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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튼'이 2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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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튼'이 2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기고] '섀튼 오보'에서 열악한 연구 현장을 떠올리다

구체적인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권이 집권 당시 적어도 '순수한' 초심을 가졌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 같다. 물론 이러한 순수함은 대부분 '경험 없음' 또는 '세련되지 못함'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많은 이들을 아연케 만들기도 했다. 사실 이 이유 때문에 필자도 그동안 현 정권과 각을 세워 온 대형 언론사의 기사에 주로 고국의 소식을 의탁해 왔다. 물론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이들 언론사의 '관점 없음' 또는 '뒤집기'에 적잖이 실망해 관계가 소원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조선일보〉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 없음' 또는 '세련되지 못함'이 반드시 노무현 대통령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한국 시각으로 21일, 〈조선일보〉의 인터넷 사이트에 뜬 "섀튼, 黃교수에 20만弗 요구했었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면서 필자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한참 애를 써야 했다.

기사 내용은 자못 진지하다. "섀튼은 (…) 줄기세포 관련 연구 진행 혹은 자신의 명성을 한국에 제공하는 대가로 황 교수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러한 의혹 제기는 "관례 벗어난 거액 연구비 (…) 돈거래 조사 불가피"라는 또 다른 제하의 기사에서 절정을 이룬다. 마치 황우석 교수가 국민의 혈세로 지원된 연구비를 덥썩 섀튼 교수에게 '음성적으로' 던져줄 것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또 어떻게 읽으면, 섀튼 교수가 뇌물이라도 요구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 기사 자체가 매우 희화적이다. 왜냐 하면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황우석 교수에 관해 끊임없이 제기된 의혹에도 불구하고, 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무척 황 교수에게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이러한 기사를 내보내는 배경도 의아하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이러한 정보를 얻어 냈을까 하는 찬탄을 금할 수 없다. 이러저러한 말이 많기는 해도, 〈조선일보〉의 정보력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미국 사정 모르는 '경험 없음'에서 나온 오보**

결론부터 말하자. 이 기사는 미국에서 프로젝트 또는 연구지원 신청과 연구비 집행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나온 오보다. 동시에 이렇게 개인의 신상, 즉 연봉에 관한 정보를 본인의 허락 없이 지상매체에 올리는 행위도 당연 소송감이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이공계 대학교수는 자기 월급을 자기가 벌어 와야 한다. 물론 테누어(종신교수)가 됐다고 해서 이 사실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연봉을 20만 달러 받기로 대학 측과 계약이 되면, 이 연봉을 받기 위해 대학에 돈, 즉 연구비를 벌어다 주어야 한다. 어디 연봉뿐인가? 자신이 부리는 연구원, 행정직의 봉급은 물론이고, 흔히 간접비라고 해서 그냥 고스란히 대학 측에 헌납해야 하는 돈도 벌어 와야 한다. 필자가 속한 피츠버그의대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를 받을 때 50%의 간접비를 별도로 계상(計上)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접 연구비가 100만 달러이면 간접비 50만 달러를 포함해 총 연구비는 150만 달러가 되는 이치다.

따라서 특별히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는 연구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연구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다. 이때 인건비는 해당 연구에 자신이 기여하는 정도 또는 시간 배분에 따라 적게는 단 몇 %에서 몇 십 %까지 될 수 있다. 평균은 10~25% 정도로 보면 되며, 연구자의 경력 개발을 지원하는 K 연구비 같은 경우는 75%까지도 될 수 있다. 또 NIH는 연구비에서 지원되는 연봉의 상한액을 17만 달러 정도로 정해 놓고 있다.

이렇게 받은 연구비는 일단 대학 측에 위탁되며, 대학 측은 해당 교수와 계약된 연봉에 맞춰 연구비 구좌에서 봉급을 지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섀튼 교수가 20만 달러를 받더라도 이 돈은 절대로 섀튼 교수의 비자금 호주머니로 들어가지 않는다. 왜냐 하면, 모든 연구 계약의 주체는 교수 또는 연구원이 아니라 이들이 소속한 대학의 담당 부처가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담당 부처만이 현금화할 수 있도록 연구비 수표를 발행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미국에서 학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연구비 지원서를 작성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기 힘들다. 상황이 그러하니, 〈조선일보〉의 '경험 없음' 또는 '세련되지 못함'을 더 문제 삼을 필요는 없겠다.

***섀튼도 20만 달러나 요구하는데 우리 연구원들은?**

이 오보에서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 다른 데 있다. 문제가 된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 섀튼 교수 등이 세계줄기세포허브와 관련해 25%의 기여 또는 자신들의 시간을 사용할 것이라며, 연봉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해 줄 것을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그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이 외에도 흔히 부가급부(附加給付, fringe benefits)라고 부르는 금액 지원을 요청한 것도 포함돼 있다. 피츠버그의대 교수의 경우 부가급부는 연봉의 25.8%에 해당하며, 이 금액은 연금, 의료 보험료 등을 내 주는 데 사용된다. 연구원이나 행정직들에 대한 부가급부 요율은 더 높아 29%에 달한다.

섀튼 교수가 요청한 25% 기여가 과연 적당한가는 지금 중요하지 않다. 또 20만 달러라는 금액은 섀튼 교수의 명성에 비추어 비교적 적은 연구비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섀튼 교수의 요구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연구원들에 대한 처우가 한심스러울 정도로 너무 형편없다는 사실이다. 보도를 보니, 대개, 석·박사 또는 박사후 과정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40만~6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이것도 제대로 지급되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으로 믿지만, 필자가 한국에서 학위를 할 때에는 아예 지도교수의 여비서가 필자도 모르는 막도장을 새겨 놓고, 필자는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연구 관련 인건비 수령증을 발행하는 데 사용하곤 했다. 물론 이렇게 축적(?)된 인건비는 대개 다시 연구과정에 재투입됐고 또 그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졌다. 자원과 지원이 부족한 후발국 연구자 입장에서는 찬 밥 더운 밥 가릴 게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 혹사하는 현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도 달라져야 한다. 섀튼 교수도 별 하는 일 없이 고액 연봉의 25%를 지원해 달라고 나오는 마당에,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는 우리 연구원들에게는 고작 선심 쓰듯 쪼가리 돈만을 쥐어 주며 연구를 독려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연구원들로서도 자신들의 미래를 손 안에 쥐고 있는 교수들의 눈치를 보며, 그나마 어디 대학이나 연구소에 한 자리라도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행을 그냥 참아 넘겨야 했을 터이다.

어떻게 보면, 황우석 교수 사건이 이렇게 커지게 된 이면에는 이처럼 상급자 또는 교수가 연구원들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을 독점함으로써 아무렇지도 않게 이들을 혹사시켜도 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 하면 연구원들이 연구 부정행위를 인지하게 되더라도 몸과 마음이 바쁘고 지쳐 있는 상태에서 이를 바로 잡으려고 나서길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요원하기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 사건, 문제는 있지만 우리나라 과학계의 풍토 쇄신을 촉구하는 반면교사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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