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되고 중국 위안화가 추가로 절상될 가능성이 높아 원화 강세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2006년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마무리 △미국의 쌍둥이 적자 개선 전망 불투명 △중국 위안화의 추가 평가절상 가능성 △고유가 추세 지속 등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은 끝날 듯**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최근 펴낸 '2006년 외환시장 5대 이슈와 환율 전망' 보고서에서 "2004년 6월부터 미국의 정책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미-유럽연합(EU), 미-일 간 금리격차가 확대됐다"며 "그러나 이런 금리인상 행진은 2006년 상반기 중 4%대 후반을 정점으로 중단되고 국가 간 금리격차가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책금리의 중립적 수준(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이 4%대로 알려져 있어 그 이상의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SERI의 설명이다.
내년 2월 취임하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지명자가 앨런 그린스펀 현 의장보다 경제성장을 더 중시한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美 쌍둥이 적자 문제 또 말썽**
미국의 악명 높은 쌍둥이 적자(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동시 적자) 문제는 새해에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요 변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LG경제연구원 등은 일제히 미국의 미국 쌍둥이 적자의 확대 가능성을 국제 외환시장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지적했다.
미국의 재정수지는 올해 다소 개선되었으나 2000억 달러 규모의 허리케인 피해 복구비 지출로 다시 악화될 전망이다. 달러화 강세 기조와 고유가 여파로 올해 악화됐던 경상수지는 내년에도 개선 조짐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4500억 달러(GDP 대비 3.4%), 경상적자는 8787억 달러(GDP 대비 6.7%)로 각각 사상최고치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 대한 위안화 추가절상 압력**
중국 위안화의 추가절상 문제도 내년 외환시장의 중요 이슈다.
중국은 이미 지난 7월 8년간 유지했던 환율 페그제도를 폐지하고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환율을 한 차례 절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오히려 급증함으로써 내년에도 미국이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력을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과 일본도 이런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8일 의회에 제출한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에 관한 하반기 연례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복수통화바스켓을 새 환율제도로 채택한 점을 높이 사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위안화 환율의 변동폭이 여전히 매우 제한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국내의 정치경제적 부담 때문에 대대적인 위안화 절상을 단행하지는 않을 전망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소폭의 추가 절상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려**
외환시장의 또다른 중요 변수인 유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2006년 엔/달러 및 원/달러 환율 전망'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잉여 생산능력이 여전히 제한적이고 허리케인 피해로 미국의 정제시설도 부족하다"며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 밝혔다. LG경제연구원도 '2006년 국내외 경제전망'을 통해 공급 불안과 수요 확대로 고유가가 유지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의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영국의 세계에너지센터(CGES) 등은 고유가로 인한 원유수요 증가세 둔화와 OPEC의 투자 증대에 따른 잉여 생산력 확대를 반영하여 2006년에는 유가가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밖에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 △한국의 외환거래 자유화 추진 △서울 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수 우세 등 국내 요인도 외환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련 기관들은 내다봤다.
***달러화 약세로 반전…원화 강세 기조는 유지될 것**
이와 같은 외환시장 안팎의 변수들에 대한 전망을 종합해보면 2006년에는 그간의 달러 강세화 기조가 반전되면서 원/달러, 엔/달러, 유로/달러 환율이 모두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엔 환율은 현재의 하락세가 진정되거나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은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06년 엔/달러 및 원/달러 환율 전망'에서 2006년 원/달러 환율이 올해 연평균 1040원(2005년 11월 기준)에서 약간 하락한 연평균 1010원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RI는 연평균 1014원, LG경제연구소는 연평균 990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마무리되고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 산은 등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의 달러화 약세정책 포기, 고유가 지속,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 등과 같은 환율상승 요인이 작용해 그 하락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또 대부분의 기관들은 엔/달러 환율의 하락에 동의하면서도 그 하락폭에 대해서는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시티뱅크 등 국제 투자은행들은 엔/달러 환율이 올해 연평균 119엔에서 100엔 이하로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종료되고 쌍둥이 적자 문제가 부각되는 가운데 일본의 경기가 회복되면 엔/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산은은 연평균 114엔을 제시하며 미일 간 금리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환율 하락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고이즈미 정부는 "일본의 현 경제상황은 여전히 디플레"라고 규정함으로써 일본의 제로금리 탈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원/엔 환율에 대해 LG경제연구소는 "원/엔 환율은 미국과 일본간의 금리격차 지속,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그러나 일본 경제의 회복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경우 2006년 하반기에 원/엔 환율이 다소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SERI는 "내년 상반기 중에 엔/달러 환율이 원/달러 환율보다 더 크게 하락하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 예상했다.
***작년 말에도 똑같은 전망…환율 전망 믿을만한가**
한편에서는 이러한 환율 전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거시경제 변수들에만 근거한 환율 전망은 새롭게 바뀐 시장환경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 말에 나온 올해의 환율 전망을 되돌아보면 실제 환율 움직임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 2004년 말에도 많은 기관들이 달러의 약세를 전망하고 위안화의 추가절상 가능성 등을 지적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실제 올해의 원/달러 환율 평균치는 네자릿수인 1040원대(2005년 11월까지)에서 형성된 것이다.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은 2006년의 외환시장을 전망할 때 시장의 자금흐름, 파생상품 시장, 대형 외국인직접투자(FDI)나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미시경제 변수들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환율과 관계가 있다고 그동안 여겨져온 변수들과 실제 환율의 움직임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3일(현지시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환율의 관계가 약화되었다"며 "한 나라의 경제가 생산성 향상으로 성장해도 환율은 경제성장률에 대응해 상승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IMF는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경제성장이 환율상승을 유도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 리스크 관리 강화, 국내수요 진작 등 필요**
미국의 금리인상 마무리, 중국 위안화의 추가절상 가능성, 세계 주요국들 사이의 금리격차에 따른 국제 자본흐름의 변화 등으로 인해 2006년에도 외환시장의 불안정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SERI는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수출경쟁력 제고에 주력하고, 미국과의 통상마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19일 발표한 보고서 '아시아 경제 모니터'에서 "동아시아 각국은 민간소비 진작에 더욱 노력함으로써 경제성장의 기반을 수출에만 두기보다 국내수요 쪽으로 이동시키고, 이를 통해 외부환경에 대한 경제의 탄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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