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3일 황우석 교수가 논문을 조작했음이 확인됐다고 발표하자 그동안 황 교수를 지원해 왔던 정부 관계부처 공무원들은 물론 시민단체들과 네티즌들도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이며 후속 문책조처가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복지부, 당황한 분위기 속 대책마련 착수**
○…보건복지부는 당황해 하면서도 '황우석 조작극'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일단 세계줄기세포 허브에 대한 지원방침이 유동적인 상황에 빠져들었다. 당초 허브에 운영비 75억 원, 연구개발비 4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운영비는 전액 삭감이 확실해졌고, 연구개발비도 제대로 집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근태 장관은 이날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에 대해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상세한 내용 파악을 지시했다고 측근이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시간을 달라.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요 외신들, "논문조작 확인" 긴급타전**
○…주요 외신들은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재검증해 온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 조사결과 발표를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AP〉 통신은 2005년 5월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개의 세포주에서 얻어진 결과를 11개로 불려서 만들어낸 고의적 조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조사위 발표 내용을 긴급기사로 처리했다.
〈AFP〉 통신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부분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을 긴급 기사로 처리했다.
***불교계 "황 교수, 불자의 의무 저버렸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발표가 나오자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학연구를 심의할 공적 장치 등 과학계의 연구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를 상설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정은지 여성건강팀장은 "최종 조사결과가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으로도 연구자의 부도덕을 사회가 정화할 필요를 느낀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학연구를 심의할 공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박병상 대표는"논문위조도 문제이지만 사기가 명백해졌는데도 논문위조 관련자에 대한 제재나 재발방지 움직임보다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원천기술이 있으면 봐줘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명호 부장은 "이번 조사위 발표가 중간 발표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것만 봐도 황 교수가 '인위적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 조작'을 한 것이 분명한 만큼 황 교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박기영 청와대 보좌관과 오명 과기부 장관 등 정부 당국의 관계자도 황 교수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나 검토 없이 지금의 사태를 키운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불교청년회 관계자는 "황 교수가 불자로서 지켜야 하는 5계 중 '거짓말을 하지 말라(불망어, 不妄語)'를 어긴 것"이라며 "황 교수가 불자라고 얘기하고 다닌 것이 창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반성하고 참회해야 하는데 자꾸 진실을 덮으려 하니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라며 "불교계에서 생명윤리 문제도 너그럽게 보고 난자 문제도 집안식구 감싸기 식이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인데 불교계 내부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그만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한문희 명예회장은 "생명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 심경이지만 잘못을 가리되 줄기세포의 중요성을 감안해 연구 육성을 지속해야 한다"며 "줄기세포 사업 같은 국책사업은 여러 과학자가 참가하는 투명한 협동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네티즌 'ch2620'은 "한 과학자가 망가진 문제보다 미래산업을 선점할 국가적 기회의 싹을 잘라버리고 장애우의 희망을 꺾어버린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네티즌 'uiop62'는 "황 교수를 구속수사 해야 한다"며 "다들 황 교수가 없으면 줄기세포 연구가 안 되는 줄 알지만 지금도 묵묵히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최종결과 나올 때까지 더 지켜보겠다"**
○…이날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는 시민들이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TV 앞에 모여 발표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으며 황 교수 논문이 '고의적 조작'이라는 발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혀를 차기도 했다.
회사의 사무실에서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TV 앞에 모여 황 교수 사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결과발표 후 실망감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향후 후속조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각종 모임 장소에서도 황 교수와 줄기세포가 최고의 화두로 거론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논문만 있고 줄기세포는 없다'는 것에 비유해 폭탄주 뇌관에 물을 넣어 마시는 '황우석 폭탄주'가 등장하기도 했다.
○…황우석 교수에게 연구비를 지원해 온 포스코를 비롯한 재계는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논문이 고의로 조작됐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 조사결과에 대해 당혹해 하면서도 "최종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해 황 교수를 석좌교수로 임명하고 1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포스코는 이날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여전히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황 교수를 생명공학 분야 석좌교수로 임용한 데 이어 11월에는 석좌기금 및 석좌교수 연구비용 출연 약정식을 갖고 황 교수에게 향후 5년간 매년 3억 원씩 모두 1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포스코 측은 "이번 발표는 중간조사 결과로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는 만큼 최종 조사결과 발표 때까지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발표에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며 "따라서 섣불리 어떤 방향이나 입장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겸 무역협회 회장도 이번 중간조사 결과에 대해 어떤 논평도 하지 않은 채 최종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즉 현재 남아 있는 줄기세포에 대한 DNA 검사 결과를 포함해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논평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황 교수에게 10년 간 국내외 전 노선을 최상위 클래스로 무료이용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는 대한항공 측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좌석이용 여부는 황 교수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가 황 교수에게 최상위 클래스 좌석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황 교수가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황 교수의 연구성과가 부풀려졌고 논문이 허위인 것이 최종적으로 결론난다면 황 교수 스스로 좌석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계 "황교수 사건, 엄정 처리하고 도약의 계기 삼아야"**
○…과학자들은 이번 사건을 엄정히 처리하고 과학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류범용 중앙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논문조작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첫 사례여서 충격이 크다"며 "황 교수 문제는 국제적 사례에 맞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과학계가 국제적으로 떳떳하다"고 말했다.
김재섭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공학부 교수는 "이번 건은 황 교수 개인과 황 교수팀의 과오일 뿐 한국 생명과학계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수만 명에 이르는 국내 생명과학자와 생명과학도들 가운데 극히 일부의 잘못이며 줄기세포도 황 교수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은 과학에는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으면 안 된다는 각성의 계기가 됐다"며 "이번 논문조작이 발견되는 과정에서 대학원생들이 기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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