은 일반적인 브랜드 네임 선정기준에 대한 지식 정도는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브랜드 개발의 초기단계에서는 앞서 결정한 브랜드 개념의 방향에 부합하는 후보 브랜드 네임을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까지 만든 후에 단계별로 추려나가야 합니다. 브랜드 네임의 선정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정기준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브랜드 네임이 제품의 편익과 특성을 잘 나타내는가.
2. 식별하고 기억하기가 용이한가.
3. 기업 이미지 및 다른 제품들의 이미지와 부합하는가.
4. 광고 및 판매촉진이 가능한가.
5. 독특한 면이 있는가.
6. 발음하기가 쉬운가.
7. 소비자가 긍정적인 연상을 하게 되는가.
8. 패키지와 부합하는가.
9. 현대적인 인상을 주는가.
10. 적절한 외국어 표기가 가능한가.
11. 등록과 법적보호가 가능한가.

흔히들 좋은 브랜드 네임은 이름 자체가 제품이 가져다주는 이익과 특성을 잘 나타내고, 기억하기 쉽고 발음하기 좋아야 하며, 간결하고 독특해야 한다고 합니다만 예외의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상 브랜드 네임은 짧고 단순해야 한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아주 긴 이름이 히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 홍수의 시대에는 브랜드 네임의 독특성이 일반적인 기준보다 소비자에게 강하게 어필한다는 점이 입증된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하는 경우에는 외국어로의 표기 가능성도 대단히 중요한 기준입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좋은 브랜드 네임이 외국어로 표기했을 때 전혀 엉뚱한 의미로 전달되거나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겨서 낭패를 겪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과거 미국의 스탠더드 오일이 ENCO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려다 그 이름이 일본어로 표기했을 때 엥코, 즉 기름이 바닥났다는 부정적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브랜드를 EXXON으로 바꾼 것이 그 고전적 사례이지요. 이는 수출을 많이 하는 우리 기업이 글로벌 브랜드를 개발할 때 유념해야 대목입니다.

브랜드의 등록과 법적보호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우리 브랜드를 먼저 등록해놓고 연고권을 주장하는 현지의 악덕 상인들과 송사에 휘말려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상표분쟁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습니다. 브랜드 선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잊지 말고 꼭 챙겨야 할 사항이 등록과 법적보호 문제입니다.

브랜드 네임을 선정하고 나면 그 다음엔 그것을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지명도가 높은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광고입니다. 브랜드의 개념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자리 잡는 것이지요. 광고는 누적효과를 통해 소비자를 설득하게 됩니다. 따라서 브랜드 개념과 구체적인 브랜드 네임이 결정되면 정교하고 일관성 있는 광고전략으로 그 브랜드를 시장에 알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은 정도의 관심과 정성이 필요한 일입니다. 자식을 낳아놓기만 한다고 부모의 임무가 끝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브랜드의 경우에도 작명이 끝난 이후의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성공하고 나면 다음에는 그 브랜드를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해서 사용할 것인가, 같은 제품군에서 복수의 브랜드를 사용할 것인가, 오래되고 이미지가 잘못 형성된 브랜드를 리포지셔닝을 해야 할 것인가 등이 그 다음에 고민해야 할 주제들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미리 생각하고 대비해 나간다면 그 브랜드는 장수 브랜드로서 기업의 효자 노릇을 오랫동안 해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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